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대표님의 부적절한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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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 대표님의 부적절한 취미생활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10.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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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낙찰자 내세워 비용 보전, 우회적 운영권 확보
사용제한 있는데 26억원? 배후 지원 없으면 불가능
헬스케어‧사회공헌 해명…금감원, 검찰에 배임 통보
동양생명 본사 전경. 사진=동양생명
동양생명 본사 전경. 사진=동양생명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동양생명이 장충테니스장 운영권 확보를 위해 부적절하게 사업비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배임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24일 동양생명에 대한 사업비 운용실태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낙찰받은 필딩홀딩스와 연간 9억원, 총 27억원 규모의 광고계약을 맺고 우회적으로 테니스장 운영권을 확보, 행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발표 이후 동양생명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해당 사안은 지속가능한 사업모델 개발과 브랜드 이미지, 고객 충성도 제고를 위한 일환”이라며 “특히 스포츠를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로 신규 고객 확보와 마케팅, 사회공헌 효과를 목표로 했으며 이는 그간의 실적 성장을 통해서도 입증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상식선을 벗어난 낙찰가와 입찰공고에서 금지한 실질적 운영권 행사, 막대한 광고비를 지급하고도 계약상 약속 미이행 방치, 테니스장 관련 인건비 및 관리비 부담 등 여러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장충테니스장. 사진=서울특별시공공서비스예약
장충테니스장. 사진=서울특별시공공서비스예약시스템

운영권 26억6640만원

서울시 중부공원여가센터는 지난해 10월 4일 남산공원 장충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2022년 11월 11일부터 2025년 11월 10일까지 3년간 사용 및 수익허가를 조건으로 하는 내용이다. 발주처가 제시한 예정가격은 부가가치세 포함 6억4876만2400원이었다.

필딩홀딩스는 이 계약을 26억6640만원에 따냈다. 감정가(5억8978만4000원) 대비 452.1%, 최저입찰가(6억4876만2400원) 대비 411%에 달하는 낙찰가율이다. 수상한 계약에 대한 의문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낙찰가에서부터 출발한다.

장충테니스장은 서울시 소유의 공유재산이다. 민간에 운영권을 넘기며 수익을 허가하지만, 여기에도 특수조건이 붙는다. 총 9면의 테니스코트 중 6면은 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을 통해 운영해야 하며, 영업시간도 06시부터 22시까지로 제한된다. 이용료 또한 서울시 조례에 따라 평일 8000원, 주말과 공휴일, 야간 1만400원으로 책정돼 있다.

특수조건에는 심지어 자동판매기에 관한 규제까지 담겨있다. 1대까지만 허용하며 이 역시 취급품목은 음료로 한정, 규모도 24버튼 이내여야 한다. 

장충테니스장 운영자 선정에 부가된 허가조건. 자료=서울특별시
장충테니스장 운영자 선정에 부가된 허가조건. 자료=서울특별시

결국 운영권을 따낸 업체가 수익을 도모할 수 있는 건 남은 3면을 활용한 대관 및 강습뿐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온전히 자유롭진 않다. 회원제 또는 이와 유사한 형태로 시민의 자유로운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는 일절 금지되기 때문이다. 일반예약제로 운영하되, 공정한 이용 관리를 위해 매월 이용현황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관련 업계에선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의 적정 손익분기점을 6억원 안팎으로 평가한다. 관리비와 인건비, 기타 유지보수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그 이하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단 것이다. 26억6640만원에 낙찰된 이 계약의 직전 낙찰가는 3억7000만원이었다.

광고비 27억원

두 달 후인 2022년 12월 동양생명은 필딩홀딩스와 연 9억원, 3년 총액 27억원의 광고계약을 맺었다. 곧바로 1년차분 9억원과 추가 광고비 9억원을 지급했고, 올해 5월부터 8월 사이엔 세 차례에 걸쳐 광고대행수수료 1억6000만원을 건넸다. 

