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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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은 마음
  • 김민석 마스턴투자운용 브랜드전략팀장·ESG LAB 연구위원 listen-listen@nate.com
  • 승인 2022.12.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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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ESG 오디세이]

[한국공제보험신문=김민석] 필자는 올 2월부터 <한국공제보험신문>에 ‘김민석의 ESG 오디세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참으로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귀한 기회를 주신 편집진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ESG를 주제로 정기적으로 칼럼을 준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지난한 작업이었다. 지금 한창 왕성하게 토론되고 있는 영역이기에, 주장을 펼쳐가는 과정에서 보다 섬세한 사고가 요구됐다. 확립된 정답이 있는 분야도 아니었고,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구획하는 것도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애초에 E, S, G 모두를 아우르는 전문가의 존재를 상정하는 것 자체부터 오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올 한 해 동안 ESG의 위상은 수시로 변화했다. 각광받는 블루칩이 되었다가, 정밀 타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규제’의 유의어였다가, 미래세대를 위한 담론으로 격상되기도 했다. 세상은 요지경, 아니 ESG는 요지경이었다.

ESG를 바라보는 시선은 고정적이지 않았다. 그만큼 ESG를 둘러싼 우리네 세계는 역동적이고 다차원적이었다. 필자 주변에는 이런 흐름 속에서 ESG로 아예 업을 전환한 사례도 있었고, ESG를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자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례도 있었다. 실지로 ESG 관련 채용이 급증했고, 담당자들의 이직도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ESG 생태계에서는 구직난이 아닌 ‘구인난’이 화두였다. ESG 역사가 일천한 만큼, 실무자의 풀도 넉넉할 리 만무했다. 

대학원에도 ESG 교육과정이 하나둘 개설됐다. 가령 왕십리에 소재한 모 대학에는 경영대학원에, 신촌 소재 모 대학에는 경제대학원에 ESG 석사과정이 탄생했다. ESG 담당자들끼리의 스터디 모임도 많이 생겨났다.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고, 네트워킹과 각종 창의적인 협업의 원천으로 기능했다. 필자도 그런 자리를 통해 기라성 같은 동료 및 선후배들에게 많이 배웠다. 배워서 남주는 데 열정적인, 태도부터 ESG스러운(?) 인연을 만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다들 바쁘게 달려왔다. 눈을 떠보니 벌써 12월이다. 롱패딩에 몸을 꼭꼭 숨겨도, 차가운 칼바람이 니트 속을 파고든다. 운전을 해보니, 바닥이 얼어 있는 게 느껴진다. 책상에는 2023년 달력과 다이어리가 올려져 있다.

기획, 재무, 홍보, 인사, 법무 등 역사 자체가 오래된 직무와 달리 사내에서 ESG는 그 위상이 ‘상대적으로’ 아직은 공고하지 않은 듯하다. (당연히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겠으나, 일반적인 ‘경향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직무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학술적 영역으로 발돋움하였다. 이 말은 산업계와 학계 간 건설적인 연결고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의미로 한 말이다. 관련 학회의 규모도 크고, 이론과 실무의 조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산업계 관계자들의 재학습도 원활하다는 방증이다.) 

또 그동안 회사 혹은 그룹 내에서 해당 직무 출신의 임원들이 대거 배출됐다. 보다 많은 결정권을 쥔 자리에 어떤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주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래저래 ESG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SG가 시쳇말로 ‘핫하다’고 해서, ESG 부서나 담당자들이 자동으로 모두 다 ‘핫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 터이다. 기실 ESG는 그 자체로 경영전략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선한 마음’으로 소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자명하다. 인사와 기획, 커뮤니케이션, IR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을 구비해야 한다. 어렵지만 어쩌겠는가. 하는 데까지 해 봐야지.

ESG는 ‘요술 방망이’일 수가 없다. 내년에도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ESG는 툭하면 비난과 배척의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이제는 지겹기까지 한 ESG 무용론, 회의론 등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다. 반대 진영의 위세가 만만찮다. 

그럼에도 ESG의 날갯짓은 멈출 수 없다. 대항 논리에 대항할 준비를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은 마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유럽의 축구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달려가서 상대의 골망을 흔들고 승리를 쟁취했던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처럼. ESG를 고민하고, ESG를 실천해가는 담당자들에게 내년에도 분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필자도 부족하게나마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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