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부채리스크, 코리안리는 받을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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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부채리스크, 코리안리는 받을 수 있는 이유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12.26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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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 초장기 리스크, 단기 손해보험으로 전환
부채까지 이전하며 K-ICS 상 요구자본 감소효과도
코리안리 본사 전경. 사진=코리안리
코리안리 본사 전경. 사진=코리안리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생명보험업계 리딩 컴퍼니 삼성생명의 공동재보험 계약이 화제다. 지난해 코리안리에 5000억원대 공동재보험에 가입했던 삼성생명은 올해 계약 규모를 7000억원으로 늘렸다. 예측하기 어려운 금리 변동성, 높은 재보험료로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했던 공동재보험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삼성생명의 대규모 계약은 큰 의미를 지닌다. 삼성생명의 올해 상반기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은 223.5%. 공동재보험 규모가 삼성생명의 전체 자본에 대비하면 큰 포션도 아니다. 단순히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란 것이다. 바꿔 말하면 재무상태가 우량한 보험사 역시 높은 재보험료를 감내할 만한 기대 이익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공동재보험은 이를 인수하는 재보험사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공동재보험을 통해 보험사에 전가할 수 있는 리스크가 크다는 건, 거꾸로 재보험사엔 담보해야 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물론 높은 재보험료는 그만큼의 수익으로 잡히겠지만, 재보험사 역시 금리의 영향을 받으며 보유 리스크에 대비한 자본을 쌓아야 한다는 점은 같다.

IFRS17로 재무건전성 관리에 막대한 부담이 생긴 보험사들과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허용된 공동재보험, 보험사들과 마찬가지로 IFRS17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재보험사가 공동재보험을 통해 리스크를 담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IFRS17과 생명보험

IFRS17 도입으로 보험업계엔 부채 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보험부채의 시가평가 전환 때문이다. 보험부채는 보험사가 미래에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다. 이전까지는 계약 당시 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했었다. 이것이 시가로 바뀌면서 보험부채가 크게 늘어나게 됐다.

특히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보장성보험 위주의 손해보험사들과 달리, 언젠간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저축성보험 비중이 큰 생명보험사들은 보험부채 평가에 반영되는 보험계약마진(CSM)에 있어서도 불리하다.

공동재보험

공동재보험은 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외에 저축보험료와 부가보험료도 재보험사에 출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로써 보험사고를 비롯해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 이전도 가능하다.

이는 과거 고금리상품을 많이 판매했던 생명보험사들에 유용하다. 생명보험사들은 고금리상품 계약 당시의 예정이율과 현재 금리에서 발생하는 수익률의 차이를 고스란히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예를 들어 시중 금리가 10%였던 시기에 예정이율 8%의 상품을 팔았고, 현재 금리가 3.5%라면 4.5%의 차이를 감당(요구자본으로 적립)해야 하는 것이다.

공동재보험을 통해 이러한 금리 리스크를 출재하면 보험사는 요구자본이 감소한다.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누는 지급여력비율 산출식의 분모를 줄여 지급여력비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전까지 보험사들은 대부분 가용자본을 늘리는 형태로 지급여력비율을 높여왔다.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금리의 영향이 크다. 금리가 낮으면 흥행이 어렵고, 금리가 높으면 이자 및 상환 부담이 커진다.

공동재보험 역시 금리의 영향이 없진 않지만, 분모를 줄이는 형태도 가능해지며 상황에 따른 선택지가 늘었다. 여기에 비용(재보험료)을 들여서라도 금리위험을 소거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선 더 활용도가 높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동재보험은)어떻게 보면 돈을 좀 더 내더라도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 변수를 없애는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금리가 오르면 공동재보험에 가입한 효과가 줄어들 순 있지만,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단기적인 낙폭에 신경쓰지 않고 중장기적인 재무관리 계획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장성보험

재보험사는 큰 틀에서 손해보험사로 분류된다. IFRS17은 손해보험사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정확하게는 보장성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회사에 유리한 구조다. 공동재보험은 재보험이자, 보장성보험이다.

삼성생명-코리안리의 사례에서, 삼성생명은 과거 판매했던 일부 저축성보험의 이차손 위험을 전가했다. 이때 삼성생명의 금리 리스크는 판매 당시 높은 금리와 현재, 그리고 공동재보험 계약 기간까지의 위험이지만, 코리안리가 인수한 건 공동재보험 계약 당시부터 종료까지다.

예를 들어 생명보험사가 넘기는 고금리상품의 이율이 8%고 현 금리가 3%라면, 단순 계산으로 생명보험사의 손실은 5%p다. 하지만 재보험사가 받는 위험은 현 금리인 3%에서 시작한다. 공동재보험 기간 내 금리가 2%로 떨어지더라도 재보험사의 손실은 1%p가 되는 거다.

생명보험사는 금리가 오르면 공동재보험에 가입한 실질적 효과는 없지만, 적어도 5%p 이상으로 손실이 커지진 않을 수 있다. 예상할 수 없던 손실액에 한도를 걸면서, 장기적으론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폭도 넓힐 수 있는 셈이다.

부채 이전 상계효과

재보험사는 공동재보험을 통해 큰 수익을 얻는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해온 코리안리는 당해 9조7242억원의 수재보험료 실적을 올렸다. 전년(8조2736억원) 대비 16.1%나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매출 증대는 다시 코리안리의 운용자산 규모 및 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여기에 코리안리가 이전받는 위험엔 부채까지 포함된다. 일반적인 재보험에선 위험을 수재한 재보험사는 보유 리스크가 늘며 요구자본도 증가하지만, 부채까지 수재하는 공동재보험에선 기존에 없었던 금리부부채도 생겨난다. 이것이 상계되며 오히려 K-ICS 상 요구자본이 감소하는 효과로 나타난다.

코리안리엔 꽃놀이패

결과적으로 코리안리는 생명보험사가 가진 리스크의 일부를 보장하면서 적잖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부채까지 이전받으니 요구자본이 늘어날 걱정도 적다. 이렇게 올린 수익은 투자로 연결돼 더 큰 이익 실현을 도모할 수 있다. 공동재보험 수요가 늘어나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리안리는 올해 초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진행했다가 진땀을 뺐다. 코리안리의 예상은 2000억원 규모, 매수 주문에 따라 최대 2500억원의 발행 계획을 세웠지만, 주문량은 2070억원으로 간신히 목표를 채우는 데 그쳤다.

모든 보험사에 재무건전성 제고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공동재보험은 코리안리에게 큰 기회다. 보험사들의 요구자본 감소 수요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자사의 재무건전성 제고까지 기대할 수 있어 이래저래 코리안리엔 꽃놀이패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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