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회 설립 후 특수고용노동자 권익보호, 보험사각지대 해소 노력
목돈마련 응원사업, 건강증진 사업 등 회원에게 도움돼 보람
소액대출, 정보공유 플랫폼 제작 등 노동자 공익 실현 앞장설 것
[한국공제보험신문=홍정민 기자] 코로나19는 국내 고용시장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그중에서도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던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들과 프리랜서들의 체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지난해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가 출범했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들의 모금운동으로 6억2000만원의 재원을 마련한 공제회는 이후 금융산업공익재단, 공공상생연대기금 등 공익재단의 후원을 기반으로 자산형성, 직업훈련, 건강검진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창립 1주년을 맞은 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김동만 이사장을 만나 지난 1년의 성과와 앞으로 청사진을 살펴봤다.
창립1주년을 축하드린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한 해를 정말 숨가쁘게 달려온 것 같다.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는 아니지만 기반을 다지고 소중한 경험들을 축적하며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제회의 임원이나 사무국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길이었다. 공제회 사업에 대한 많은 분들의 공감과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난 1년간 중점적으로 다룬 사안은 무엇인가.
초기 대표사업인 목돈마련 응원사업, 직업훈련 지원사업, 건강검진 지원사업 안착화에 주력했다. 앞의 두 가지 사업은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지원으로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이뤄지는데 지원대상과 신청절차, 자격증빙의 내용과 방식까지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의 특성에 맞춰 재편했다.
아직까지 공제회 사업들이 알려져 있지 않아 몰라서 참여를 못하는 사람도 많고 의구심을 가진 노동자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7월 이후 거리 캠페인, 온라인 광고 등 홍보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인지도와 신뢰도 향상에 힘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제회에서 노동주도의 직업훈련체계 구축,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 대안적 건강관리 시스템 제시, 일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형성 등을 위한 사업들도 추진했다.
창립 후 가장 보람있던 순간은 언제인가.
가사노동자 한 분이 공제회 건강검진 지원사업을 통해 1차 검진을 받았는데 뇌에 뭐가 보여서 의사로부터 정밀 검진 소견을 받은 적이 있다. 즉시 정밀 검진을 안내하고 필요하다면 병원과 연계한 치료도 제안했다. 그분께서 건강검진 덕분에 이상 징후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해 정말 뿌듯했다.
또 목돈마련 응원사업으로 6개월마다 지원받는 12만원의 응원금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60대 가사노동자, 혼자서 모든걸 헤쳐나가다 기댈 구석이 생긴 것 같다던 웹툰작가도 기억에 남는다. 아직 매우 큰 규모는 아니지만 공제회가 도움이 됐다는 분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사업적으로는 공제회의 첫 공식 사업이었던 2021년 서울시 배달라이더 안전교육과 심야이동형 쉼터(셔틀) 시범사업이 의미가 깊었다.
안전교육의 경우 공공부문의 자원과 역량을 연결, 배달라이더 눈높이에 맞춘 교육콘텐츠를 기획함으로써 실기와 이론의 균형잡힌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공제회 주도의 안전교육은 여느 플랫폼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교육과는 달리 동료학습을 가능케 한다. 이는 교육 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하는 심리적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심야이동형 쉼터(셔틀)사업은 대리운전자 등의 심야이동권을 지원했다. 여기에 서울과 경기지역의 기존 이동노동자쉼터들을 연계함으로써 기존 쉼터들의 이용률까지 높일 수 있었다. 개별적으로 분산화된 공공부문의 취약노동자 지원사업들을 종합해 당사자인 노동자 중심으로 연결할 때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역할을 공제회가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고 본다.
반대로 힘든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무엇보다 헌신적으로 일해온 공제회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못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 회계감사에서 초과근로수당이나 출장비 지급조차 안되고 있다고 지적을 받기도 했다.
운영기반을 다지기 위해 아직은 외부의 후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개인적으로 인연을 맺어온 사람이나 조직에 우선적으로 부탁을 할 수밖에 없어 미안한 마음도 크다.
