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대한민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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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대한민국인
  • 이루나 kgn@kongje.or.kr
  • 승인 2022.11.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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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루나] 11월 초 가족과 함께 남해 서울농장 2박 3일 체험프로그램에 다녀왔다. 서울시지역상생교류사업단에서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공존을 위해 만든 체험 프로그램이다. 상주, 괴산, 영암, 영월, 부여, 남해 등 6곳의 폐교된 학교를 리모델링하여 숙소, 교육장 등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금요일 휴가를 내야하고 서울에서 400㎞에 달하는 먼 곳이지만, 저렴한 가격과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가득해 보여 용기를 내 길을 떠났다.

걱정과 달리 남해에서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들었다. 마을의 이장님과 귀촌한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농어촌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바다 카약 타기, 유자 막걸리 만들기, 고구마 캐기, 목공 실습, 노도의 김만중 문학관 체험 등 남해만의 매력에 흠뻑 빠져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체험 중 담당 매니저님께 마을과 농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농장이 위치한 남해 두모마을은 7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취학 대상 자녀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결국 마을에 하나 남은 양아 분교도 폐교됐다. 방치되던 학교 건물이 최근 서울시 지원을 받아 체험농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남해군은 65세 이상 인구가 39%(21년) 수준으로, 전국 10위 안에 드는 초고령화 사회다. 인구문제는 한 마을을 넘어 지역 사회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다.

인구학의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2100년이면 대한민국 인구가 2000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이미 정해진 미래이고 바꿀 수 없다고 단언한다. 2011년 47만명 수준이던 출생아 수는 2021년 26만명 수준으로 10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지금 출생아들이 30년 뒤 성인이 되고 출산 시기가 되면, 인구 감소는 막을 수가 없는 정해진 흐름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대한민국인은 멸종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고령화, 저출산로 인한 인구 감소는 분명히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생산인구가 줄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질 것이고, 지방과 서울의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다. 조영태 교수는 정해진 미래를 조급히 바꾸려 하기보다는 착실히 준비해 나가자고 조언한다. 정년 연장, 대학 입시 개편, 시니어 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며 모든 세대가 공존하는 방식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남해의 체험 농장도 미래에 모두가 함께 공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인구 감소, 고령화라는 흐름은 보험과 공제 산업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맞춤 상품이 마련되어야 하고, 평균 수명 증가에 따른 상품 수익률도 재점검해야 한다. 생산 인구가 감소하면, 공제 조합의 지속가능성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교직원공제회의 경우 학령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현직 교원 수는 점차 줄어들고 퇴직 회원에 대한 기금 지출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업종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새로운 투자처나 먹거리가 부족하면, 공제회의 운영이 어려워질 것은 자명하다.

남해에서 고령화와 저출산의 슬픈 현실과 마주쳤지만, 한편에선 희망도 보았다. 남해군의 지원으로 귀농한 청년들이 신선한 아이디어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지역 특산품인 유자와 멸치를 브랜드화해 온라인 마켓에 입점하고, 버려진 폐가나 창고를 개조해 카페나 문화 공간으로 활용한다. 지역 인프라 기반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남해 다랭이마을과 독일마을, 은모래 해변 등 명소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정부와 지역단체도 기금과 제도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공제와 보험업계도 남해군처럼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장기적인 플랜과 자구책이 없다면 분명 공제와 보험업계도 멸종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인구감소라는 미래는 정해져 있지만 더 나은 미래는 함께 노력하면 분명히 만들어갈 수 있다. 긴 시간과 미래를 다루는 업의 특성상 공제와 보험 업계가 미래에 기여할 일거리들이 많을 것이다. 부디 대한민국인이 멸종의 길에서 벗어나 공존을 위한 길을 찾기를 바란다. 우리 자녀 세대가 멸종위기종이 된다는 것은 부모로서 너무나 가슴 아픈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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