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공 vs 국토부 소송,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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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공 vs 국토부 소송, ‘막전막후’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1.10.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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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공, 국토부에 손해배상 소송… “건설보증 제한 조치로 23억 손실” 주장
건설공제조합과 업역 다툼, 엔산법 개정 등 해묵은 갈등이 소송 배경
엔공 2020년 수수료 수익 중 건설부문 52.1% 차지, 엔지니어링 수익 역전
소송 결과에 따라 건설 보증시장 영향, 공제업계 관심 집중

[한국공제신문=박형재 기자]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 최근 국토교통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엔공이 설계, 감리에 이어 건설 보증까지 사업을 확대하자 국토부가 제동을 걸었고, 이에 반발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개별 공제조합에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소송전 배경에는 엔공과 건설 관련 공제조합들의 업역 갈등이 깔려있어 공제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부에 소송 제기한 엔공, “행정지도 부당”

복수의 공제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엔공은 지난 7월 국토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리인은 대형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내용은 국토부가 지난해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국토부 산하 16개 공공기관에 발송한 공문이 부적절하며, 이로 인해 엔공이 업무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당시 국토부는 “엔공의 건설보증 업무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국토부 산하 기관 발주시 엔공의 보증을 받지말라고 행정지도한 바 있다.

엔공은 국토부의 보증제한 조치로 23억원 이상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했으며, 조합 신뢰도 하락으로 기존 보증이 취소되고 신규 보증이 막히는 등 조합원 불편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국토부 보증제한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진정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공제조합이 정부 방침에 반발해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소송 배경에는 국토부 산하 공제조합들과 엔공의 업역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건설보증은 공사가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발주자의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다. 의무보험의 일종으로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등 국토부 산하 공제조합들이 건설산업기본법을 근거로 관련 상품을 취급해왔다.

그러나 엔공이 10여년 전부터 건설보증 시장에 진출하면서 ‘밥그릇 싸움’이 본격화됐다. 엔공은 사고율이 낮은 대기업 건설사 위주로 보증 영업을 하고, 다른 공제조합보다 낮은 수수료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엔공의 전체 수수료 수익 397억원 중 건설부문 수익은 전체의 52.1%인 207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본업인 엔지니어링보다 건설 영역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이 더 커진 것이다.

다만, 엔공의 건설 보증 사업이 법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엔공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으로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엔산법)을 근거로 공제사업을 하고 있다. 엔산법에는 건설산업에서 엔지니어링활동에 수반되는 일괄수주(턴키)사업에 한해 엔공이 보증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턴키방식이 아니거나 엔지니어링활동에 수반되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엔공의 보증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건설공제조합들은 이런 규정을 들어 엔공의 건설보증 사업 진출은 ‘무리수’라고 지적한다. 국토부가 “엔공의 건설보증 업무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공문을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상 엔공의 건설 보증을 ‘불법’으로 판단한 셈이다.

반면, 엔공은 기존 엔산법과 건축법상으로도 충분히 건설 보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산자부 역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어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1년 6개월만에 ‘늑장소송’ 이유는?

엔공이 지난해 2월 국토부 행정조치를 두고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소송을 진행하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엔공의 업역 확대를 골자로 하는 엔산법 개정안이 건설 관련 공제조합들과 국토부의 반대로 멈춰서자, 행정소송을 통해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엔산법 개정안은 엔공의 보증사업 범위를 기존 ‘설계·감리’에서 ‘공사’ 영역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엔산법을 건산법 등 다른 법률보다 우선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엔공과 건공의 업역다툼시 엔공에 유리한 방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건설 관련 공제조합들은 일제히 반대 의사를 밝혔다. 건설공제조합은 국회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이번 개정안이 엔공의 사업 범위만을 일방적으로 확대시키는 특혜이며, 개정안 이전부터 수년간 지속된 불법 영업 논란에 대한 합법화 시도”라고 비판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엔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건설 관련 공제조합의 부실 발생은 물론, 공적기능 붕괴에 따라 대다수 중소 건설업체의 금융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논란이 커지자 엔산법 개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됐다.

▷관련기사: 엔산법 개정 두고 공제업계 갈등 격화

▷관련기사: 건설공제조합, 엔산법 개정안 “반드시 철회돼야”

결국 건설보증을 두고 국토부 및 건설 관련 공제조합들과 갈등을 빚어온 엔공이 업무조정에 실패하자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엔공의 건설부문 수익이 207억원에 달할 만큼 사업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엔산법 개정이 반대 여론에 막히자, 소송전으로 출구찾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A공제조합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엔공과 건설 관련 공제조합들이 모여서 업무조정 회의를 했는데 (조정이)잘 안됐다. 엔공이 건설보증 하는 걸 국토부가 막아섰고, 올해 초 엔산법 개정안도 반대에 부딪히니 이에 불만을 품고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B공제조합 관계자는 “산업 성격이 다른 엔지니어링과 건설 보증을 엔공에서 모두 취급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국토부가 산하 공공기관에 보낸 보증제한 공문을 법원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소송은 엔공과 국토부, 건설 관련 공제조합의 업역 다툼이 배경에 깔려있기 때문에, 소송 결과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이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소송전에 대해 엔공 및 국토부 관계자와 연락했으나 양측 모두 “현재 소송 중인 사안으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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