계약서엔 기본 광고비와 추가 광고비, 광고프로모션비, 광고대행수수료로 명기됐다. 하지만 필딩홀딩스에 전해진 이 돈은 사용료와 시설개선공사비, 위탁운영비, 운영관리비 용도로 사용됐다. 터무니없이 높은 낙찰가를 보전해주는 광고비, 사실상 동양생명이 필딩홀딩스를 거쳐 장충테니스장 실 운영권을 획득한 것으로 보는 이유다. 

금감원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일반 임직원은 시설 이용 규정에 따라 사전예약을 하고 정해진 비용을 내야 장충테니스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테니스 매니아로 알려진 저우궈단 대표이사는 달랐다. 별도의 예약이나 비용 납부 없이 장충테니스장을 이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행위는 다시 공유시설로서의 사용허가 특수조건과 부딪힌다. 광고 계약을 맺은 회사 대표이사에 특혜를 줌으로써 시민의 자유로운 이용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입찰공고에서도 운영권 낙찰자는 이 일부 또는 전부를 3자에게 전대할 수 없음을 분명히 명기하고 있다. 광고 계약조건이라고 하더라도 민간의 사적 계약이 공유시설의 이용에 관한 조례 규정보다 우위일 순 없다.

동양생명은 시니어, 대학생, 장애인, 대체투자인 테니스 대회 및 자사 VIP 고객 프로모션 등의 행사를 장충테니스장에서 개최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에는 저우 대표와 영업지점장들의 회의 후에도 이곳에서 테니스를 쳤다. 당연히 이때마다 시민의 이용은 제한됐다.

동양생명은 처음부터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가질 수 없었다. 입찰에 뛰어들 수 있는 자격이 ‘최근 5년 내 테니스장 운영 실적이 있는 자’로 정해져 있었다. 테니스를 즐기는 대표이사가 언제든 편하게 칠 수 있도록 편법으로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확보한 것이란 의혹이 나온다.

장충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 참가 자격. 자료=서울특별시
장충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 참가 자격. 자료=서울특별시

헬스케어, 마케팅, 사회공헌?

테니스 지원 사업을 통해 헬스케어 서비스와 시너지를 내고 마케팅 및 사회공헌 효과를 도모했다는 동양생명의 해명도 궁색하다. 일단 본사업과 관련 있는 대체투자인 테니스 대회를 제외하면 시니어, 대학생, 장애인 대회를 개최한 것이 전부다. 서울 장충테니스장 한정, 소수의 동호인을 대상으로 한 몇 차례 행사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말하기엔 설득력이 약하다. 

마케팅 목적이었다면 광고 계약상 설치하기로 했던 광고물이 철거됐음에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이다. 연 광고비 9억원의 3년 계약이다. 계약 내용이 이행되지 않았다면 광고비를 조정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사회공헌 측면에선 그간 사회공헌활동에 인색했던 행보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동양생명이 사회공헌을 위해 쓴 비용은 고작 4200만원, 당기순이익 대비 0.04%에 불과했다. 연간 사회공헌활동비의 21배가 넘는 비용을 고작 1년 테니스장 이용권 구매에 사용한 셈이다.

지난 3월 25일 장충테니스장에서 열린 시니어 테니스 대회에서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동양생명
지난 3월 25일 장충테니스장에서 열린 시니어 테니스 대회에서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동양생명

배임 가능성, 고의성 여부가 관건

형법에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상 임무에 위배,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한다. 

이 사례에 대입해보면 동양생명이 필딩홀딩스에 지급한 돈은 회사의 사업비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이익은 필딩홀딩스에 귀속된다. 필딩홀딩스는 이미 장충테니스장 낙찰가 이상의 광고비를 약속받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위 사안만으로 배임죄에 관한 객관적 요건은 충족됐다. 검사를 수행한 금감원 역시 배임죄에 해당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남은 건 고의성 여부다. 회사에 발생한 손해가 명확하더라도 원인이 과실로 인한 거라면 배임죄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소속 A변호사는 “동양생명 입장에선 이미 사업비의 부적정한 운용이나 공유재산 조례 등 크고 작은 위법사안이 적발됐기 때문에 업무상배임죄 혐의만큼은 어떻게든 벗어야 할 것”이라며 “필딩홀딩스의 이례적인 낙찰가 이면에 동양생명과의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 또 그걸 실질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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