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 홍보팀은 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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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 홍보팀은 왜 없을까?
  • 이광호 기자 leegwangho@kongje.or.kr
  • 승인 2022.04.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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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이광호 기자] “널리 알림. 또는 그 소식이나 보도” 국어사전 상 홍보의 정의다. 이처럼 기업이나 인물 등의 소식을 널리 알리는 것이 홍보의 역할이다. 하지만 일반 기업과 달리 공제기관은 홍보팀을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다. 자기 PR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에 공제조합이 홍보팀을 적극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보없이도 잘 살아요

공제기관은 교사, 군인, 건설회사 등 특정 산업이나 직군을 대상으로 보증이나 공제, 저축 등의 상품을 서비스한다.

조합원들의 출자금이나 적립금, 보증 수수료나 투자 수익이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홍보가 수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적어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는다.

또한, 홍보가 비조합원들의 가입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애초에 조합원 자격이 정해져 있으므로 홍보의 필요성이 다소 떨어진다.

결론적으로 공제기관들은 안정적인 수익구조와 고객 확장 필요성이 낮기 때문에 홍보에 소극적인 것이다.

이 때문에 교직원공제회 등 일부 공제회를 제외하면, 홍보팀이 따로 없는 곳들도 많다. 공제회들도 홍보담당 인력이 1~2명 수준으로, 수천억원~수조원을 다루는 기업 규모에 비해 홍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홍보 필요성이 적은 중소형 공제조합들은 전략기획실 등 기획총무부서에서 홍보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모르는 척 해주시면 안 될까요?

“좋은 기사는 감사하지만, 내려주시면 안될까요? 주변에서 주목받는 게 부담스럽습니다. ‘따듯한 무관심’ 부탁합니다”

모 공제조합에서 기자에게 이야기한 내용이다. 조합에 긍정적인 내용의 기사가 나갔지만, 협회와의 갈등 등 정치적인 이슈가 있어 ‘외부 노출 자제 중’이란 설명과 함께 자신들의 이름을 빼달라는 요청이 왔다. 작은 사건 하나라도 과대포장하고 언론에 최대한 노출되고 싶어하는 일반 기업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공제기관은 ‘따뜻한 무관심’을 원한다. 우선 연봉이나 복지 등이 좋은 편에 속하지만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숨은 신의 직장’이기 때문이다. 언론 등 외부의 관심을 받게 되면 괜히 긁어부스럼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조합들이 종종 있다. 대한항공이나 남양유업처럼 높은 인지도가 독이 된 사례들이 있는 만큼, 조용히 잘 먹고 잘 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공제기관 입장에선 유관 공무원의 동향이나 대관 및 정무업무, 협회와의 관계 설정, 법 개정을 통한 사업범위 확대 등에 더 관심이 있다. 홍보를 통해 외부 관심이 높아지고, 공제기관에 대해 돋보기를 들이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홍보팀은 필요해요

그럼에도 홍보팀이 필요한 것은 ‘투명성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제기관에서 감추려고 해도 결국 드러날 것은 드러난다. 투명성, 공정성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차라리 평소 홍보 역량을 강화해 기관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위기관리 상황에는 홍보팀을 ‘워 룸(War Room·비상 상황실)’으로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홍보팀을 통한 ‘창구 일원화’다. 한 부서에서 이슈 대응을 일원화함으로써 여러 부서에서 중구난방으로 답변하다가 허점이 드러나는 등의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홍보팀은 부정적인 이슈를 수시로 모니터링해 이슈가 커지기 전 사전대응하는 역할도 한다. 업계 분위기는 물론 여론을 고려해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회공헌이나 ESG 등으로 평소 신뢰 관계를 구축해놓으면 사건이 발생했을 때 부정적인 이슈를 완충하는 기능도 할 수 있다.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도 홍보팀이 필요한 이유다. 홍보팀은 지속적으로 조합 관련 자료를 배포함으로써 이슈를 환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조합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거나 조합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홍보의 역할이다.

적극적인 홍보로 공제기관의 성과를 부각할 수도 있다.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은 12년간 산업실태조사를 조사‧발표 중이다. 이런 내용을 보도자료로 내보냄으로써 조합의 성과를 대중에게 공유했다. 자칫 내부에서만 공유하다 묻힐 수 있는 성과가 알려지며 일하는 조합이란 평가를 얻었다. 이렇게 꾸준히 평판을 관리하면 장기적으로 조합의 이득으로 돌아온다.

다만 공제조합에 따라서 홍보팀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운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공제조합 관계자는 “홍보팀을 운영할 수 있으면 좋지만 예산과 비용의 문제가 있다”며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홍보팀을 운영할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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