현재 규모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올해 1월부터 회원모집을 시작했다. 현재 공제회 회원으로 가입 신청한 인원은 3700여명이지만 회비를 내며 사업에 실제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은 아직 1000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단지 회비의 많고 적음의 문제라기보다는 아직은 다소 복잡한 신청과 납입 절차, 그리고 공제회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높지 않은 점이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참여 시스템을 빠르게 개선하고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하려고 한다. 공신력을 갖춘 기관들과의 협업도 강화함으로써 공제회 사업 참여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편 최근 코로나19가 엔데믹 상황으로 바뀐 여파도 있다. 배달 수요가 줄자 배달라이더 수도 감소했다. 라이더 중 노동조합이나 공제회에 가입한 사람 중 3분의 1은 다른 직종으로 옮기기도 하면서 회원수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다양한 직종을 아우르는데 어느 업종에서 가장 많이 가입하고 있나.
전체 회원으로 보면 가장 많이 가입한 것은 대리운전 노동자들이다. 목돈마련 응원사업이나 직업훈련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회원은 가사돌봄 노동자들이 가장 많다. 직종이나 연령별로 각 사업에 대한 호감도가 다른 것 같다. 하반기 들어 웹툰·웹소설 작가, 운동강사, 출판편집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종의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한 사업들을 확대하면서 공제회 가입 업종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여러 사업 중 회원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현재는 목돈마련 응원사업의 호응이 가장 좋다. 특히 가사노동자나 프리랜서에게 은행에 납입하는 적금 이자 외에 6개월마다 별도로 받는 12만원의 응원금에 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직업훈련기관의 교육 프로그램 수강 또는 자격증 취득시 3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도 이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참여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내년에는 20대 청년들에게 보다 집중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향후 회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추가적으로 진행할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급하게 신용대출이 필요할 때 일반 금융기간에서 대출이 어려운 회원들을 위해 소액대출이나 직종별 보험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 초까지 사업기획단을 꾸려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다.
또한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온라인 플랫폼을 제작중이다. 기업에서 OJT를 받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직업에 대한 정보나 직무능력향상을 위한 교육체계가 전무한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위해 서다. 공제회 회원만이 아니라도 누구나 접속해 필요한 정보의 제공과 공유 소통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위한 직업훈련, 세무교육 등 교육사업의 비중도 높이려 한다. 세무와 관련해서는 신뢰할만한 세무법인 등과 계약을 체결해 프리랜서들의 세무신고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모금을 통해 초기 목표 자본금을 마련했다고 들었다. 향후 재정안정화를 위한 중장기 비전을 듣고 싶다.
공제(共濟)조직은 구성원의 회비나 공제부금을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조직화가 미미한 플랫폼 노동자나 프리랜서들의 힘만으로는 최소 규모의 공제사업조차 기대하기 어려웠다. 우선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모금운동으로 6억2000여만원의 설립재원을 마련했다. 여기에 금융노사가 설립한 금융산업공익재단과 공공부문 노사가 만든 공공상생연대기금의 과감한 지원결정으로 초기 사업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올해도 여러 기업이나 노조의 후원을 통해 사무국 운영과 공제회의 여러 사업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1만명 상당의 회원가입을 바탕으로 회비기반 운영구조를 마련하는 것을 내년도 목표로 뒀다. 단기적으로는 정부나 지자체 사업을 위탁받거나 공모사업에 참여해 재정적 지원을 받으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퇴직공제 등 적립형 공제사업으로 재정을 안정화해 나가야 한다는 판단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985년부터 33년간 노동운동을 했고 그 연장선에서 3년 3개월동안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직을 수행했다. 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이사장이 인생 마지막 노동운동의 자리라고 생각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새로운 길의 기초를 닦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큰 사명감을 느낀다.
재정기반을 확충과 운영 안정화화가 초대 이사장의 역할이라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도 많은 단체와 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부담을 얹어 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만은 않지만 공제회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고 연대해 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