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CSM만 좇다가…유동성 위기 ‘스멀스멀’
상태바
IFRS17, CSM만 좇다가…유동성 위기 ‘스멀스멀’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4.03.13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규제 완화로 유동성은 개선, 커버리지는 적신호
실적 위주 보장성보험 집중에 현금보유량 급감
IFRS17에서 CSM 위주의 경영전략을 펼쳐온 보험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IFRS17에서 CSM 위주의 경영전략을 펼쳐온 보험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보험업계에 유동성 위기가 드리워졌다. IFRS17에서 유리한 보장성보험 판매에 몰두했던 부작용이다. 이러한 상황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선제조치로 유동성비율은 높아졌지만,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낮아지는 등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유동성비율은 보험계약자의 보험금 및 제지급금 청구에 대한 보험사의 지급능력을 볼 수 있는 지표다. 지급여력비율, 부실자산비율, 당기순이익과 함께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잣대이기도 하다. 최근 1년간 월평균 지급보험금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대비 유동성자산의 비중으로 측정하며, 100%를 기준으로 높을수록 건전한 것으로 본다.

지난 2022년 보험업계는 극심한 유동성 문제를 겪었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지급보험금이 크게 늘었고, 이 결과 지급여력비율은 충분한데도 유동성은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다. 각 보험사는 채권을 팔고 환매조건부채권을 단기 차입하거나 금리를 높인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내놓으면서 유동성 확보에 매달렸다.

기관투자자로서 기능하던 보험사들이 앞다퉈 채권을 내다 팔자 금융당국도 다급히 진화에 나섰다. 유동성비율에 관한 규제를 풀었다. 기존엔 만기 3개월 이하만 인정하던 유동성자산 범위를 활성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만기 3개월 이상 채권 등 즉시 현금화 가능한 자산까지 늘렸다. 보험사 경영실태평가 때 유동성 지표 평가등급을 1등급씩 상향 적용하는 것도 더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 완화는 오히려 보험사의 유동성비율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보험사들의 평균 유동성비율은 785%에 달한다. 이것도 1분기 (812%)에 비하면 약 27%p나 감소한 수치다.

생명보험사들로만 한정하면 2022년 3분기 158%였던 유동성비율은 규제 완화 후 바로 다음 분기(2022년 4분기)에 1383%로 급등했다. 다시 3개월이 지난 2023년 1분기엔 무려 1820%에 달했다. 유동성비율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지표로 전락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건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다. 이 지표는 IFRS17, K-ICS 도입에 맞춰 기존 유동성리스크비율을 대체하기 위해 신설된 항목이다. 발생 가능한 지급보험금 대비 유동성자산으로 산출하는 유동성리스크비율은 지급보험금에 국한된다는 한계가 명확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보험사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현금화 가능한 적정 수준의 자산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주요 골자다. 유동성자산 및 부채 기준을 기간과 기업, 개인 등으로 세분화해 정확도를 높였으며, 가용유동성 대비 조달필요금액으로 산출하는데 위기상황에서도 30일간 가격변동이 일정 수준 미만인 자산만을 유동화 가능 자산으로 인정한다.

금융당국이 이를 도입한 이유는 보험사의 유동성을 국제 수준에 맞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국제보험감독기관협회(IAIS)의 평가 방식을 차용한 것이기도 하다. 이 역시 100%를 기준으로 건전성을 판단한다.

그런데 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대외적으로 공시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RAAS)에 반영되는 것으로 현재는 공시 대상이 아니다.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확인 가능한 가장 최근 기준으로 손해보험사는 평균 96.4%(2023년 상반기), 생명보험사는 평균 106.7%(2023년 3분기)로 나타난다.

같은 기간 유동성비율과 비교해보면 격차가 상당하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 100%를 넘지 못한 시기 손해보험사들의 평균 유동성비율은 446.6%%로 조사됐다. 106.7%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을 기록한 2023년 9월 기준 생명보험사들의 유동성비율은 무려 1016.8%로 약 10배의 차이를 보였다.

쉽게 말해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국내 기준에서의 유동성비율은 개선됐지만, 국제 기준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하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관련 전문가들은 보장성보험 위주 포트폴리오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IFRS17에서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높이는 데 강점이 있는 보장성보험에 주력하면서 오히려 계약 기간이 길고 상대적으로 보험료도 높은 저축성보험은 위축, 현금보유량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저축성보험을 보유한 생명보험사의 경우 당장 수치상으로는 손해보험사보다 상황이 낫지만, 높은 해약환급률을 내세워 판매해온 단기납 종신보험이 변수다. 향후 일시에 해약이 몰리면 유동성 위기가 어느 때보다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일각에선 CSM만 좇는 근시안적 전략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거란 위기감이 나온다. 임기가 정해진 CEO들이 눈앞의 성과에만 매몰돼 실적 위주 경영으로 되레 중장기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금보험 보장 한도 상향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유동성 문제가 떠오르는 것 또한 예금보험료 인상이란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