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공제, 공제의 다양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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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공제, 공제의 다양한 미래
  • 김장호 기자 kimjangho@kongje.or.kr
  • 승인 2020.07.0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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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인터뷰]
조합은 노동자들의 경제적 이해를 대변하는 사회안전망
앞으로 노동공제 늘어날 전망, 회원 간 상부상조 가치 주목
공제는 기업에도 유리, 이직률 낮추고 경제적 효과도 높아

[한국공제신문=김장호 기자] 옛말에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 했다.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 근원(根源)을 생각해보라는 말로, 중국 남북조 시대 시인 유신(庾信)이 쓴 징조곡(徵調曲)에서 따온 문구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110여개의 공제회(조합)가 있다. 한국공제신문은 창간 1주년에 즈음하여 ‘공제’의 연원을 따라가 보고 미래가치로서 공제의 역할을 살펴봤다. 『노동공제, 오래된 미래』의 대표집필자이자 노동공제의 권위자인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을 만났다. 

사진: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공제는 어떻게 시작됐나

기원을 따지자면 중세 길드 조직까지 올라간다. 유럽에서는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노동자들의 생활 개선을 목적으로 출발했다. 회원들 상호간의 서로 돕기 정신으로 사회적 네트워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공제의 시작은 영국이다. 영국의 노동조합에서 최초로 공제를 시작했다. 영국은 펍 문화가 발달했다. 노동자들이 선술집에 모여 머니 박스라는 돈통에 돈을 조금씩 모으면서 공제회가 만들어졌고, 모아진 돈은 조합원 병원진료비나 사망 위로금 등으로 사용했다. 

이렇게 18세기 초에는 수천개의 박스 클럽과 공제회가 만들어졌다. 영국정부는 1793년에 로즈법을 만들어 공제회 등록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19세기 초에는 공제회의 보험계리지식이 발달하지 못해 재무적으로 손해를 보거나 파산하는 공제회도 많았다. 19세기 후반이 돼서야 근대적 공제회가 탄생했다. 이때부터 보험계리표를 이용하여 위험을 계산할 수 있게 됐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공제회는 이들 조합원들이 해외 이주를 시작하면서 공제회 아이디어도 함께 옮겨갔다. 미국에서는 1819년, 호주는 1830년, 캐나다는 1852년에 첫 공제회가 만들어졌다.

공제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공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끼리 경제적으로 서로 돕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일종의 안전장치다. 정부나 지자체가 놓치는 부분에 대해 사회안전망으로의 역할을 담당한다. 쉽게 말해 공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재산이 없기 때문에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여럿이서 미리 조금씩 돈을 모아 놓는 것이다. 그래서 수익성보다 호혜와 연대성의 원리가 더 강조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공제가 보험보다는 훨씬 더 포괄적 개념이다.  지금은 사적 보장의 역할을 대부분 민영보험이 담당하고 있지만 보험이 발달하기 전에는 공제가 담당했다. 앞으로 사회가 발달할수록 많은 분야에서 공공성과 공적기능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공제의 역할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공제가치의 재조명이 필요하다.

일본의 공제 사례는 어떠한가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법 제2조를 통해 노동조합을 정의하고, 2조 3호에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또 일본 노동조합법 제9조는 “노동조합은 공제사업, 기타 복리사업을 위해 특설한 기금을 다른 목적을 위해 유용할 때는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하여 공제사업 기금 운용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일본 공제의 발달과정을 보면, 협동조합의 아버지 격인 ‘가가와 토요히코’가 등장하는데 그는 미국에서 협동조합을 공부한 뒤, 패망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던 노동자들의 자조 운동과 협동조합을 결합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노동금고가 생겨나고 노동공제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패망 직후 일본 노동자는 은행에 예금할 수는 있어도 융자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생활이 곤궁한 노동자들에게 보험 가입은 ‘언감생심’이라서 생활 속 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노동자들 스스로 노동금고를 만들어 융자를 해주고, 공제를 만들어서 위험관리를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출발한 일본의 공제는 노동운동에서 발생했다는 걸 알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일본에는 크게 3개의 노동운동 단체가 있다. 렌고(전노제), 전노협, 전노련이다. 그중에서 공제를 운영하는 곳은 렌고와 전노련이다.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를 기반으로 하는 전노제(전국노동자공제생활협동조합연합회)는 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단체로 1954년 오사카에서 설립된 노동자공제생협 화재공제사업이 공제의 효시다. 그후 오사카의 노동자공제생협은 전국으로 확대됐다가 1976년 전국 58개 노동자공제생협 및 연합회가 전국노동자공제생활협동조합연합회로 통합돼 전노제공제가 설립됐다.
 그로부터 10여년 후 전노련은 기존의 공제사업이 노동자를 돕고자 하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수익사업체로 변질됐다고 비판하며, 1987년 7월 노동조합법에 기반하여 노동공제를 설립했다. 2010년에 이르러 전국노동조합총연합공제회(전노련공제)가 만들어 졌다.

