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과 위험인식 그리고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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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과 위험인식 그리고 월드컵
  • 박상범 항공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2.12.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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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박상범 교수] 일찍이 데보라 럽트는 인류가 극복해야 할 위험은 자연적 위험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 위험으로 그 중요성이 변화해왔다고 설파한 바 있다. 이러한 위험들을 인식하는 데에는 성별, 나이, 성격, 직업, 사회적 위치, 교육정도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이를 좀 더 확대하면 개인이 모인 조직, 사회, 국가마다 다를 수 있다. 위험인식(risk perception)에 대한 분석은 심리측정 방식(psychometric paradyme)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Slovic, 1990).

위험인식에 대한 인종별(민족별) 혹은 국가별 차이는 그들이 지나온 역사, 경험, DNA, 기질, 정치 및 경제상황, 주변환경, 과학기술 발전단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다음으로 대상 위험은 이미 알려져 있는지 여부,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지 여부, 위험이 발현되어 피해로 이어질 때 얼마나 급속히 나타나는지 여부, 피해의 규모, 위험이 공포스러운 정도, 새로운 위험인지 이전부터 있어온 위험인지 등으로 위험을 구분할 수 있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는 이(lice)를 비롯한 각종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DDT를 살포했다. 그것도 사람 몸에 직접적으로 뿌렸고 학생들은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더 많이 맞아서 유해한 해충 퇴치에 동참하고자 했다. 지금은 DDT가 발암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과학의 비약적 발전은 많은 자연현상에 대하여 설명해내고 있지만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산성비는 자연 및 자연생태계에 서서히 피해를 입힌다. 기후온난화로 인한 산호 파괴, 이상기후 등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진행된다. 원자폭탄 같은 경우는 단시간에 대규모 피해를 불러오지만, 이런 자연파괴 역시 시간이 갈수록 파괴적이다. 이러한 어떤 위험이 얼마나 공포스럽게 인식되는가 하는 것 또한 사람마다 민족간 차이를 보인다.

새로운 위험인지, 혹은 예전부터 존재한 위험인지와 관련해 특별히 살펴보고자 하는 부분이 개인의 혹은 인종별 심리적(사회심리적) 측면이다. 우리의 경우 사농공상의 유교적 지배원리, 가부장적 전통, 권위주의적 사회분위기에 눌려 개인의 특성이나 개성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사회적 흐름에 순응하며 사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도록 가르침을 받았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은 가족, 팀, 조직에 대한 영향 여부와 함께 공존한다. 이에 비해 서양의 경우 개인주의, 독립적 삶을 존중했다. 개인적 행위가 자연스럽고 개인의 심리나 고충에 대한 관심이 일찍부터 부각돼 왔다.

2022년 월드컵 축구가 우리 국가 대표팀으로서는 마무리가 됐다. 많은 이변이 있었고 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됐다. 축구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로 원시적 사냥, 혹은 땅따먹기 같은 종족간 전쟁이 스포츠로 변신한 까닭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본능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축구경기는 팀별 경기지만 개인의 역할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조직 위주 혹은 팀플레이가 중요하지만 개인의 역량 발휘 역시 중요하다. 중요한 부분은 개인이 본인의 역량을 발휘하다가 실수 등으로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부담이 어렵지 않게 해소될 수 있어야 한다.

축구경기에서 무승부라는 결과가 인정되지만 꼭 승부를 가려야 할 때는 승부차기를 한다. 또한 패널티 킥이 주어져 승부에 연결되기도 한다. 이때 골키퍼와 공격수라는 개인이 일대일 대결을 한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결과에 한쪽 편은 열광하고 다른 편은 낙담한다. 이때 골키퍼와 공격수가 감당해야 하는 위험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선수의 경우 서양의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이럴 때 심리적 부담이 좀 더 클 것으로 보여진다. 이때 부담은 개인의 몫인 동시에 팀의 부담이자 국가사회적 피해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소극적이 되고 움츠러들 가능성 역시 더 클 것이다.

우리가 위험, 위험인식을 개인별 혹은 민족별로 구분하여 분석해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음주나 흡연 같이 건강위험 요인을 개인의 몫으로 돌려 스스로 극복하도록 할 것인가, 혹은 마약과 같이 사회가 힘을 합해 퇴치하도록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있다. 축구라는 경기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기쁨과 통쾌함, 울분과 절망을 경험하는데 선수 중에는 개인적으로 실수나 부진으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담을 감담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개별 선수가 가질 수 있는 위험(특히 심리적 위험)을 사회적으로 분담하여 감당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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