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과 위험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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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위험관리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1.1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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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박상범 교수] 경영학은 전통적으로 경영 관련 위험 예측이 가능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예측 가능하다는 것은 발생가능 정도, 발생했을 때 손실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여기에는 현대 과학기술과 지식에 기반한 전문적 판단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대비책으로는 해당 위험의 보유, 감소, 전가, 회피하는 방식이다.

기업경영 측면에서 보자면 손실규모가 매우 큰 위험은 회피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발생가능성이 낮으나 손실규모가 클 경우 전가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전가는 대부분 보험회사에 전가하는 방식이 될 것이며 관련 전문 컨설팅이 가능하기도 하다. 보험회사는 다른 경제주체의 위험을 전가받는 것을 업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위험은 도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산 위험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이런 위험을 보험회사에게 전가할 수 있을까? 보험회사가 다른 경제주체의 위험을 전가받을 때 도산위험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위험 분류방식의 하나로 ‘보험대상 위험’과 ‘보험비대상 위험’으로 구분한다. 보험계약 체결 단계에서는 보험대상 위험을 다시 위험이 손실로 이어지는 결정적 원인인 ‘손인’(損因, cause of loss)을 따지게 된다. 손인의 구분으로 인적 손인, 자연재해 손인 그리고 경제적 손인으로 분류한다. 인적 손인은 사람의 행위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부주의나 과실 등에 의해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자연재해는 태풍이나 홍수 등 자연에 의한 것이고, 경제적 손인은 시장 침체, 유행의 변화, 소비위축, 파업 등에 따른 손실을 말한다.

보험계약 단계에서 손인에 따라 계약체결이 가능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한다. 자연재해 손인이나 경제적 손인은 보험계약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것은 확률적으로 발생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손실로 이어질 경우 보험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의 도산 역시 보험대상이 되기 어렵다. 손인을 예측하기 어렵고, 피해 규모를 보험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우며, 무엇보다도 경영층의 도덕적 해이 발생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보험계약을 사회적으로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며 보험료 책정 역시 쉬운 문제가 아니다. 도산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영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매출이 급감한 경우 이를 보상해주는 영업휴지보험(기업휴지보험)이 있기는 하다. 이러한 보험은 제한적 손실을 담보하거나 소규모사업자의 영업유지가 가능하게 돕도록 하는 사회정책적 배려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대표적 기업조직 형태가 주식회사이고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의 책임이 명백히 정해져 있어 위험 관련 부담 역시 투자한 규모로 한정된다. 투자자나 주주의 입장에서 볼 때 그러하다. 한편, 영국의 주식거래위원회(The London Stock Exchange)에서는 경영자는 경영에 있어 핵심적 위험에 대한 상시 인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를 투자자 등 이해관계인들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핵심적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기업의 역량을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적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은 미국의 증권가에도 영향을 미쳐 사베인-옥슬리법(The Sarbanes-Oxley Act, 2002)에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상장기업의 사기적 회계 및 재무 관행을 방지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기업이 마주할 수 있는 위험은 기업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모든 이해관계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그 중요성을 십분 강조한 것이라 하겠다.

기업 관련 최근의 화두는 ESG경영(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이다.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노력에 대한 사회적 요구이다. 그만큼 기업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졌고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다만, 이러한 ESG경영보다 위험관리를 잘 하는게 더 우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착한기업’은 최소한 기업을 원활히 유지하고 난 이후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전사적 위험관리 시스템(ERM) 등 위험관리 전략을 속속 도입하고 있기는 하나 아직은 초보적 단계로 평가받고 있다. 전사적 위험관리 시스템 등이 궤도에 오르고 하면 경영의 화두는 RM & ESG(Risk Management & ESG) 경영으로 대체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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