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공 사이언스빌리지, 공실률 80% 넘겨...천덕꾸러기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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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공 사이언스빌리지, 공실률 80% 넘겨...천덕꾸러기로 전락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1.08.0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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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완공 후 2년간 총 240실 중 42실만 입주상태
국민 세금 160억 투입, 2년간 누적적자 27억4000만원

[한국공제신문=홍정민 기자] 은퇴한 과학기술인을 위한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인 ‘사이언스빌리지’가 높은 임대보증금과 월 부담금 등으로 공실률 80%를 넘기며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운영하고 있는 사이언스빌리지는 3월말 기준 현재 총 240실 중 42실만 입주돼 공실률이 83%에 달한다.

비어있는 가구가 많아 운영 적자가 꾸준히 누적되고 있다. 양정숙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에 따르면 적자 규모는 2019년 9억6000만원, 2020년 17억8000만원으로 1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사이언스빌리지는 SK텔레콤이 200억원을 출연하고 세금 160억원, 사업추진 기관인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자체부담금 100억원 등 총 460억원을 투입해 2019년에 완공됐다.

지하 2층~지상 10층의 건물로 1인실 100세대, 2인실 140세대 총 240세대로 구성됐으며 식사와 의료 서비스, 골프연습장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과학기술인의 특성을 살려 은퇴 이후에도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도서관 겸용 연구실과 세미나실도 마련돼 있다. 입주대상은 만 60세 이상 전·현직 과학기술인 및 배우자 각각의 직계존속이다.

사이언스빌리지의 설립취지는 과학기술인 사기진작과 복지 증진, 교류 활성화를 위해 추진됐다. 그러나 현실은 198가구가 비어있는 상태다.

최고급 시설에도 흥행에 실패한 원인으로 높은 임대보증금과 월 부담금, 제한적인 입주기준 등이 손꼽힌다.

전용면적 19평형에 2인이 입주시 1억6000만원대의 보증금과 별도로 매달 약 220만원의 생활비가 요구된다. 평수에 비교하면 결코 낮은 가격대가 아니다.

게다가 입주자격 역시 제한적이다. 설립 당시에는 만 60세 이상의 과학기술유공자 및 배우자, 과학기술인공제회 회원 및 회원대상 기관 근무자, 이공계 대학교수, 국·공립 연구기관 등에서 근무한 사람만 가능했다.

그런데 입주율이 너무 낮아 지난해 9월 궁여지책으로 과학기술인 및 배우자 각각의 직계존속, 과학기술인의 부모와 배우자의 부모까지 사이언스빌리지 입주자격을 확대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운영권을 넘기는 과정도 잡음이 불거졌다.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중간에 운영권을 포기하면서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에서 과학기술인공제회로 운영권이 이전됐다. 한국과총은 자부담한 100억원을 아직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이자까지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 사업이 2015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당시 기획된 사업으로 사업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제업계 관계자는 “대전에 실버타운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어졌는데 높은 임대보증금과 월 부담금 등의 문제로 시장수요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채 운영되면서 외면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2년간 누적 적자 27억4000만원을 과학기술인공제회가 떠안게 되고, 수억원에 달하는 이자는 한국과학기술연합회가 부담하고 있어 그 피해가 결국 국민과 과학기술인에게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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