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풍선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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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풍선 단상
  • 박상범 항공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3.02.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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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박상범 교수] 중국에서 띄웠다고 알려진 정찰풍선이 뉴스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자체 추력장치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풍선이란 표현이 맞는 것 같은데, 과연 이런 풍선들이 정찰목적인지 아니면 단순한 기상 등 정보수집 목적의 민간용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한 이후 항공기 관련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특히 전쟁을 치르면서 각국은 항공기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기술개발과 활용방안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단순한 정찰목적이 아닌 공중전 개념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항공기술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인항공기의 원조격인 미사일이 폰 브라운박사에 의해 개발된 것도 이즈음의 일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생겨나고, 각자 다른 종류의 부담을 안게 된다.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중요한 부분이 남겨진 전쟁용 시설이나 장비, 물품 그리고 인력의 처리문제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참전국 대부분에서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에 따라 대규모로 구축하고 양성했던 항공기 관련 장비와 시설, 인력 처리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었다.

당시에는 항공 산업 규모가 크지 않았고 수요 역시 적었기 때문에 전쟁을 위해 조달됐던 장비와 인력을 다른 산업으로 전용하기 어려웠다. 국방산업 이외에 민간산업으로 전환시키기에 무리가 컸고 결국 어떤 식으로든 산업화하여 기술유지 및 개발을 위한 노력을 하자면 국가차원의 재정투입이 불가피했다. 전후 복구를 위한 재원 수요가 매우 큰 시기였던 당시 시각으로 봤을 때 그리 급하지 않은 항공 산업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국민들의 반감을 사기 충분했다.

이러한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한 나라 중 하나가 미국이다. 미국은 전쟁 후 항공 관련 시설과 장비 그리고 인력을 대거 우정사업에 투입했다. 대륙횡단을 하며 우편배달을 담당했던 유명한 포장마차가 그 역할을 항공기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이는 오늘날 세계 최강의 항공우주 기술력을 갖춘 나라로 우뚝 서는 기반이 됐다고 본다.

전쟁과 함께 발전한 항공기술은 지역간 거리를 급속히 줄여줬다. 예전엔 이웃나라 동향에만 신경썼으나, 이제는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국가도 잠재적 적국이 되어 위협요소가 될 수도 있다. 아시아쪽에서 풍선을 높이 띄우면 편서풍을 타고 미주대륙 방향으로 떠갈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일본군이 풍선폭탄을 편서풍에 띄워 미국으로 날려보내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최근 고고도 풍선이 정확히 정찰목적을 갖고 있었는지 여부는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나, 미국이 취한 행동들을 감안하면 정찰목적의 기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되돌아보자. 우리는 불모지 같았던 항공산업을 꾸준히 발전시켜 오늘날 고등훈련기를 제작해 수출까지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우주산업에도 경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가끔 위성개발 및 발사에 어마어마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가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한다. 특히 발사체의 경우 다른 나라 발사체를 빌려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항공우주산업은 소위 말하는 기술축적(cumulative technology) 형태의 산업이다. 기초기술부터 차곡차곡 쌓아가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으며 기술의 파급력이 매우 큰 산업이기도 하다. 선진국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안보와 방위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인류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주요 위험이 자연재해로부터 인위적 위험으로 이전되고 있다. 인위적 위험 가운데 안보 위험만큼 최선을 다해 대처해야 할 위험도 없을 것이다. 국내 시장규모가 작고 수출 역시 여의치 않겠지만 항공 관련 기술개발과 기술자립은 산업은 물론 국방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투자와 관리를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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