노동금고는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되나

노동금고는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일종의 협동조합은행이다. 스페인이 몬드라곤, 캐나다 퀘백 등이 노동금고가 발달해 있다. 조합이 걷은 조합비 등 현금을 금고인 협동조합은행에 예탁하고 필요시 대출 받는 형태다. 조합이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데 필요한 자금으로 쓰고 투자나 수익사업을 통해 조합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구조다.

노동조합이 공제를 할 수 있는 법적근거는 있나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를 보면 공제가 노동조합의 근간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노동조합이라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체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다만 동법 제2조 제4호에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5가지 경우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제2조 제4호 다목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다목에 “공제·수양 기타 복리사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노동조합은 공제사업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면 노동조합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다른 다양한 사업 중에 하나로 공제사업을 영위하면 노동조합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공제’가 노동조합의 여러 사업 중 하나임을 명시하고 있다.

 노동조합법을 근거로 공제를 설립한 사례가 있나

좋은 질문이다. 봉제인공제회의 예를 들겠다. 봉제인공제회는 노동조합법에 따라 2019년 11월 설립됐다. 화섬식품노조의 규정으로 봉제인지회 조합원을 대상으로 공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법으로 공제회를 설립하지 않은 최초의 사례다. 이것은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하는 절차의 고단함 때문이 아니라, 노동조합법만으로도 충분히 공제회를 설립하고 공제사업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제의 운영 방향은 어떠한가

노동공제 특별법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특별법보다는 노동조합법에 근거한 노동공제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별법을 제정하여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작하면 초기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노동공제의 자주적인 성격이 훼손될 것이라 생각한다. 더디지만 차근차근 탄탄하게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도움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시작하다 보면 초기엔 사업규모가 작을 수가 있다. 그러나 규모가 작더라도 갖출 것은 갖춰야 한다고 본다. 금전사고, 사금고화 등의 문제가 발생치 않도록 노동조합 자체적으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 공제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자연히 전체 규모가 커지게 될 것이다. 공제회 숫자가 많아지다 보면 기금 관련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공제회가 나타날 수도 있다. 기금 운용에 대한 규정을 노동조합법에 명기하는 조치가 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관리감독 부재나 법률상 헛점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사회적 파장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보완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노동관련 주무부처와 공제사업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도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공제 운영은 두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는 공제에 대한 노하우가 있는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는 것이고, 둘째는 노동조합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전자는 기존의 보험회사 등을 활용해서 상품을 의뢰하든지 하여 시스템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이고 후자는 말그대로 조합내 사업본부를 두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 같은 위탁운영과 직접운영 방식 중 어느게 유리한지는 좀 더 고민해야 할 사항이지만, 사업초기 단계에서는 위험률 산정, 전산시스템 구성 등 난제가 많기 때문에 외부에 위탁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본다. 

기업 입장에서 공제는 어떤 경제적효과가 있나

공제는 우선 사업비가 적기 때문에 낮은 공제료로 조합원들이 높은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공제의 기능이 활발해지면 그에 따른 여러 혜택을 조합원이 받게 된다. 결국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져 이직율이 낮아 지고 장기 근속자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공제가 있음으로 해서 회사는 더욱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신규채용에 드는 비용이 감소하며, 장기근속으로 노동의 숙련도가 유지되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올라 회사 이미지 상승 효과도 함께 나타날 것으로 본다.

공제 확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공제를 추진하려면 조합원의 폭넓은 참여가 있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이과정에서 조합과 공제 등에 대한 조합원의 이해도 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또 노동조합 공제의 전국적 확산을 위해서 공제에 대한 공론의 장이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청회나 토론을 통해 노동공제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국민들에게 더 자세하게 알리고 싶다. 의제 논쟁을 통해 공제의 본원적 가치가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공제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다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플랫폼 노동이 확산세다. 이들에게 필요한 사회안전망은 무엇인가

최근 노동의 형태 중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플랫폼 노동으로 표현되는 독립 노동자의 증가세다. 이들은 플랫폼을 통해 노동을 하고 있지만 고객과 직접적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렵고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퀵서비스, 음식배달, 대리운전 등 모바일 앱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하여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의 규모가 약 53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을 부업이 아닌 주업으로 한다고 밝힌 사람이 53.7%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플랫폼 노동자들의 증가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연대, OO연합 형태의 조직이 많이 만들어 질 걸로 보인다. 이들에게 협동조합 방식의 공제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노동공제라는 표현이 생소하고 자칫하면 노동이라는 표현이 들어 감으로써 불편한 선입견을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노동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요즘처럼 노동의 형태가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법과 제도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다. ‘노동공제’를 이야기하는 지금 우리는 과거의 지혜를 다시 살려 내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노동없이 세상이 만들어 질 수 없다.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내용을 만들기 위해 노동의 가치와 노동이라는 표현을 소중히 생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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