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AI와 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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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AI와 공제
  • 이루나 sublunar@naver.com
  • 승인 2024.03.2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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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루나] 빅데이터에서 인간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송길영 저자는 최근 출간한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특강에서 생성형AI에 관해 충격적인 예보를 한다. AI 동료는 출퇴근을 하지 않고 24시간 일할 수 있다. 기존의 내가 하던 많은 일은 AI가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할 것이고, 나는 일을 없애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된다. 송길영 저자는 앞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생성형AI를 사용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내가 일을 없애지 않아도 누군가는 내 일을 없애려 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혁신이라고 부른다.

일을 없애는 것이 일이 된다. 이를 개인에게 대입해 보면 섬뜩해진다. 내가 일상적으로 하는 많은 업무들을 곧 사라진다는 얘기다. 리서치나 자료 관리 같은 반복적인 일은 이미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하는 창의적인 기획 분야의 일까지 AI가 넘보고 있다.

기획안 작성 시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주요 키워드를 조합해서 ChatGPT에 넣어본다. 명령어를 넣는 순간 몇 초 지나지 않아 잘 정리된 문장들이 등장한다. 내용이 맘에 들지 않으면 명령어를 조금 바꿔본다. ChatGPT는 불평불만 없이 다른 유형의 문장을 출력해 낸다. 이를 계속 반복시켜도 짜증내지 않고, 문장을 계속 내어놓는다. 그중 몇 가지 아이디어를 발췌해서 기획안에 녹여낸다.

조금만 더 진화하면 ChatGPT가 혼자서 기획안을 다 써내고, 상사에게 알아서 보고할지도 모른다. 보고를 위한 요약 및 시각화 자료도 순식간에 만들어 낼 것이고, 상사의 피드백 특성에 맞춰 표현 방식과 문체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나의 상사도 ChatGPT를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AI가 작성한 기획안에 AI가 피드백하고 최종 의사결정도 AI가 할 지도 모른다.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내부의 경험이나 외부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AI의 연산과 판단을 더 신뢰할지도 모른다. 생성형AI의 발전은 우리의 일, 직장, 미래를 송두리째 매우 빠르게 바꿔가고 있다.

공제업계는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업계 내부를 들여다보면 AI가 대체할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조합원의 기금을 걷고 관리하는 재무 회계 영역은 상당히 시스템화되어 있지만, 이를 검증하는 역할은 아직 사람이 하고 있다. AI라면 훨씬 신속 정확하게 오류를 찾아낼 수 있다. 조합원이나 외부 기관에 공제조합의 정책, 상품을 홍보하는 마케팅 분야도 AI가 진입할 수 있다. 제한된 예산 내에서 최적의 홍보 채널을 찾고, 홍보 문구나 타겟 고객까지도 선정할 수 있다. AI가 더 고도화되고 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면 투자 영역까지도 AI가 대체할 수 있다. 자산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늘리고, 신규 사업 진입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도 AI가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제 공제업계에 근무하는 수많은 인력은 고유 업무가 순식간에 없어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런 변화에 대응해 내부에 AI 인력을 양성하고 있고, 지속해서 외부의 IT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과 현장 인력은 축소하고 있지만, 임직원의 데이터 분석 역량과 활용 역량을 높이는 교육에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IT 인력이 아닌 직원은 리스킬링(Re-skilling)을 통해 직무 전환을 유도하고, IT 인력은 업스킬링(Up-Skilling)을 통해 기존 직무의 숙련도를 높이고 있다. 전 임직원이 IT 역량을 갖추면서, 시장과 기술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제업계는 이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아직 외부인의 입장에서 공제업계의 변화는 커 보이지 않는다. 매년 공시되는 공제회 수익률에 대한 일희일비만 있을 뿐, 장기적으로 생성형AI 기술의 진화와 인적 경쟁력, 사업 경쟁력 확보에 대한 고민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 추이를 볼 때,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멀지 않았다. 사람의 빈자리는 분명 기술이 채워 나갈 것이다.

AI는 사람의 일을 덜어줄 것이고, 공제업에서도 혁신이란 이름 아래 효율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제 남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할지, 그리고 생성형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다른 업계의 혁신이 가속화된다면 공제업계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내 일을 먼저 없애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일도 빨리 없앨 수 있다. 우리는 미래에 무슨 일을 하게 될까? 공제업계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서둘러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AI는 밤낮없이 일하면서 우리의 일을 없애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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