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의 악몽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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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의 악몽이 시작됐다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2.09.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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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집에서 보낸 지난 2년은 평온했다. 윗집에 사는 점잖은 노부부는 쿵쿵거리는 발소리 한 번 낸 적이 없고, 하수구로 담배 냄새가 올라오는 일도 없었다. 주변에서 이웃 간의 분쟁으로 골치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공감을 못 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했다.

악몽이 시작된 건 두 달 전이었다. 인테리어 공사와 함께 윗집엔 새 이웃이 입주했고, 쿵쾅거리는 층간소음이 시작됐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계속됐다. 우리 부부는 며칠 전 인테리어 공사로 시끄럽게 해서 죄송했다는 인사를 하러 찾아온 윗집 부부의 예의 있는 모습을 떠올리며 금방 주의를 주겠거니 하고 참았다.

하지만 층간소음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논의 끝에 층간소음이 심하다는 걸 윗집에서 잘 모를 수도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토요일 오후, 우린 미리 사둔 롤케익을 들고 조심스레 윗집 초인종을 눌렀다. 열린 문틈 사이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둘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죄송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하자 윗집 부부는 아이들을 주의시키겠다면서도 여운이 남는 한마디를 남겼다. “근데 좀 예민하신 것 같네요”

계단으로 내려오는 길에 아내와 왠지 이 문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길 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 날은 좀 잠잠한 듯하더니 다시 쿵쾅거리는 소리가 시작됐다. 하지만 윗집 말처럼 우리가 예민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 이야기하기엔 망설여졌다. 괜히 감정만 상해 지금보다 더 소음이 심해질까 걱정되기도 했다. 일주일쯤 참다 관리사무소에 연락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먼저 층간소음 문제를 겪은 직장동료가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추천해줬다. 센터에 전화를 해보니 윗집과의 중재와 소음측정을 도와줄 수 있다고 한다. 윗집이 중재를 거부한다면 소음측정 결과를 활용해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소송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층간소음 문제로 소송까지 생각하다니, 그동안 어지간히 스트레스가 쌓였구나 싶었다.

그 사이에 아내도 이런저런 걸 많이 알아봤는지 층간소음 이사보험을 드는 건 어떻겠냐고 했다. 윗집과 분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느니 차라리 이사비용이라도 아끼자는 이야기였다. 일회성으로 만 몇천 원의 보험료를 내면 층간소음 문제로 이사를 갈 때 200만원 한도에서 이사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근거자료는 층간소음 상담이나 분쟁조정을 신청한 기록으로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보험사에서 그렇게 쉽게 보험금을 지급할까 하는 의심과 함께 이사 가기 전 보험에 가입하고 악용하는 사람은 없을까 싶었다. 층간소음의 고통으로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요즘 같이 집값도 전셋값도 비싼 시기에 이사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할 거라는 걸 노리고 만든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우선 윗집과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아내를 달랬다.

층간소음으로 이사를 가든, 의외로 문제가 잘 해결돼 이 집에서 오래오래 살다 이사를 가든, 우린 다음 집에서 층간소음을 예방할 수 있도록 바닥시공을 하려고 한다. 입장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다음번엔 평화로운 토요일에 우리 집 초인종이 울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윗집이라고 아랫집과 관리사무소에서 주기적으로 연락을 받으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러니 애초에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서로 조심하는 게 가장 확실한 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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