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보험사 건전성 ‘악화’...올 하반기 ‘최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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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에 보험사 건전성 ‘악화’...올 하반기 ‘최대 고비’
  • 박정호 기자 kgn@kongje.or.kr
  • 승인 2022.08.3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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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확충 상반기만 4조원 ‘역대 최대’...채권 이자 부담 커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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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박정호 기자]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평가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자본확충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4조원에 육박하는 유상증자와 자본성증권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자본확충이다.

문제는 보험사의 자본확충 러쉬에도 건전성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험업계는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도입 직전인 올해 하반기가 최후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지급여력(RBC) 비율은 한화손해보험 122.8%, NH농협생명 131.5%, DB생명 139.14%, 흥국화재 146.65% 등으로 금융당국의 권고수치인 ‘150%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

RBC비율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대비 보험사가 쌓아둔 돈을 의미하고,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RBC 비율이 100%로 아래로 떨어지면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할 수 없다는 의미다. 보험업법은 보험사 RBC 비율 100% 이상을, 금융당국은 재무건전성 강화 측면에서 RBC 비율 150%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넘은 보험사들의 RBC비율도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1분기 보험사 RBC비율은 한화생명 161%, KB손해보험 162.3%, 하나생명 171.1%, DB손해보험은 188.7%, 현대해상은 190.7%, 신한라이프 255%, 삼성화재는 271.3%, 푸르덴셜생명 280.7%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생명은 246%의 안정적인 RBC비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말 대비 59%포인트나 급락했다.

보험사의 RBC비율이 급격히 악화되는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보험사 자산 비중이 가장 큰 채권의 평가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사상 최저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 0.5%에서 0.75%로 인상했고, 11월에도 0.75%에서 1%로 인상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도 이어졌다. 한은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1.25%로 올렸고, 이후 8월까지 4차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 2.50%까지 끌어올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매도 가능한 채권의 회계상 평가 손익이 급락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보험사의 RBC비율 악화가 더 심화될 전망이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1분기 말까지 0.721%포인트 급등했고 2분기에도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 또 아직 4월 인상된 기준금리는 이번 RBC비율에 반영되지 않았고, 인플레이션 압력과 추경 등을 고려할 때 오는 26일 금통위가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졌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금액은 2조9000억원에 달한다. NH농협생명이 올해 1조4300억원 규모의 자본을 보강했고, 한화손보 2500억원, DGB생명 950억원, 흥국생명 500억원, 푸본현대생명 500억원 등도 후순위채나 영구채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또 한화생명이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고, 메리츠화재와 KB손해보험도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보험사들의 유상증자와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는 4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역대 최대치의 대규모 채권 발행으로 보험사의 이자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55개 보험사 채권이자 비용은 289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 증가했다. 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 이미 역대 최대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섰고, 현재 채권발행·조달 금리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보험사들의 이자비용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들의 건전성 부담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문제는 도입 직전 향후 7개월 동안 이전보다 더 자본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여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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