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談] 캐롯은 왜 항상 누적을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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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談] 캐롯은 왜 항상 누적을 말할까?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4.02.29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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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갱신 자동차보험의 무의미한 누적가입건 자랑
캐롯손해보험은 지난 22일 퍼마일자동차보험 누적 가입건수가 170만건을 넘었다고 밝혔다.
캐롯손해보험은 지난 22일 퍼마일자동차보험 누적 가입건수가 170만건을 넘었다고 밝혔다.

[보험談]은 보험업계의 숨은 이야기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보험상품 개발 비하인드스토리부터 각종 카더라 통신까지 보험업계 여러 담론(談論)과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 때로는 보험사들이 민감한 험담(險談)까지도 가감없이 전달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캐롯손해보험이 최근 보도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주력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실적을 홍보하는 내용이었죠. 2020년 2월 첫선을 보인 후 4년 만에 누적 가입 170만건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지난 1월 기준 재가입률도 91.5%로 손해보험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언급도 함께요.

이런 설명만 들으면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성장세가 굉장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여기엔 통계의 함정이 있습니다. 170만건은 어디까지나 누적이라는 거죠. 자동차보험은 1년마다 갱신되는 상품이고요. 누적 가입이 얼마나 되는지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먼저 그간 캐롯이 배포했던 누적 가입건수 관련 홍보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2021년 1월 11일 10만건 ▲2021년 12월 14일 40만건 ▲2022년 3월 6일 50만건 ▲2022년 5월 10일 60만건 ▲2022년 7월 12일 70만건 ▲2022년 9월 30일 80만건 ▲2023년 2월 1일 100만건 ▲2023년 11월 9일 150만건 ▲2024년 2월 22일 170만건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죠. 2023년 2월 1일 기준 100만건이 2024년 2월 22일엔 170만건으로 늘었습니다. 약 1년간 증가한 계약은 70만건 정도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겠습니다. 2023년 2월 1일 기준 100만건이었던 캐롯의 누적 가입건은, 같은 해 11월 9일 150만건으로 50만건 증가했습니다. 또 그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본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1.7%로 나타났습니다. 

매년 2500만건가량의 자동차보험 계약이 이뤄지는 걸 고려하면 해당 기간 계약건수는 대략 42만5000건으로 유추됩니다. 10월까지 약 42만5000건, 이게 다시 3개월여만에 20만건(2023년 11월 9일 150만건~2024년 2월 22일 170만건)이 늘었으니, 얼추 1년이면 70만건에 근접하겠네요.

물론 정확하지 않은 추산입니다. 자동차보험은 1년 단위이나, 모든 계약이 동시에 이뤄지진 않거든요. 보험사마다 자동차보험료에 차이도 있어, 수입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점유율은 현실과 괴리가 있을 거고요.

이제 캐롯이 이렇게 누적에 집착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전하고픈 대상과, 그 메시지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 얻고자 하는 이득이 있다는 거겠죠.

캐롯은 자동차보험시장의 후발주자입니다. 또 CM으로만 판매하는 디지털 손해보험사죠. 먼저 잠재고객층을 겨냥한 메시지라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일 겁니다. 4년 동안 170만명이 선택했다는 직관적인 수치로요.

한편 캐롯은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이 합작한 회사입니다. 한화그룹 오너가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최고디지털책임자를 맡기도 했고요. 그렇다는 건 경영진, 투자자들에게 내밀 성적표도 필요했다는 말이겠죠.

다만, 이런 숫자가 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매년 자동차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소비자들에겐 저렴한 보험료와 사고 때 신속하고 합리적인 처리 프로세스, 간편한 절차 같은 것들이 더 실질적으로 와닿는 요소거든요.

경영진, 투자자들을 향한 메시지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비전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누적 가입건은 의미가 없죠. 이것보단 연간 가입건은 얼마인지, 전년 대비 얼마나 성장했고 손해율과 이익률은 어떤지 하는 것들이 훨씬 중요할 겁니다.

소비자 관점에서, 시작부터 꾸준히 유명 배우들을 모델로 내세워 온 캐롯의 위크 포인트는 더이상 인지도가 아니라 0.18%(2023년 상반기 기준)에 달하는 압도적인 보험금 불만족도입니다. 경영진 관점에선 업계 전체 평균 손해율(79.3%)를 크게 상회하는 손해율(94.1%, 이하 2023년 1월~10월 기준)일 거고요. 

누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캐롯엔 그렇습니다. 2009년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출시하고 2014년부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화재가 누적 가입자수 570만명을 말하는 거나, 출시 11개월 만에 계약 10만건을 돌파했던 초창기와는 다르단 겁니다. 만 4년이면 이젠 성장률, 안정성 같은 지표들을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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