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납종신 다음은 경영인정기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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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납종신 다음은 경영인정기보험?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4.02.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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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중도 해지환급률 악용…불완전판매로 탈세, 횡령 위험
금감원 규제에 국세청 검사, 한국거래소 해지 요구 ‘삼중고’
단기납종신보험 개선 압박을 받고 있는 생명보험업계에서 같은 위험을 가진 경영인정기보험이 다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단기납종신보험 개선 압박을 받고 있는 생명보험업계에서 같은 위험을 가진 경영인정기보험이 다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경영인정기보험시장에 긴장감이 감돈다. 금융당국이 단기납종신보험의 높은 해지환급률 개선을 강도 높게 추진 중인 가운데, 경영인정기보험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어서다.

게다가 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법인이 내면서 CEO를 보장하는 특성까지 더해지며, 영업현장에서도 법인세 절감과 해지환급금에만 초점을 맞춘 설명이 이뤄지는 등 불완전판매의 위험도 크다.

경영인정기보험은 기업 CEO나 임원의 사망을 보장한다. CEO 및 임원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발생할 수 있는 경영상 리스크를 담보한다는 성격이다. 그래서 보험료는 계약자인 법인이 납입하는 구조다.

보장성보험이라 만기환급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매달 내는 보험료는 법인의 비용으로 산입할 수 있다. 이는 납입 기간 과세표준을 줄여, 법인세 절감(과세이연)을 가능케 한다.

높은 해지환급률도 특징이다. 일정 기간 유지 후 해지하면 납입보험료의 최대 100%를 돌려받을 수 있다. 해지환급금은 법인의 이익으로 잡혀 법인세를 내야 하지만, 피보험자의 퇴직금으로 처리하면 과세를 피할 수 있다.

보험설계사들은 이러한 부분을 강조해왔다. 보험설계사에게도 월납 보험료가 높은 경영인정기보험은 수수료 측면에서의 메리트가 명확했다. 경영인정기보험은 CEO 플랜, 절세 플랜, 상속 플랜 등 다양한 이름으로 판매됐다.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특징이 굉장한 장점으로 포장되며 본질을 흐렸다. 만기환급금이 없는 보장성상품은 법인세 절감이 가능하고 중도 해지 때 높은 해지환급금을 받아 퇴직금이나 상속세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저축성상품처럼 둔갑했다.

가장 환급률이 높은 시점에 해지하라고 종용하는 사례도 많았다.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해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 대거 중도 해지로 보험사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졌다. 기업 관계인이 보험설계사 코드를 등록, 자기 계약을 모집하는 이른바 컴슈랑스(Company + Insurance)란 변칙영업까지 등장했다.

높은 해지환급금으로 다건의 중도 해지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은 단기납종신보험에서 나타나는 상황과 같다. 전체 규모가 단기납종신보험에 비해 작고 기업과 고소득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기에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뿐, 단기납종신보험 문제가 해소되면 다음 타겟은 경영인정기보험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세청과 한국거래소 등 타 기관에서의 시각이 좋지 않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국세청은 지난해 10월 경영인정기보험 판매량이 많은 일부 GA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했었다. 세무사들 사이에서도 과세이연 기능을 자극적으로 극대화하며 탈세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심사를 요청했을 때 경영인정기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해지할 것을 권고한다. 오너 경영인이 많은 국내 중견기업 환경에서 CEO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을 법인이 가입하고 보험료를 내는 것 자체가 횡령으로 볼 수 있다는 거다.

특히 차후 CEO가 퇴진하며 보험을 해지, 발생한 해지환급금이 퇴직금이나 자녀에게 상속하기 위한 재원으로도 쓰일 수 있어, 월납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기업의 리스크 보장이 아니라 오너 CEO 개인의 보장을 위한 성격이 짙다는 게 한국거래소의 시각이다.

국세청이나 한국거래소가 제기하는 건 단기납종신보험에선 없는 경영인정기보험만의 문제다. 이미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개선 압박을 받고 있는 높은 환급률은 같은데 탈세 및 횡령 리스크가 더해진 셈이다. 생명보험업계의 걱정이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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