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의 희망, 산정특례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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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환자의 희망, 산정특례 제도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3.01.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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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갑상선을 떼어냈다. 내 몸에 있던 암 덩어리도 함께 떨어져 나갔다. 수술 전에는 ‘왜 하필’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왜 하필 내게”, “왜 하필 암이” 같은 생각들이었다. 수술 이후 생각은 반전됐다. 목을 열어보니 수술 전 검사에서 보이지 않았던 임파선 전이가 발견됐고, 바로 깨끗이 도려냈다고 한다. 조금 더 늦게 수술했으면 다른 장기까지 전이됐을지 모를 일이었다. 건강검진에서 별생각 없이 갑상선 초음파를 선택한 덕에 병이 커지기 전 치료하는 행운을 누린 것이다.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뀐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기대치 않게 크나큰 제도적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로 ‘본인 일부부담금 산정특례’다. 이 제도는 암이나 희귀질환 같은 중증질환자들의 병원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암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비, 입원비, 약값을 막론하고 급여 비용은 5%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5년간 혜택이 유지되고, 질병이 완치되지 않거나 재발하면 연장도 가능하다고 한다.

덕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암 환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에도 이 제도 덕에 걱정이 훨씬 줄었다는 후기가 많았다. 진행 정도가 깊거나 예후가 좋지 않은 암 환자들은 생업에 복귀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만큼 경제적 부담도 누적된다. 산정특례 제도가 중증환자의 병원비 부담을 줄여주는 만큼,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도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연말정산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암 진단을 받고 산정특례가 등록되면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과 별개로 세법상 장애인으로 인정된다. 병원에서 장애인등록증을 발급받아 연말정산 때 제출하면 200만원의 추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난 암이라는 사실을 회사에 오픈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연말정산 때 자료를 제출하는 대신, 나중에 홈텍스를 통해 따로 경정청구를 할 계획이다.

매년 인상되는 건보료에 투덜대기만 했는데 알고 보니 나 역시 제도적 혜택을 누리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달부터 건보료율이 7.09%로 뛰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많은 질병은 현대과학으로도 그 인과성이 밝혀지지 않았다. 내가 술, 담배를 입에 달고 산 것도 아닌데 팔자 때문에 운이 나빠서 운명이라서 병에 걸린 거라면, 사회보험은 그 불운한 개인이 낙오되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인간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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