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주년] 손보사 신사업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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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주년] 손보사 신사업 어디까지 왔나
  • 이광호 기자 leegwangho@kongje.or.kr
  • 승인 2022.07.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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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헬스케어 등 신사업 진출 활발
통합금융앱, 다이렉트 보험 브랜드 만들기도
달라진 보험 생태계… 조직개편, 혁신실험 사활
“산업 경계 사라지고 데이터 경쟁 본격화”

[한국공제보험신문=이광호 기자]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2019년 손해보험 가구 가입률은 88.5%, 생명보험 가입률은 80.9%에 달한다. 추가 성장을 위해서는 한 명의 고객도 아쉬운 상황. 보험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손해보험사 신사업 담당자들을 만나 현재 고민하는 지점과 신사업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삼성화재, 빅테크와 정면 승부

삼성그룹은 빅테크 기업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 플랫폼을 만들었다. 삼성그룹 통합 금융앱인 ‘모니모’가 그것이다. 모니모는 ‘모이는 금융, 커지는 혜택’이라는 뜻으로, 계정 하나만으로 삼성금융 4개사의 거래 현황을 모두 조회할 수 있다. 모니모 전용으로 판매하는 ‘혈액형별 보장보험’, ‘1년만기 저축보험’ 등의 상품도 존재한다.

특히 삼성화재는 지난해 10월 다이렉트 보험 브랜드인 ‘착’을 신설해 보험 판매의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고 있다. 브랜드 네이밍은 고객에게 착 맞는 맞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맞게 데이터 분석 및 AI기술을 활용해 개인별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자동차보험 등 초개인화 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삼성화재는 2018년 6월 출시한 걷기 서비스 ‘애니핏’을 “전 국민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인 ‘애니핏 Plus’로 새롭게 탈바꿈할 계획이다. 애니핏 Plus는 6월 중순 론칭할 계획이며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B2B 수익 모델도 개발 중이다.

삼성화재는 해외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일례로 2019년 11월 캐노피우스사에 지분투자를 통해 글로벌 보험시장의 심장부인 영국 로이즈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국내 최초 사례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이를 통해 북미,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협업을 본격화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2020년 11월에는 텐센트 등과 함께 중국 현지 합작보험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2021년 6월 중국 금융당국에 설립 인가를 신청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12억명에 달하는 텐센트 고객과 IT 인프라를 활용해 중국 현지에서 온라인 개인보험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KB손보, 마이데이터·요양병원 서비스

KB손해보험은 신사업전략으로 마이데이터 산업과 노인요양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차별화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초고령사회 전환에 맞춰 노인요양사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KB손보는 지난 4월 손해보험사 최초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출시했다. 서비스 내용은 △금융자산에 대한 통합 조회가 가능한 ‘마이자산’ △내가 가입한 보험상품 조회 및 보험내용 분석, 맞춤상품 추천을 해주는 ‘마이보험’ △건강 미션을 수행하고 포인트를 제공받는 ‘마이혜택’ 등이다. 또한 KB손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체 보험사의 실손보험 청구를 할 수 있다.

또한 KB손보의 100%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요양사업에 진출했다. 사업 모델은 거주형 노인의료복지시설과 재가노인복지시설 두 가지다. 2017년 서울 강동구에 ‘강동케어센터(주야간보호시설)’를 설립했으며, 2019년 5월에는 서울 송파구에 프리미엄 노인요양시설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와 ‘위례케어센터’를 세웠다. 2023년 하반기에는 ‘은평 빌리지(가칭)’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어 노인복지주택 사업도 진출 예정이다.

골든라이프케어의 2021년 당기 순이익은 –10억 8000만 원으로 적자 상태다. 그러나 매출액은 2019년 46억8000만원, 2020년 64억7000만원, 2021년 83억9000만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포화 상태인 보험사업과 달리 앞으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노인요양사업에 뛰어들어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요양기관에 입소한 고객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KB그룹과의 협업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KB손보 관계자는 “고령화시대에 맞춰 일본 사례를 참고해 요양사업을 시작했다”며 “사업 자체의 성장가능성도 높지만, 장기적으로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면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B손보, 고객별 맞춤서비스 제공

DB손해보험은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인 ‘MY뷰’ 서비스를 오픈했다. 지금까지는 보험계약 정보를 개별 서비스 메뉴별로 확인해야 했으나, UX/UI를 개선해 메인화면에서 고객 정보를 통합해 보여주도록 변경했다. 이에 따라 고객은 △가입 중인 보험계약 △대출 가능금액 △보상처리현황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필요에 따라 원하는 서비스로 즉시 연결 가능하다.

또한 ‘생각대로 라이더를 위한 시간제 유상운송보험’ 개발에 착수했다. 이 보험은 자차보유 프리랜서, 라이더를 위한 분 단위 적용 특화 보험이다. 한 시간이나 10분 단위로 보험료를 선정했던 타 보험과 달리 실제 근무시간만을 측정하는 형태로 개발돼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고, 타사와 차별화할 계획이다.

