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이 가져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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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이 가져온 변화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4.07.0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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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CSM 잡아라…보장성보험 포트폴리오 개편
②역대급 실적에 부풀리기 의혹…신뢰성 흔들
③커진 해약환급금 준비금…법인세 폭탄 위기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IFRS17은 국내 보험업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 부채평가 방식은 지급여력비율(RBC) 하락 위기감을 고조했고, 자본확충을 보험사들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부상시켰다.

발생주의와 시가평가를 채택한 IFRS17에선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중요해졌다. 계약기간 동안 발생할 수익(CSM)을 부채로 잡아두고 해마다 상각하면서 이익으로 전환하는 형태다. CSM이 클수록 이익 체력이 높다는 의미로, 보험사들은 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했다.

달라진 건 회계기준 뿐이었다. 장기보장성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더라도 현금흐름이 극단적으로 좋아질 요인은 아니었다. 그런데 IFRS17 도입 후 1~2분기 보험사들의 실적은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뛰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계리적 가정에 따라 실적이 변동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험사의 재량이 크고 자체적으로 적용한 낙관적 가정치에 따라 CSM이 과다하게 측정될 수 있다는 거다. 금융감독원은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회계 적용에 전진법을 원칙으로 정하는 등 논란의 여지를 해소하고자 노력했다.

모든 보험사가 장기보장성보험 위주 영업전략을 펼친 것도 문제를 야기했다. 생명보험사들의 단기납 종신보험, 손해보험사들의 무해지 순수보장성보험은 과당경쟁과 이로 인한 불완전판매, 소비자 피해 우려로 돌아왔고, 지나치게 높은 해지율 가정을 적용해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는 의혹을 낳았다.

한편 보험사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고실적은 과세당국의 이목을 끌었다. IFRS17과 함께 도입된 해약환급금준비금의 영향이었다.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비대해지며,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되레 보험사로부터 거둬들일 법인세는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됐다.

현재 과세당국은 이 문제를 고민 중이다. IFRS17 도입을 앞둔 2022년 세법에서 손금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해약환급금준비금에 직접 과세가 이뤄지긴 어려우나, 금융당국이 매년 조 단위로 불어나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률을 낮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법인세가 큰 폭으로 인상될 수 있다는 의미다.

①CSM 잡아라…보장성보험 포트폴리오 개편

IFRS17 이전 보험부채는 원가법으로 표시했었다. IFRS17에선 보험계약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평가한 부분(BEL)과 이 BEL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조정, 계약의 장래 이익 CSM의 합으로 산출한다. 이때 부채는 평가 시점에 가정을 재산출해 미래현금흐름, 할인율, 위험조정, CSM의 요소로 구분, 평가한다.

이러한 구조에선 CSM의 중요성이 커진다. 유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계약기간 발생할 수 있는 현금 흐름에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갖춰야 한다. 보험사들은 장기보장성보험에 주력했다. 일정 기간 후 예정된 금리로 보험금을 돌려주는 저축성보험보다, 보험금 지급이 확정적이지 않은 보장성보험이 CSM 확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체제에서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저축성보험은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울 소지도 있었다.

보장성보험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제3보험시장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상해, 건강, 질병, 재해 등을 보장하는 제3보험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모두 취급할 수 있다. 치열한 인보험 경쟁 속에서 생명보험사들은 납입기간이 짧은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런데 이게 과열되면서 우려를 낳았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은 납입 종료 후에도 일정 기간 계약을 유지하면 냈던 보험료보다 더 많은 해지환급금을 지급하는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이어갔다. 해지환급금이 가장 큰 시점에 대거 해지가 발생하면 엄청난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손해보험사들은 무‧저해지 보장성보험에 몰두했다. 운전자보험에선 정액형 담보들의 가입 한도를 높이며 모럴해저드에 관한 경고음이 울렸다. 금감원이 과당경쟁 자제를 권고하면 절판 마케팅이 기승을 부렸고 이내 또 다른 특약을 내놓는 등 문제가 지속됐다.

최근 보험사 CEO들과 만난 이복현 금감원장은 보험사들의 단기실적 위주 경영을 지적했다. 그러나 자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은 크지 않다. IFRS17 도입 전 생명보험사들은 역마진을 감내하면서까지 고금리 저축성보험상품에 공을 들였고, 손해보험사들도 무해지 보장성보험에 비합리적인 해지율을 적용하는 등 당기순이익을 위한 경영에 치중했었다.

IFRS17은 이전에 가장 중요했던 요소를 당기순이익에서 CSM으로 바꾼 것뿐이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기가 정해진 CEO들은 재임 기간 뚜렷한 성과를 보여야 하고 미래의 손실 가능성보다 단기적 실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거다.

