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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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공제
  • 방제일 zeilism@naver.com
  • 승인 2023.01.3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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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방제일] 결혼 이후 저녁의 일상이 바뀌었다. 결혼 전에는 혼자 컴퓨터에서 앞에서 먹던 식사가 이제는 식탁 앞에서 TV를 보면서 이뤄진다. 결혼 전 내게 끼니는 생존의 일환이었다면 이제는 행복의 일상이 된 것이다. 결혼 이후 내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드라마를 즐겨 보는 것이다. 최근 아내랑 가장 즐겨 보는 드라마는 <사랑의 이해>다. 원작 소설을 이미 읽은 터라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손에 땀을 쥐면서 몰입한다. 아내는 뭘 그렇게까지 감정이입을 하냐고 핀잔을 주지만, 본인도 집중하고 있다는 걸 들키곤 얼굴을 붉히곤 한다.

<사랑의 이해>는 은행을 중심으로 네 남녀의 사랑에 관한 ‘이해’가 얽히고설킨 드라마다. 그렇고 그런, 흔한 치정극일 수 있지만 이 드라마가 여타 다른 드라마가 말하는 사랑과 다른 지점이 있다. 제목에서 보듯 사랑에 대한 각자의 이해(理解)와 이해(利害)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네 남녀의 선택도 이 이해에 따라 이뤄진다. 그래서 제목이 <사랑의 이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게는 어떤 사랑의 이해가 있나 고민해 본다. 그러다 깨닫는다. 내게 있어 사랑의 이해는 ‘공제’다. 여기서 공제도 중의법이다. 아내와 나는 인생의 험난을 함께 건너고(共濟) 있다. 결혼은 두 사림아 함께 손을 맞잡고 길을 걷는 것이다. 누군가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보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이제는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아내와 나는 늘 똑같은 것을 보고 같은 음식을 먹고, 모든 것을 함께 누린다. 그뿐인가? 이제는 만나는 인간관계까지 공유한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자주 만났다면, 이제는 부부 동반 모임이 잦아진다.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해야 마음이 편하고, 그쪽이 더 즐겁기 때문이다. 덕분에 주변인들과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최근 아내의 대학 동기 네 명의 부부가 함께 1박 2일간의 짧은 여행을 즐겼다. 나를 포함한 세 커플은 이미 부부였고, 한 커플은 이제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 남은 커플이 결혼을 앞두자 우리는 계를 하기로 했다. 매번 이렇게 1년에 두세 번 1박 2일간의 모임을 가지는 것이 추후에 서로에게 부담이 덜 되지 않겠냐는 제안을 누군가가 제시했다.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우리만에 공제회(控除會)가 만들어졌다. 이른바 한같사(한평생 같이 살자) 공제회다.

생각해 보면 공제는 머지않은 곳에 있었다. 가까이는 3개월마다 한 번씩 내는 운동부 회비도 공제고, 경조사에 내는 회비도 어떤 의미로는 공제다. 공제라는 단어와 나는 크게 상관없는 삶을 살 줄 알았는데, 우리는 대부분 알게 모르게 살면서 작은 공제회를 만들고, 공제(共濟) 하면서 살고 있다.

때론 함께여서 힘든 순간도 종종 있지만, 그럼에도 혼자 있는 천국보다 둘이 있는 지옥이 좋은 이유를 매 순간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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