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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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 방제일 zeilism@naver.com
  • 승인 2021.10.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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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방제일] 100일 넘게 하루 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있다. 숫자는 때때로 사람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코로나19도 그렇다. 벌써 1년 넘게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심야 인원 제한은 이제 일상이 됐다. 일상이 된 만큼 경각심은 무뎌졌다.

세상 모든 안 좋은 일들은 방심에서 일어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나도 방심했다. 백신도 진작에 맞았고,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자신했다. 코로나에 감염된다는 건 그래서 상상조차 못했다. 주변 지인 중 직접 코로나에 감염된 이도 없었다. 그래서 코로나 감염이 남의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얼마 전 코로나에 걸렸다. 몸살 기운처럼 온 몸이 아팠고, 식은땀이 났다. 회사 동료가 걸렸다는 이야기에 자가격리 대상자가 됐지만, 딱히 감염될 거라 걱정하지 않았다. 소식을 들은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에게도 코로나 증상이 나타났다. 아픈 순간 어렴풋이 느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코로나구나’

증상은 지독했다. 두통이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혔고, 온 몸은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신거렸다. 나중에는 후각과 미각도 일부 마비됐다. 아픈 몸을 이끌고 근처 보건소로 가 아내와 검사를 받았다. 아내는 다음 날 아침 음성 판정을 문자로 받았다. 나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아내는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아내가 문자를 받은 지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아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코로나 양성이라는 것이다(코로나19 검사의 경우 음성은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오고, 양성은 전화로 통보해준다). 이후 보건소 및 구청 등 다양한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 나의 동선을 추적했고, 접촉자들에 대한 조사가 전화로 진행됐다. 그 날 저녁부터 격리시설에 열흘간 격리 됐다. 아내도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돼 집에서 2주 간 격리됐다.

내가 격리된 곳은 불행 중 다행으로 1인실이었다. 이제 나 혼자 여기서 열흘 간 몸을 추스르면 되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매일 하루 세끼 도시락이 내게 전달됐다. 나머지 필요한 물품은 대부분 구비돼 있었다.

그 지루하고 지긋지긋했던 열흘간의 격리 생활은 내게 많은 것을 일깨워줬다. 내가 가장 먼저 격리되며 느낀 것은 ‘자유’의 소중함이다.

우리는 매일 매일 선택을 한다. 때로는 나의 의지로, 때로는 타인의 의지로 말이다. 그날 먹을 식사는 물론 나가서 입을 옷도 선택한다. 퇴근 후 저녁 누구를 만날지도 전적으로 선택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식사도 주는 대로 받아야 하며 문을 열 수 있는 시간도 정해져 있다. 그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TV를 틀어 무슨 채널을 볼지 정도였다. 열흘 간 나는 그렇게 아무 것도, 아 일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창밖을 보거나 TV만 보는 생활을 했다. 흡사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오늘을 대충 수습하며, 시간이 흐르길 기다려야만 했다.

코로나가 내게 가르쳐준 두 번째 교훈은 ‘건강’의 중요함이다. 일찍이 건강에 대해서는 자신하는 게 아니라고 어른들은 말했다. 알고 있지만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아직까지 젊고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었다. 내게도 언제든 큰 사고가 생길 수 있고, 병으로 인해 고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내 생각만큼 건강을 자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뤄왔던 다이어트와 운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시설에서 격리 된 후 나는 5kg이 빠졌고, 지금은 그 체중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가 내게 가르쳐준 마지막 교훈은 ‘일상’의 위대함이다. 과거에는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지인들에게 자랑하듯 말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이 너무나 부끄럽다. 대체 어떻게 그런 허세를 부릴 수 있었을까 기가 찬다. 지금의 나는 내일 죽어서도 안 된다. 당연히 아파서도 안 된다. 어느 영화 제목처럼 ‘노 타임 투 다이’다.

내게는 사랑하는 가정이 있고, 지켜야할 약속이 있다. 그리고 이뤄야할 꿈이 있다. 매일 매일 성실하게 삶을 살아야할 의무도 있다. 열흘간의 격리는 나와 아내 사이를 보다 돈독하게 만들었다. 아내는 내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 나보다 침착하게 상황에 대응했고, 냉정하게 판단했다. 아픈 나를 누구보다 열심히 간호하고 배려해줬다. 만약 아내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 내가 아내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반문해 보면, 답은 ‘NO’다.

그래서 열흘 만에 만나는 아내의 얼굴은 눈물 날만큼 그립고 사랑스러웠다. 격리 이후 건강하게 만난 회사 동료들, 지인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루틴처럼 돼버린 친구들과의 만남과 일상, 동호회 활동들이 단순한 일상이 아닌 행복의 이면이라는 걸 코로나 덕에 느꼈다.

끝으로 이 글을 닫으며, 오늘도 수많은 코로나 감염자로 인해 고생하고 있을 의료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동안 나는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는다거나, 어떤 혜택을 누린다고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이후 나는 좋든 싫든 법과 제도라는 울타리에 의해 보호받고 있으며, 나 또한 그 울타리 안에 속해서 삶을 잘 영위하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아가 저축을 하고 연금이나 보험을 들면서 미래를 계획하는 것을 일종의 농담처럼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매일 매일을 조금 더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혹시나 있을 나의 부재에 대비해, 남겨진 이에 대한 준비도 게을리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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