②역대급 실적에 부풀리기 의혹…신뢰성 흔들

IFRS17이 적용된 보험사 실적은 충격적이었다. 도입 첫해인 2023년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7.6%, 손해보험사는 50.9%가 늘었다. 계약건수의 비약적인 증가도, 손해율의 두드러진 개선도 없었기에, 이러한 실적은 IFRS17에 의한 착시효과란 평가가 나왔다.

1~2분기의 고실적이 계속되자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계리적 가정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학계에서도 보험사들이 해지율을 임의로 잡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을 통해 CSM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전체적인 증가 규모가 너무 컸던 점도 있었지만, 일부 보험사의 이해하기 어려운 실적도 의구심에 불을 지폈다. 잠재적 M&A 매물로 거론되는 등 실적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는 회사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았던 회사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던 현상 등이다. 

금감원은 보험사마다 미래 이익을 계산할 때 계리적 가정을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보니 상황에 따라 부풀리거나 축소할 여지가 있고, 이 때문에 보험사 간 객관적인 비교가 어렵다고 봤다.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자의적 가정으로 CSM 변동성을 크게 키울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에 대해서는 경험통계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고 보험료 산출방식과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또 무‧저해지 보험에선 해약률을 표준형 보험보다 낮게 적용하고 상품 구조에 따른 계약자 행동 가정을 합리적으로 반영토록 했으며, 고금리 상품에 대해선 계약자의 해약률이 낮은 특성을 고려해 일반계약과 구분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CSM을 상각할 땐 보험계약 서비스에 투자 서비스를 포함하도록 했다. 이는 보험계약 서비스 제공량을 산출할 때 보장 서비스만 포함하고 계약 후기에 발생하는 투자 서비스를 제외해 초기 상각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그 다음으론 회계처리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험사들은 저마다 유리한 방식으로 전진법이나 소급법을 선택해 적용하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보험사들의 실적에 대한 객관적 비교가 어렵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전진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당해연도와 그 이후부터 손익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반면 소급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과거 재무제표에까지 반영하는 형태로 당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소급법을 적용하던 회사가 전진법으로 전환하면 전 분기 대비 실적 하락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황이 다른 보험사들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금감원은 전진법을 원칙으로 하되 일시적으로 소급법 사용을 허용하는 중재안을 내놨다. 

IFRS17은 보험업의 회계기준을 국제적으로 정비,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서 지나치게 큰 자율성이 부여되면서 오히려 보험사들이 내놓은 실적조차 신뢰와 객관적인 비교가 어려워진 결과를 낳은 셈이다.

③커진 해약환급금준비금…법인세 폭탄 위기

IFRS17과 함께 국내 보험사들엔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의무가 생겼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 신설된 의무다. 보험사들은 시가평가한 부채를 차감해 해약환금금 지급을 위한 비용을 별도로 쌓아야 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정준비금인 만큼 금융당국은 이를 배당가능이익금에서도 제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관여할 수 없는 과세 부분에 관한 우려가 나왔지만, 과세당국 역시 취지와 용도를 고려해 손금으로 인정(2022년 세법 개정)해주기로 했다. 손금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면, 별도로 사용할 수 없이 쌓아둬야 하는 금액에 과세 부담까지 더해졌을 보험사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최근 과세당국은 보험사들의 법인세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논란이 됐던 실적 탓이다. 보험사들의 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매년 수조원 규모로 쌓이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손금으로 처리되면서 정작 법인세는 늘지 않았던 거다.

이게 더 복잡했던 이유는 과거 해약환급준비금과 현행 해약환급금준비금의 차이 때문이다. 본래 해약환급금은 중도 해지 때 돌려줘야 하는 재원(부채)으로 상법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규정해놓은 부분이다. 

그런데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하에선 과거 대비 적립금 규모가 줄었다. 이로 인해 향후 소비자에게 돌려줄 돈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자본항목 중 이익잉여금 아래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쌓도록 했던 거다.

보험사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은 26.5%다.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가 큰 보험사들의 연간 증가액은 1조원에 달한다. 보험사별로 수천억원대의 세금이 늘어날 수도 있는 문제다. 물론 세법에서 손금으로 인정한 만큼 해약환급금준비금에 대한 직접 과세에는 또 한 번의 법 개정이 필요, 현실적으로 쉬운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금융당국도 이익이 증가한 보험사들의 법인세는 그대로인 상황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배당가능이익에서도 제외된다는 특성으로, 배당을 줄이기 위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과도하게 적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률을 낮추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의 법인세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쌓는데 제약이 걸리기 때문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에서 빠진 이익잉여금은 또 과세 뿐만 아니라 배당으로도 지출, 보험사들의 실질 자본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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