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공황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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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공황 구매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2.07.21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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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박상범 교수] 코로나19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재확산의 우려도 커지고 있으나, 한때 60만명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파고 하나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 또다른 파도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한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에 미친 영향 중 하나가 공황구매, 충동구매, 사재기이다. 중국이나 홍콩, 싱가폴, 미국 등에서는 휴지, 베이컨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비정상적인 구매현상이 벌어졌다. 언론이나 업계, 학계에서도 이러한 현상에 대한 분석 보고서, 연구보고서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분적으로 마스크 등이 품귀현상을 빚은 적이 있으나 공황구매(panic purchase)라 부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공황구매, 충동구매, 사재기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있으나, 굳건하고 촘촘한 유통망구조, 동네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경쟁적 입점으로 인한 편리한 구매가능성과 풍부한 물량,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역할 역시 신속하고 신뢰를 주기 충분했다는 점 등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외국에서 발생한 패닉구매 관련 원인을 분석함에 있어 영향요인으로 제시되는 것이 불확실성, 공급부족 우려, 사태의 심각성 등이고, 중심역할을 하는 요인이 불안(anxiety)이다. 불안을 조장하는 다른 요인들 중 하나가 잘못된 뉴스, 근거없는 풍문이고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작동하게 하는 동기의 하나가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이다. 주변사람들이 하니 나도 한다는 식이다. 그것이 대규모로 이어지는 상황(herd behavior)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의 경우 잘 발달한 유통망, 시민의식,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제공, 정부의 신속한 대처 등이 공황구매 등 집단적 행위를 차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매 등의 행위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보가 있어서 이를 알아야 하고, 대상에 대한 관심을 갖고 탐색을 하고, 이를 정리해서 태도를 정하고, 그것이 의도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 가장 잘 알려진 행위이론이다(합리적 행위이론, 계획된 행위이론). 물론 의도는 대체로 행위로 연결된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논리는 정상적인 상태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이다. 공황구매와 같은 경우는 정보부족 및 잘못된 정보, 급박함, 우려와 불안이 겹쳐서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기 힘든 상황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즉, 이성이나 경험 등에 기한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기보다 본능적이고 심리적인 기제가 작동하게 된다.

심리적인 영향은 개인특성이 반영돼 표준화된 결과예측이 어렵다. 불안(anxiety), 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능성, 상황대처 스타일 등 대부분의 요인에서 개인차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공황구매 관련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밴드웨건 효과이다. 개인의 심리적 기제의 작동은 차이가 있겠지만 밴드웨건 효과와 같은 경우는 발생이유에 상관없이 한번 불이 붙으면 사회혼란 등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공항구매가 발생한 적은 없으나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금융권에서도 밴드웨건 효과는 항상 경계의 대상이다. 금융권에서의 공포를 수반한 밴드웨건 현상으로는 1929-1939년 미국 경제 대공황 당시 뱅크런(abnk run) 사태가 있었다. 2010년대 초 국내에서도 저축은행 뱅크런 사태를 겪은 바 있다. 공황구매, 뱅크런 등에 대한 대비는 주로 국가, 사회 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경제 대공황 때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은행거래를 3일간 중지시키고, 이후 재개장시 각 은행지점에 엄청난 액수의 화폐를 공급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일반인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심리적 측면을 잘 치유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저축은행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란 상황은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른 공황구매 현상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대처하면서 얻은 교훈을 방역 등 의료분야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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