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위험의 증가’와 법원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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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위험의 증가’와 법원 판례
  • 한창희 국민대 교수 chgm@kookmin.ac.kr
  • 승인 2022.11.0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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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한창희 교수] A씨는 방앗간을 운영하면서 자가용 승용차를 운전하며 무배당장기상해보험과 무배당장기상해운전자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중형화물차를 취득하여 직접 영업용으로 운전하며 개별화물운송영업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다가 운전 중 사망했다. 유가족들은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이를 거절했고, 소송 끝에 보험사가 승소했다.

보험업에서 이런 식으로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은 종종 발생한다. 보험법에서 위험의 증가라 함은 보험계약이 성립한 이후에 그 위험상태가 실제로 변경된 것을 의미한다.

보험법상 위험이 현저히 증가한 경우 보험계약자는 사실을 알게된 때에 지체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해야 하며, 이를 게을리하면 보험자는 보험금지급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만 보험자는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되거나 증가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이 증명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

보험가입자는 보험계약 체결 후에는 사고가 발생해도 손해를 보험금으로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가 감소하게 된다. 이에 따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위험증가의 통지의무는 보험계약 체결 후 보험자와 계약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보험계약 이후 사고율이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위험이란 사고발생의 가능성을 말하며, 위험의 현저한 증가라 함은 그 증가된 위험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 존재했다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사실을 말한다.

위험의 현저한 증가에 해당하여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책임이 인정되지 아니한 판례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B기업은 누적 적자로 인해 폐업신고를 하고 대표이사를 비롯한 간부와 관리직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산직근로자 중 약 90여명이 폐업철회를 요구하며 회사 공장 내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공장 내 회사 자산 방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공장을 점거했다. 근로자 일부는 야간에도 공장에서 나가지 않고 숙식을 해결했다. 그러던 중 밤 8시경 전열기 과열로 보험목적물인 작업장 건물 및 재봉틀 등 내부 집기가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법원은 보험자가 보험지급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경지정리사업용 수로관 제작·납품업체인 C기업은 화물트럭을 구입하여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임의로 트럭에 크레인을 장착하여 이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고 작업하던 중 인근에 설치된 2만5000볼트 고압선에 크레인이 닿아 회사 직원이 감전 및 쇼크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서도 법원은 보험자에게 보험금지급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위험의 증가가 무조건 보험사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위험의 증가의 경우 보험금을 전혀 지급하지 아니하는 경우 피보험자에게 너무 가혹한 점을 완화하는 다음과 같은 보험실무가 존재한다.

먼저 실손의료보험약관에서는 비례보상원칙을 규정한다. 즉 보험기간 중 직업의 변경으로 위험이 증가(상해급수 1급 → 2급: 상해사망 보험요율 : 1급 0.3, 2급 0.5)되었으나, 이를 회사에 알리지 않고 변경전 보험료를 계속 납입하던 중 상해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상해사망 가입금액이 1억원이면 고객이 수령하는 상해사망 보험금은 1억원 × (0.3 ÷ 0.5)로 6000만원이다.

자동차종합보험약관에는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을 맺은 후 ①용도, 차종, 등록번호, 적재정량, 구조 등 피보험자동차에 관한 사항이 변경된 사실, ②피보험자동차에 화약류, 고압가스, 폭발물, 인화물 등 위험물을 싣게 된 사실, ③그 밖에 위험이 뚜렷히 증가하는 사실이나 적용할 보험료에 차이가 발생된 사실을 알고도 지체 없이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지급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실무에서는 크레인이 설치된 피보험자동차 등에는 특별요율을 적용하는데, 위험증가의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일반요율이 유지된 경우가 문제된다. 이 경우 실무에서는 위의 자동차보험판례와 같이 사람이 사망한 고액사고를 제외하고는 보험사고가 발생된 후 통지의무위반이 확인되는 경우에 보험계약자의 고의·중과실로 인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고 증가된 위험에 대한 보험료와 계약 당시의 보험료의 차액을 소급해서 추징한다. 보험민원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생명보험회사의 보험에서는 위험증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예컨대 피보험자가 생명보험계약 성립 후 새로운 질병에 걸린 경우 사망 확률은 높아지지만 위험증가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장래 질병에 걸릴 위험에 대해서도 모두 보험계약 체결시 위험측정에서 반영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위험의 증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위험의 증가가 있었지만 보험계약자가 지체없이 통지의무를 이행한 경우 보험자는 위험증가가 있는 경우에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아니하고 보험료의 증액을 청구하여 보험계약을 계속할 수 있다. 위험 증가분에 대해 위험과 보험료의 대응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보험자는 보험계약체결시 합의된 보험료와 증가된 위험에 대응하는 보험료의 차액인 추가보험료를 청구하게 된다. 보험계약자가 지체없는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지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기 때문에 보험자의 해지권이 없는 경우 또는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라는 해지권의 제척기간을 도과하여 해지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같다. 보헙법에는 추가보험료의 지급에 관한 법률관계에 대한 규정은 없다. 따라서 추가보험료의 지급에 대해서는 보험계약에 위임된다.

둘째, 위험증가의 통지의 대상인 위험의 문제이다. 우리의 보험법은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성립후 현저한 증가가 있는 위험을 탐색하여 지체없이 통지하고, 이를 게을리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여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다. 보험계약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있지만, 비전문가인 보험계약자는 가입한 보험계약에서 어떠한 사항이 현저한 위험의 증가인가 파악하기 어렵다.

독일 보험계약법은 서면형식의 명시적인 합의에 의하여 위험증가로 보는 위험사항의 변경만을 위험증가로 한다. 일본의 경우 질문에 의한 답변의무가 모든 보험종목에 채용되어 있고, 위험의 증가는 고지사항에 대한 위험이 높아지는 경우로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위험증가의 통지의무를 규정한 보험약관에서는 통지대상을 예시하지만 ‘그 밖에 위험이 뚜렷히 증가하는 사실’을 통지의무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통지의무의 범위가 무한히 확대되어 있다. 위험증가에 관한 상법 보험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위험증가의 통지의무는 보험자가 정보우위자인 보험계약자에 대하여 정보비대칭을 완화하기 위하여 보유하고 있는 제도 중 고지의무제도와 함께 보험자의 대응책의 한 축을 구성한다. 반면 보험비전문가인 보험계약자로서는 보험가입 후에도 위험의 현저한 증가가 있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즉시 통지하지 아니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되어 보험민원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보험소비자보호의 측면에서 위험증가에 대한 보험법의 업데이트와 보험실무에 대한 이해가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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