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치매보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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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치매보험에 들었다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1.09.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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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고라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는 치매를 걱정하는 노년의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김해숙 배우가 연기하는 정로사 여사의 이야기다. 그녀는 날로 심해지는 건망증에 매일 깊은 수심에 잠기지만 자식들 걱정시키기 싫어 증상을 숨긴다. 현관문 비밀번호와 아끼는 조카의 결혼식도 깜빡하는 지경이 되자 결국 아들이 일하는 병원으로 향한다. 다행히 치료가 가능한 수두증이라는 질환 때문에 건망증 증상을 보였다고 진단받은 그녀는 전 시즌을 통틀어 가장 환한 웃음을 짓는다.

마침 며칠 전 어머니가 치매보험에 가입했다는 얘길 들어서일까. 초점을 잃고 망연자실한 김해숙을 보며 아내 몰래 눈을 훔쳤다. 치매 가족력도 없는데 왜 보험을 드셨냐는 말에 어머니는 “혹시나 니들 고생시키기 싫어서”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는 예전부터 유난히 치매에 대한 걱정이 컸다. 기억을 잃는 것도 끔찍하지만, 그보다 더 싫은 건 가족에게 짐이 되는 거라며.

치매는 주로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으로 인해 발병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경증일 땐 치매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경미하다. 증세가 심해지면 가족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하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주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성격이 독선적으로 변하거나 피해망상이 생겨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님의 모습에 오열하던 시간은 점차 무뎌지고, 고집 센 어린 부모님을 돌보는 일에 지쳐가는 것이다.

디테일을 상상할수록 슬퍼지는 이 질병을 보험으로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치매보험은 크게 진단금과 생활자금으로 구성되는데 진단금을 말 그대로 치매진단을 받았을 때 일시금을 지급받는 것으로 보통 500만원이 한도라고 한다. 생활자금은 진단 후 36개월 동안 매월 일정금액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생명보험처럼 발생 확률은 낮지만, 막상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주변 사람들의 삶이 심각하게 힘들어질 것에 대비하는 보험 같았다. 또한, 치매는 일시에 치료하는 병이 아니라 장기간 관리가 필요하므로 진단비보다는 매월 지급되는 생활자금과 간병인지원 특약에 초점을 맞추는 게 지혜로워 보였다.

치매보험은 보장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얘기도 있었다. 치매등급은 정도에 따라 최경도-경도-중등도-중증 순으로 판정받는데,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중증 치매환자는 2019년 기준 전체의 15.5% 수준으로 가장 적다. 하지만 중증치매를 진단받았을 때만 적용되는 보장이 많고, 경증치매는 해당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치매보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생활자금과 간병인지원 특약이 중증 이상일 경우에만 보장된다면 실제로 보험의 혜택을 볼 확률은 낮다고 볼 수 있다.

중증 바로 전 단계인 중등도 치매는 일상생활은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외출 후 집을 못 찾아오는 경우가 생기며, 감정조절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결코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니 보험료가 다소 높아지더라도 중증에 이르기 전 단계도 보장되는 보험을 드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아는 지인을 통해 보험에 들었다고 했다. 혹시 보장받을 확률이 낮은 부분에 과도한 보험료가 책정되어 있다면, 그간 납부한 보험료를 포기하더라도 해지하도록 말씀드릴 생각이다. 더 실익이 있는 보험을 찾아드리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가장 믿을 수 있는 보험은 다른 게 아니라 당신의 자식이라는 말씀을 꼭 드릴 생각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당신이 짐이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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