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공-협회 갈등①] 최영묵 이사장 돌연 사퇴, 사건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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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공-협회 갈등①] 최영묵 이사장 돌연 사퇴, 사건의 내막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1.12.1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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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와 조합간 지속된 갈등이 사퇴 원인, 직원 채용공고 정면충돌
김상수 건설협회장, 조합 운영위원장 물러났음에도 경영권 침해 잦아
건설공제 노조 “심각한 경영권 훼손, 강력 투쟁…파업도 불사”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최영묵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이 돌연 사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이사장의 임기는 지난 10월 끝났으나, 후임 이사장 선임까지 직책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건설협회에서 인사권 침해 등 경영간섭을 시도하자 이에 반발해 조기 퇴진을 결정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건설공제조합과 대한건설협회의 갈등도 재조명받고 있다. 한국공제신문이 입수한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건설협회장이 조합 운영위원장 선출에 개입하고 조합 예산을 협회 사업에 사용하는 등 사금고처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조합이 협회 측에 지원한 금액은 무려 495억원에 달한다. 조합 협회 갈등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조합 이사장, 협회 외압에 반발해 사퇴

최영묵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은 지난 6일 조합 내부 통신망을 통해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권의 핵심은 인사권이고, 인사권의 최후 보루는 채용인데 기본적인 경영권마저 침해당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설공제조합은 1일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내고 인력 충원을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이 이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했으며, 이는 과도한 경영간섭이라는 판단 아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공제조합 노조 관계자는 “결원이 생겨 채용공고를 냈는데 평소 조합 직원이 너무 많다고 주장하던 건설협회장이 ‘채용하지 말라’고 요구해 이사장과 마찰을 빚었다. 조합과 협회는 엄연히 별개 조직인데 직원 채용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임원 선임의 경우 조합이 운영위원회에 보고해 진행하지만, 그외 직원에 대한 인사권 행사는 이사장 고유 권한이다. 조합 내부에서도 협회장의 간섭은 월권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례없는 이사장 협회장 갈등에 건설공제조합도 흔들리고 있다. 전국사무금융노조 건설공제조합지부는 8일 긴급 집회를 갖고 “이사장이 경영권 침해에 버티지 못하고 사임하는 비극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이번 사태를 심각한 경영권 훼손 행위로 받아들이고 강력 투쟁을 선포했다. 매주 협회 측의 정기적인 경영간섭 규탄 집회를 개최하고, 현재 진행 중인 단체교섭결렬 선언 후 쟁의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사태가 원만히 수습되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할 방침이다.

건설공제조합은 지난달 21일 최영묵 이사장의 후임 선출을 위한 이사장 공모 절차를 시작해 6일 서류접수를 마감했다. 11명이 공모에 참여해 향후 서류전형, 면접, 운영위원회 심사를 거쳐 내년 1월 11일로 예정된 조합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다만, 최 이사장의 사퇴로 당분간 경영공백이 불가피하다. 조합은 새로운 이사장이 선임될때까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이명노 전무이사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에 보낸~~ㅇㄹ부 ‘건설공제조합 관리감독 소홀’ 질의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에 보낸 국정감사 서면질의서 일부. 김상수 건설협회장이 신임 운영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협회 간섭 심각, “터질 게 터졌다”

이번 사건을 보는 공제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건설공제조합은 김상수 회장이 취임한 이래 꾸준히 협회와 마찰을 빚어왔으며, 김 회장이 작년 국정감사 당시 ‘박덕흠 논란’을 계기로 조합 운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조합 경영에 개입해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작년 국감에서는 박덕흠 의원이 2009년 전문건설협회장과 전문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면서 지인 소유 골프장을 비싸게 사들이는 등 이권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그동안 건설협회장이 관행적으로 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을 겸직하던 규정을 삭제했다. 공제조합을 공정하게 운영하려면 ‘금산분리’처럼 이해당사자인 사업자가 모인 협회로부터 조합이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운영위원장 직함을 내려놨음에도 김 회장은 여전히 조합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공제신문이 입수한 2021년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11일 열린 제300차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는 건산법 시행령 개정 이후 첫 운영위원회로 부의된 안건은 ‘운영운영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선출 건’이다. 법 개정으로 물러난 김 회장의 후임자를 뽑는 자리였다.

김 회장은 회의 도중 부적절한 발언을 통해 조합원이 운영위원장이 되도록 했다. 건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운영위원장 선출 방식이 호선 방식에서 직접‧무기명 투표로 변경됐음에도 ‘호선방식’이라고 발언하고, 시행령 개정 이전에 조합원이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과거 사례를 강조했다. 또한 운영위원장은 ‘조합원’이, 부위원장은 ‘전문가 위원’이 선출되도록 국토부와 조율 중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조합 운영위원장은 윤현우 조합원 운영위원이, 부위원장은 김경식 전문가 운영위원이 선출됐다.

이 같은 사실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에 ‘건설공제조합 관리감독 소홀’ 문제를 질의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한국공제신문이 입수한 국감 질의서에 따르면, 진성준 의원은 국토부에 “2020년 국감에서 ‘박덕흠 의원 사례’가 논란이 됐고, 이를 계기로 ‘건설관련 공제조합의 운영방식 개선’ 요구가 있어 이를 반영해 건산법 시행령이 개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 이후 운영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새롭게 선출하는 과정에서 전임 운영위원장인 김상수 회장이 부적절한 발언을 통해 조합원이 운영위원장이 되도록 영향을 미쳤으며, 국토부는 운영위원회에 참석했음에도 이를 제지하지 않아 감독책임을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한건설협회는 건설공제조합의 예산을 수시로 지원받아 협회 사업에 활용해왔다. 조합은 건설협회장이 회장‧이사장으로 겸직하는 4개 단체에 338.7억원 등 최근 5년간 495.2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세한 내용은 후속 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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