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직장’ 공제회를 떠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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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직장’ 공제회를 떠나는 사람들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4.02.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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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높고 평생직장 옛말, 10명 뽑으면 3명 퇴사
지방발령 등 순환보직 거부, 조합원 ‘갑질’ 못참아 사표

[한국공제보험신문=홍정민 기자] 공제기관은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뛰어난 고용안정성, 높은 연봉과 워라밸, 공기업과 비슷한 복지제도 등의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제기관에서 이직하거나 퇴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주목된다. 남들은 못들어가 안달인 공제기관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순환보직, 지방행 거부하고 퇴사행

공제기관 중에는 지역에 지부를 운영하는 곳들이 많다. 공제기관은 순환보직을 하기 때문에 2~3년마다 업무 부서가 바뀌는데, 지방 발령이 확정되면 퇴사를 결심하는 경우가 생긴다.

A공제조합 관계자는 “평생 서울에만 살다가 지방에 가서 살라니 이를 못견디고 퇴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대리급 이하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기혼의 경우 아이나 배우자와 함께 주거지를 옮기거나, 기러기 아빠로 살아야 하는데 이런 부담감이 크다. 연고지가 없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게 감당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방에서는 자녀를 키우는 환경이 서울에 비해 열악하기도 하고 20대의 경우 굳이 지방으로 발령받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해 사표를 던진다.

다만, 공제기관 입장에서는 지부에서 일할 사람도 필요하고, 한 부서에 오래 근무하면 이해관계자와 친분을 통한 부정행위가 있을 수 있으니, 순환보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조합원이 악성 민원인으로 변질... 갑질 못견뎌 퇴사

대민업무를 하는 부서는 이직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대민업무도 민원인에게 욕을 하거나 안되는 일을 강제로 해달라고 하는 등 악질 민원이 많다. 그러나 이들은 다시 마주칠 확률이 적고, 한 번만 참고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다.

공제기관 대민업무의 경우 민원인이 조합원이라는 점이 다르다. 협회 대의원이 규정상 안되는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업무 외의 일처리를 요구하는 경우, ‘조합원은 머슴이고, 공제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라고 막말을 하는 등 갑질을 반복하면 속된말로 ‘현타’가 온다. 이런 악성 조합원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전화해 일처리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때 공제기관의 상사가 이를 중재해주길 바라지만, 이들도 공제나 보증으로 얽혀있는 조합원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는 어렵다. 결국 조합원 갑질을 견디다못해 이직을 결심한다.

재미없고 발전 가능성 낮아 이직

공제조합은 루틴한 업무를 하고,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보증, 공제, 보상업무 등의 특수성과 전문성은 있지만, 연봉상승률 등은 제한적이니 MZ세대를 중심으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특히 소규모 공제기관 직원들이 이직에 적극적이다. 기관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규모가 큰 공제기관이나 금융기관, 보험사 등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B씨는 공제조합에서 일반 행정업무를 하다 규모가 큰 공제회로 이직해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C씨는 공제조합에서 손해사정 경력을 쌓아 대형 보험사로 이직했다. D씨는 공제회 자산운용 파트에 있다가, 큰 물에서 대체투자를 하고 싶어 연기금으로 이직했다.

상명하복, 군대식 조직문화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군대식 조직문화가 남아있는 공제기관이 많다. MZ세대는 이런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입사 한두달 만에 퇴사하는 경우가 있다.

직장 상사의 커피 심부름이나, 말도 안되는 개그에 웃어주기, 성희롱적 발언, 거친 언행 등으로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사표를 던진다.

사실 공제기관에 입사할 정도면 남다른 스팩을 쌓아왔고, 다른 대기업이나 자산운용사 등에 취업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또한 공제기관이 기업에 비해 메리트가 크지 않다고 여기거나, 금융사에 비해 적은 급여나 복지수준에 불만을 품은 경우, 공제기관은 부장이나 임원 자리가 한정돼있어 인사적체가 심한 경우에도 이직을 감행한다.

MZ세대가 자주 퇴사하자 모 공제조합은 강사를 초청해 ‘MZ이해하기’에 대해 직원 스터디를 진행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해 서로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무리한 지시와 요구는 하지 않는 변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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