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소액단기보험, 진짜 지원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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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소액단기보험, 진짜 지원책이 필요하다
  • 김환범 kgn@kongje.or.kr
  • 승인 2023.01.0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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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김환범] 아는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왜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이 안 되는 것 같냐는 내용이었다. 미리 밝혀두자면 필자는 소액단기보험의 전문가가 아니다. 관련 학위나 자격증도 없다. 아마 짧지 않은 기간을 영업현장에서 보냈고, 소액단기보험의 대표적 보종으로 꼽히는 펫보험 판매 경험이 많다는 게 질문의 배경이었으리라.

많은 기사에서 소액단기보험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진입장벽을 언급한다. 맞다. 소액단기보험사를 설립하려면 20억원의 자본금과 필수인력을 갖춰야 한다. 실상 규모만 작을 뿐 종합보험사를 만드는 것과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이렇게 소액단기보험사를 세운들 기대할 수 있는 최대 수익은 연간 500억원이다. 그것도 계약기간 1년, 계약자당 5000만원의 보험금 한도로 말이다. 사업비까지 고려하면 당최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환경도 녹록잖다. 펫보험을 예로 들어보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건 보험사들에 계륵이었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많은 회사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통의 강자 메리츠화재는 수의사들과 협업하며 계속해서 상품을 업그레이드했고, 손해보험업계 리딩컴퍼니 삼성화재는 20년 장기플랜과 전용 앱까지 내세우면서 힘을 싣고 있다. 

골프보험, 여행자보험 등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이 용이할 것으로 점쳐지던 분야 모두 마찬가지다. 특화된 전문회사가 등장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하기엔 이미 치열한 각축장이다. 고래들의 싸움터에 참가를 허한들, 그 어떤 새우가 쉽사리 끼어들 수 있을 것인가. 더욱이 지금은 고래들도 어려운 시기다. 수익이 된다면 마다하지 않는다. 새우가 생존할 방법은 요원하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간편 가입, 전에 없던 새로운 보장, 신속한 상담과 보상서비스 등 소액단기보험사가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은 기존 손해보험사도 얼마든 가능하다. 더구나 1년에 불과한 단기가 아니라 장기 보장으로도. 가격 경쟁? 모수와 자본력이라면 기존 손해보험사가 월등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금 20억원의 신생 회사에 혁신만으로 승부하라는 건 너무나도 이상적이다.

또 소액단기보험업이 취급할 수 있는 보종의 한계는 그 특성에서 기인한다. 구조가 단순하고 소비자에게 어렵지 않은 보험. 이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강점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얘기도 된다.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과는 다르단 얘기다. 의무보험이라면 가입 프로세스의 간소화나 저렴한 가격만으로도 상당한 메리트겠으나, 꼭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보험에서는 아무래도 영업력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삼성화재가 출시한 펫보험 ‘위풍댕댕’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가격이 저렴해서도, 쉽게 가입할 수 있어서도 아니었다. 이 상품의 건당 평균보험료는 8만원 수준으로 그간 대다수 펫보험의 평균(5만원대)보다 높았다. 대신 만기를 20년으로 늘리고 각종 치료비의 한도를 높였으며 반려견의 사망위로금을 신설했다. 무조건 싼 것보다 제대로 된 보장을 원하는 반려인들의 니즈를 간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렇게 높아진 보험료는 다시 보험료에 비례해 받는 보험설계사들의 수수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삼성화재는 펫보험의 모집수수료와 인센티브 기준을 장기인보험에 맞췄다. 보험설계사들은 적극적인 영업에 나섰고 고무적인 실적을 이끌었다. 영업조직의 맨 파워, 새로운 플레이어에는 없는 강력한 무기다.

소액단기보험업 활성화를 위해선 전폭적인 규제 완화가 필수다. 자본금이나 필수인력 부분을 손질하든, 취급 보종과 기간, 보험금 등의 각종 제약을 풀든 말이다. 제아무리 다윗이라도 돌멩이를 던져볼 각도 정도는 계산이 서야 골리앗과 맞설 수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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