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공제보험신문이 주간 보험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보험업계를 강타한 대형 이슈부터 정부 동향, 소소한 뒷얘기까지 눈에 띄는 정보를 살펴봅니다. |
◆급부상한 대량해지 재보험
복수의 보험사가 코리안리와 대량해지 재보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했던 개념인데요. 신지급여력제도(K-ICS, 킥스) 도입으로 급물살을 탄 모양새입니다.
이 보험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에서 갑작스럽게 많은 해지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상품입니다. 보험사는 계약이 해지되면 정해진 해약환급금을 지급해야 하거든요. 이게 한 번에 몰리면 그 자체로 상당한 리스크죠.
더구나 킥스 체계에선 해지 위험에 따른 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합니다. 뱅크런 등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을 가정하고 다수의 계약이 빠져나갔을 때를 대비하는 개념입니다. 실제 대량해지가 없더라도 적립해야 하는 돈은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량해지 재보험이 대두된 이유는 보험사들의 이러한 부담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어서입니다.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은 가용 자본을 요구 자본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위험액이 줄어드니 킥스 비율은 상승하는 겁니다.
과거 비슷한 유형으로 공동재보험이 있었는데요. 일부 보험사가 가입했다가 지금은 조용합니다. 그 배경에는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도 있었고요. 보험부채를 넘기는 개념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방식은 고금리 상황에선 굉장히 유용할 수 있지만, 보험계약마진(CSM)을 감소시키는 영향도 있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대량해지 재보험은 어쩌면 보험사들엔 공동재보험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CSM과 킥스 비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인지라, 대량해지 재보험 가입 회사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승환제도 개선 TF, 어떻게?
소비자가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 다른 보험사에 가입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집니다.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기존 가입 상품과 유사한 보험으로 갈아타게 하는 이른바 ‘부당승환계약’을 방지하려는 취지입니다.
승환계약이 그 자체로 나쁜 건 아닙니다. 소비자는 당연히 더 좋은 상품이 있다면 이를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죠. 문제는 기존 계약을 해지하면서 보장에 공백이 생기거나 예정 이자율이 달라지는 등의 소비자에게 불리한 요소를 상세히 알리지 않은 채 이뤄지는 ‘부당승환계약’입니다.
금융당국은 2003년부터 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소비자가 다른 보험사에 유사한 계약이 가입돼 있는지 알기가 어려웠죠. 이 때문에 구두로 확인하거나 형식적인 안내만 이뤄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용정보원에 타사의 계약정보 조회가 가능한 비교안내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게 TF의 계획입니다. 보험계약을 체결하려는 보험사가 신정원에 요청하면. 신정원은 기존 계약정보를 전송해주고, 보험사는 다시 이를 토대로 비교안내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보험사 입장에선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비교안내대상이 될 유사계약의 범위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죠. 요즘 장기인보험 보험상품들은 딱 어떤 보험이라고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거든요.
종합보험이란 이름으로 출시되는 상품도 많은데, 이러면 사실상 모든 인보험은 비교안내대상이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겁니다. 마감 일정에 쫓기는 영업현장의 다급함을 신정원이 얼마나 빠르게 지원할지도 미지수고요.
그렇다고 유사계약의 범위를 지나치게 러프하게 둔다면, 부당승환계약 방지라는 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겠죠. 금융당국이 유사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전까진 이런저런 걱정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놀랍지만은 않은 서울보증 상장철회
서울보증보험이 코스피 상장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현재로는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급등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국내외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거죠.
당초 서울보증은 두산로보틱스와 함께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혔습니다. 국내 유일한 보증보험 전업사로 민간 보증시장의 54%를 점유한 회사죠. 재무건전성과 이익률도 높고요. 기업가치가 최대 3조원에 이를 거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일각에선 몇 가지 불안요소를 제기했습니다. 우선 상장 후에도 현재처럼 독과점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의문, 또 이번 공모로 인한 자금이 서울보증보험 자체의 성장이 아니라 과거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로 쓰일 거라는 점 등이요.
예금보험공사는 서울보증보험 지분의 93%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공적자금 회수 목적으로 몇 년간 단계적으로 지분을 추가 매각한다는 계획이었고요. 그럼 당연히 공모주로서의 가치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비싸게 사더라도 향후에 더 많은 주식 물량이 풀릴 거니까요.
어쨌든 서울보증은 후일을 도모하기로 했습니다. 국제 금리와 정세가 안정되면 지금보다는 나을 거란 판단이겠죠. MG손해보험 매각 무산에 이어 서울보증 상장철회까지 겹친 예금보험공사의 다음 스텝에 이목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