DB손보는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작년 8월 카카오페이 전용 암보험을 출시했다. 이번 암보험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금융 플랫폼과의 첫 번째 제휴 상품이다. DB손보 최초로 장기보험 계약 체결 시스템에 오픈 API를 적용해 금융 플랫폼과의 제휴 모델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카톡으로 보험 선물

보험의 혁신은 상품내용 뿐만 아니라 구매 방식을 통해서도 진행 중이다. 보험 가입은 설계사를 통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제는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서도 쉽고 편하게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소액단기보험을 선물하는 것도 가능하다. 집들이할 때 ‘주택보험’을, 여행을 가는 친구에게 ‘원데이 레저보험’을 보내주는 식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보험사는 △하나손해보험 △삼성화재 △처브 △AIG △현대해상 △롯데손해보험 등이다. 취급하는 보험 상품도 △슬기로운 유아생활 △플랫폼회원상해보험 △원데이 전동킥보드 PM보험 △원데이 레저보험 등산플랜 △지켜줘 홈즈 주택보험 등으로 다양하다. 보험 금액도 최소 890원(하나손보 원데이 전동킥보드 보험)에서 최대 2만7600원(삼성화재 플랫폼회원상해보험)으로 부담없는 수준이다.

보험을 직접 선물해본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처브 주택보험 구매자들은 “집들이 선물로 받았는데 간편하게 가입 가능했고 센스 있게 느껴졌다!”거나 “손쉽게 실용적인 보험을 가입 할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인 평을 남겼다.

다만, 아직까지 “보험을 선물한다”는 개념이 고객들에게 익숙치 않고, 카톡 선물하기 화면 내에서 보험 선물 카테고리를 찾기 어려운 점 등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늘 아래 새로운 보험은 없다”

손보사들은 신사업과 함께 다양한 이색 보험도 선보이고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아동학대피해 보상이 가능한 ‘슬기로운 자녀생활보험’을 내놨고, 캐롯손해보험은 보험이 필요할 때 켰다가, 필요없을 때 끄는 ‘On-off 해외여행보험’을 출시했다.

삼성화재는 애니핏을 이용해 주중에 6000걸음 이상 걸은 날이 50일 이상인 고객에게는 자동차보험을 추가로 3% 할인해주는 ‘애니핏 걸음 수 할인 특별약관’을 만들었고, NH농협손해보험은 소(牛) 근출혈보상보험을 출시했다. 해당 보험은 반응이 좋아 2021년에는 민간 도매시장으로까지 확대했다. 이밖에 티켓보험, 날씨보험 등 이색 미니보험이 속속 생겨나는 분위기다.

이처럼 기존에 없던 이색보험이 생겨나는 이유는 2030세대 등 신규 고객에게 어필하고, DB 수집이나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0대 이상은 대부분 보험을 갖고 있어서 20·30대 신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색 미니보험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늘 아래 새로운 보험은 없다”고 말한다. “문화나 법 제도 등에 따라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보험을 제외하면, 외국에서 판매되는 보험은 국내에서도 모두 판매되고 있으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보험이 탄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법이나 제도가 바뀌면 새로운 보험이 등장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규제가 생기면서 미세먼지 보험이 탄생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겨나면서 이에 대한 보험 출시를 검토하는 것이 그 예이다.

격변의 시기, 변화의 파도 넘어야

손보사들은 변화의 시기를 맞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가입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더라도 신규 가입자 없이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디지털전환, 인슈어테크, 헬스케어, IT기업과의 경쟁 등 달라진 환경에 맞게 체질을 개선하고 변화의 파도를 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에 기존의 보험과 보장 내용에서 차별화를 꾀하거나 미니보험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등의 전략은 물론 새로운 사업으로의 영역 확장도 요구된다.

예컨대 손보사들의 헬스케어 산업 진출의 경우 보험사와 고객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을 줄일 수 있다. 보험사에서 웨어러블 기기 등을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하고 맥박, 체온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면, 맞춤 상품 추천은 물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손해율 관리가 수월해진다. 더 나아가 걷기 운동을 하면 보험료를 낮춰주는 식으로 ‘사고 후 보상’에서 ‘사전 예방’으로 보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언더라이팅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인데 헬스케어 디바이스를 통한 데이터가 쌓이면 보험 시장이 더 세분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또한 “동일위험 동일가격”이라는 규칙이 세분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전에는 ‘30대 남성’ 정도로 규정되었던 것이 지금은 운전 습관, 속도위반, 끼어들기 등을 모두 고려해 보험료를 책정한다는 설명이다.

다른 이슈들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고, AI기술을 통한 업무 및 보험관리 프로세스 자동화, 인슈어테크를 활용한 혁신 보험상품 개발, 카카오톡 메신저 등 고객 접점이 뛰어난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 등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에 성공해야 한다.

당장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빅테크 기업의 보험업 진출만 하더라도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찾아와서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푸시(Push, 가입권유)해야 하는데 기존 손보사는 다이렉트 홈페이지를 갖고 있더라도 고객 모집에 한계가 있다. 반면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 자회사 보험 상품을 매일 노출하다보면 고객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처럼 ‘모니모’ 같은 자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경우에는 플랫폼 기업과 대결해볼 수 있지만 독립된 보험사의 경우에는 이러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시작되면서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고 데이터 싸움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등의 IT기업은 고객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갖고 있어 전통적인 보험사와 경쟁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보험사들은 빅테크 회사와 제휴를 하거나 조인트 벤처를 만드는 등 기존의 시장 영역을 지키면서 빅테크 기술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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