[현장에서] 당연한 게 당연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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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당연한 게 당연할 수 있기를
  • 김환범 kgn@kongje.or.kr
  • 승인 2023.02.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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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김환범] A와 B가 있다. A와 B는 비즈니스 관계다. A는 사업을 운영하고 B는 A의 업무 중 일부를 위탁받아 수행한다. 그래서 둘 사이에는 지켜야 할 약속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걸 규약이라 부른다. 

A는 보험사, B는 설계사다. 보험업법은 보험사들이 설계사를 위촉할 때 불공정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개별적으로는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설계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모든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보험사들이 설계사들에게 불공정한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대책을 정하는 곳은 어딜까? 보험사들이 회원이고 그들이 내는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보험협회가 바로 그 주체다.

다분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보험사가 지켜야 할 사안을 보험사들로 구성된 협회가 정한다니. 비유하자면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할 업무를 기업 경영주들의 협회에 맡긴 꼴과 다름없다.

백번 양보해 보험협회가 보험사들의 이익 대변단체가 아닌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이라고 생각해도 문제가 있다. 협회가 관련 규약을 제‧개정할 때 설계사들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는다.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에 대한 규제를 만들 때, 보험사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면 어떨까? 예컨대 최근 가장 큰 이슈인 플랫폼업체의 보험 비교‧중개서비스 진입 같은 건에서 말이다.

보험은 규제산업이다. 많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며 대규모 자본이 유통되기에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심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그래서 금융감독원이 존재하고, 그 금감원 역시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땐 피규제자(보험사)의 뜻을 묻는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왜 보험사와 설계사 간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규약에선 이러한 절차가 무시되는 걸까? 

얼마 전 의미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최승재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여기엔 ‘보험협회가 불공정 모집위탁행위 방지를 위한 규약을 제‧개정할 때 사전에 설계사 등 유관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통과와 시행까지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를 일이다. 어쩌면 수많은 법안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계류되다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가 수면 위로 나왔단 자체만으로도 뜻깊다고 감히 평가한다.

규제가 필요한 것도, 그러기 위해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하는 것도 상식선의 일이다. 우리 설계사들은 무분별한 혜택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게 지켜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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