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업시간과 금융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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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시간과 금융소비자
  •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 kgn@kongje.or.kr
  • 승인 2022.12.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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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최미수 교수] 오후 3시 30분이 되면 어김없이 은행 셔터 문이 닫힌다. 이제 막 도착한 소비자는 애타게 벨을 눌러보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계속되는 벨소리와 고성이 오가고 나서야 마지못해 별도의 출구를 열어준다. 안에 들어와서도 3시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문을 일찍 닫았다며 항의하고 정확히 3시 30분에 셔터문을 닫았다고 한참동안 큰소리가 오간 후 조용해진다. 은행 직원은 대수롭지 않은 듯 업무를 보고 있는데 아마 은행 영업시간 때문에 벌어지는 일상이 된 듯 하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차단하기 위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강화하면서 지난해 7월부터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였던 은행 영업시간이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됐다.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되고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관공서, 식당, 대형마트, 영화관, 백화점 등 대부분의 기관 및 다중이용시설들이 영업시간을 정상화했지만 은행 영업시간은 여전히 단축된 상태 그대로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총 96개 금융사 중 84%인 81곳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이후 거리두기가 해제되었지만 81곳 가운데 83%인 67곳은 여전히 영업시간을 단축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영업시간 단축이 계속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비대면 금융거래의 확대 및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은행 점포까지 감소하면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 이미 있는 점포마저 단축영업을 계속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은행 점포 수는 2017년 말 6775개에서 올 해 6월말 5910개로 12.7% 감소했다. 이 기간 점포당 평균 이용자 수는 2만3446명에서 2만8402명으로 21.1%나 증가했다. 점포 축소로 이용자 수가 증가하는데 거기에 단축 영업까지 하고 있으니 소비자의 불편이 어느 정도일지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은행 점포 수 감소와 영업시간 단축 여파로 대면 업무가 필요한 소비자들의 은행 대기시간이 더 길어지질 수 밖에 없다. 은행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앱이나 인터넷 뱅킹 등 온라인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고 단순 업무에 대해서도 여전히 은행의 대면거래를 선호하고 있는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의 불편이 더 가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노사 합의사항이기 때문이다. 은행 노사는 내년 4월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마저도 영업시간 정상화가 확정된 안건은 아니라는 것이 금융노조의 설명이다. 은행들 역시 노사가 협의할 사항이라며 소비자 편의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노사가 영업시간 정상화를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지적도 있다. 노조는 근로시간 단축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영업시간 단축에 우호적인 입장이다. 은행들은 직원들의 복지만 신경쓰고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금융당국도 때가 되면 정상화되지 않겠느냐며 손 놓고 있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은행, 손 놓고 보고만 있는 금융당국 덕분에 오늘도 3시 30분 은행 셔터문 앞 고성은 계속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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