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 조기사퇴 잇달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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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 조기사퇴 잇달은 이유는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4.02.2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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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수 상근직 이사장’ 탄생… 업무 의욕 저하
지원자격도 까다로워, 이사장 공백 장기화 우려

[한국공제보험신문=홍정민 기자] 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이 두 번 연속으로 조기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조합 이사장이 무보수 상근직으로 바뀌면서 업무 수행 의지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6월에 취임한 장춘재 전 이사장(5대 이사장)이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2021년 9월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 사퇴했다. 이사장의 공백이 발생하며 오준오 보람상조개발 대표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2022년 11월 박재걸 전 이사장이 한상공 6대 이사장 자리에 취임했다.

그런데 박재걸 전 이사장도 지난달 돌연 사직서를 제출했다. 임기가 약 10달 가량 남은 시점이었으나, 건강 악화로 세종시에서 서울시로 출퇴근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였다.

두 이사장 모두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했으나, 업계에서는 진짜 사퇴 이유는 급여가 없고 책임만 있는 이사장 자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2월 개정된 조합 정관 제40조에 따르면 이사장은 무급여로 하되 규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무보수 상근직인 이사장에게 경영성과에 따라 성과급 3000만원~60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장춘재 전 이사장은 사임한 당시 1년 동안 업무에 대한 성과급을 전혀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보수 상근직이 탄생하게 된 원인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박제현 전 이사장의 고액 연봉 수령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이사장 연봉은 기본급 1억6800만원, 경영활동수당 3000만원, 성과급 3000만원을 더한 2억2800만원이었다. 이는 조합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장(장관급) 연봉 1억2500여 만원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다.

이후 2020년 2월 조합은 내실 강화의 취지로 이사장의 고정급여 폐지와 함께 이사장 자격 요건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승인했다.

당시 공제조합은 이사장직의 급여를 없애는 대신 비상근으로 둘 것을 요구했으나 공정위 측은 조합의 설립 목적이 소비자 피해보상에 있는 만큼 상근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면서 무보수 상근직 이사장 자리가 생겨났다.

이와 함께 이사장직의 자격 요건은 대폭 강화됐다. 정관 개정 전 자격요건은 공정거래 및 소비자 보호업무에 대한 학식이나 경험, 상조업무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 기관의 경영혁신 능력과 전략적 리더십,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투철한 윤리의식 등이었다.

그러나 2020년 정관 개정안은 이사장 자격 요건으로 ▲대학 또는 정부 출연기관에서 부교수 또는 책임연구원 이상 재직했던 자로서 소비자 보호 분야 또는 금융 분야를 전공한 자 ▲변호사 또는 공인회계사 자격자 ▲상조업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소비자원 또는 공정거래조정원 임원 이상 경력 ▲소비자보호 분야 또는 공정거래분야에서 4급 이상 공무원 출신 등 기존에 없던 여러 조건이 추가됐다.

이사장 연봉이 일부 조정된게 아니라 보수를 아예 없애버린 상황에서 정관에 명시된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 인재가 나서기는 쉽지 않다.

만일 후임자를 찾지 못할 경우 이사장 직무대행 체제 장기화되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조합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조합 이사장이 너무 고액연봉을 가져가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무보수 상근직으로 만들고 여러 경력제한을 거는 것은 너무 근시안적인 생각”이라며 “사실상 명예직으로 봉사할 사람이 아니면 이사장 공백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상조공제조합 관계자는 “이사장이 무급이다보니 책임의식을 갖기 힘들어 이런 경우가 발생한 것 같다”며 “이에 공정위와 조합은 심각성을 깨닫고 유급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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