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책임보험, 사실상 ‘보험사 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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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책임보험, 사실상 ‘보험사 pool’?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4.03.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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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사업에 5개 보험사 신규 입성…총 10개사 참여
DB 컨소시엄 입지 줄고 소수점까지 복잡하게 구성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환경책임보험 4기 사업자가 정해졌다. 기존 DB손해보험 컨소시엄 5개사에 신규로 5개사가 들어왔다. 모두 10개 보험사가 참여하게 되면서 환경부가 추진하려던 보험사 pool 형태가 만들어졌단 시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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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환경책임보험 제4기 사업자 지분이 확정됐다. 각 회사는 이날 늦은 오후 개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DB는 간사와 기존 지분 50%를 지켜냈다. 3기에 이어 삼성화재가 간사에 도전했지만, 초창기부터 환경책임보험 인프라를 구축, 운영해오던 DB에 밀렸다. 하지만 아무런 지분을 받지 못했던 3기 때와 달리 9.269%의 지분을 얻었다. DB를 제외한 참여사 중 1위다.

눈에 띄는 점은 삼성을 포함한 신규 사업자들이다.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가 포함됐다. 5개사가 운영하던 3기에 비해 두 배가 늘었다. 종합하면 DB 컨소시엄(메리츠화재, AIG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과 삼성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였고, DB 컨소시엄이 이겼으나 삼성 컨소시엄 참여사까지 모두 지분을 받게 된거다.

지분 순으로는 DB 50%, 삼성 9.269%, 현대 8.107%, KB 6.49%, 메리츠 5.66%, AIG 5.157%, 한화 4.97%, 농협 4.75%, 롯데 3.156%, 흥국 2.453%로 나타났다. DB 컨소시엄과 삼성 컨소시엄으로 나누면 각각 68.711%와 31.289%다. 간사인 DB가 50%를 가져간 걸 고려하면 경쟁입찰에서 패한 삼성 컨소시엄에 되레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다.

각각의 컨소시엄을 모두 참여토록 하면서 지분도 상당히 복잡해졌다. 3기 때는 DB가 50%, 농협이 20%, AIG 15%, 메리츠 10%, 롯데 5%로 떨어졌다. 이게 10개사가 참여하는 4기 사업에선 소수점 세 자리까지 나눠진 것이다.

보험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첫째는 환경부가 추진하려던 보험사 pool을 위한 포석이란 시각이다. 위 10개사를 제외하면 국내 손해보험사는 MG손해보험과 악사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남는다. 

현시점에서 각 회사의 주력 보종과 형태, 규모, 현황 등을 감안할 때 환경책임보험에 참여할 여지가 있었던 건 하나손보 정도다. 사실상 전 보험사를 참여시키려던 보험사 pool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보험사 pool과의 차이라면 경쟁입찰을 통해 진행됐고, 여전히 DB가 간사라는 점이다. 하지만 DB 컨소시엄이 아니었던 보험사들에까지 지분을 주면서, DB의 입지를 약화시켰단 의견도 나온다. 환경책임보험에 참여하고 싶은 보험사들에 굳이 DB 컨소시엄에 들지 않아도 된다는 걸 피력했다는 것이다.

국가재보험이 도입된 후 환경책임보험의 연간 보험료는 600억원 수준이다. 5개 회사가 나누던 걸 이젠 10개 회사가 나눠야 한다. DB는 지분을 유지했지만, 다음은 장담할 수 없다. DB 컨소시엄에 들어가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많은 지분을 받는데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보험사들이 노선을 변경할 수도, 간사를 빼앗길 수도 있다.

실제로 3기 때부터 간사를 목표로 했던 삼성은 국가재보험 등 DB가 환경부와 대립했던 사안에 대해 대체로 수용하겠단 입장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DB가 간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건 환경책임보험 도입 초반부터 구축해둔 인프라와 데이터 덕분으로, 이렇게 더 많은 보험사가 운영 경험을 갖게 되면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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