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날 군사위성, 보험중개사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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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날 군사위성, 보험중개사 역할은?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12.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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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공제조합‧손해보험협회 통해서만 가입 가능
발주처 BOR 관행 불가…재재보험 브로킹 집중 전망
한국의 첫 군사정찰위성. 사진=스페이스X
한국의 첫 군사정찰위성. 사진=스페이스X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우리나라가 2일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중형 군사정찰위성 4기, 초소형·소형 정찰위성 130여기를 추가 발사할 계획이다. 군사위성이 보험업계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보험중개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지 자세히 살펴봤다.

위성보험 vs 군사위성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주는 더 이상 미지의 영역이 아니다. 선진국들은 앞다퉈 우주를 활용하기 위한 기술경쟁에 돌입했고, 점차 가시적인 결과물도 내놓고 있다.

특히 우주는 그 공간적 특성상 안보 분야에서 활용가치가 크다. 미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는 우주에서의 전쟁 수행능력 향상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휴전국인 한국 역시 정찰 목적의 위성 확대를 비롯해 다양한 우주무기체계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위성은 개발부터 발사, 운용까지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계획이 실패할 위험도 매우 크기에 비용에 관한 리스크 분산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많은 위성의 제작사와 운영자들은 보험 가입을 통해 실패에 대비한다.

그런데 군사위성은 일반적인 상황과 다르다. 보험사에 넘길 수 없는 군사기밀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보다 앞서 군사위성을 운용해온 여러 국가에선 아예 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여분의 추가 위성 및 발사체 제작 등의 자가보험 형태로 진행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많은 발사계획을 모두 자가보험으로 담보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에 따라 기밀 유출은 방지하면서 효과적으로 군사위성의 실패 리스크를 넘길 수 있는 보험 가입 방안이 요구됐다.

위성보험은 계약당 규모가 크다. 한 번의 사고가 보험사에 미치는 여파도 크다. 높은 수준의 기술적인 리스크 분석 능력이 요구되는 반면 발사 데이터 등 모수는 많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까지도 영국 로이즈를 통해서만 재보험자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그간의 위성보험시장은 글로벌 보험중개사가 좌우해왔다. 국내에선 마쉬가 거의 유일한 취급자였다. 계약자와 마쉬, 로이즈, 코리안리 정도가 국내 위성보험에 참여해왔다. 

BOR 제동 

‘보험중개사 지명장(BOR, Broker of Record)’은 계약자가 보험중개사를 지명하고 보험계약 전반을 위임하는 제도다. 이는 보험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계약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마련됐다. 지명된 보험중개사가 보험사와 협상을 통해 계약자가 요구하는 최적의 담보와 요율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특히 취급자가 제한적인 상업위성보험에선 BOR이 만연했다. 그런데 보안이 요구되는 군사위성보험에서는 이것이 원천 차단된다. 현행법상 보안이 필요한 국방, 방산 관련 물건의 보험계약은 방위산업공제조합, 손해보험협회, 화재보험협회 세 곳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다. 실제로 모 공공기관은 군사위성보험 용역을 발주하면서 특정 중개사에 BOR을 보냈으나, 이는 명백한 위법 행위이다.

보험계약을 중개하려면 해당 물건에 관한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군사위성이 보유한 기밀은 보험중개사에 줄 수 없는 부분이다. 당연히 정보를 받을 수 없는 보험중개사는 이를 토대로 한 보험사, 재보험사와 요율 협상도 불가능하다. 

법령 정비 완료

군사위성보험이 그동안 없던 새로운 보험인 만큼 현실적인 문제도 생겨났다. 손해보험협회와 화재보험협회가 방산보험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보안을 위한 특별협정에 의해서다. 여기에는 각 협회가 취급할 수 있는 보종이 분리돼 있는데 위성은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7월 손해보험협회의 해상 및 보세보험 공동인수 협정이 개정되면서 비로소 손해보험협회를 통한 군사위성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다.

방위산업공제조합 역시 방산보험 전 보종을 운영할 수 있지만, 군사위성보험의 경우 주된 계약자가 국방과학연구소나 항공우주연구원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조합원 자격이 방산업체로 제한돼 있어 연구기관은 가입할 근거가 없었다.

그러나 이 문제도 올해 7월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해결됐다. 전문, 일반연구기관 역시 방위산업공제조합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중개사 역할 변화

앞으로 군사위성보험 시장은 보안 문제에 저촉되지 않는 방위산업공제조합과 손해보험협회의 경쟁 체제가 될 전망이다.

표면적으로 이들의 경쟁에 기밀 정보를 받을 수 없는 보험중개사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하지만 역할의 축소라기보다는 변화라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보험중개사들은 계속해서 커질 군사위성보험 시장에서 재재보험 브로킹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재보험에선 리더 재보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캐파가 작은 중소형 재보험자들은 리더 재보험자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따라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정보가 제한되는 군사위성보험은 재보험자 각자가 리더가 되는 버티컬 마켓이다. 마찬가지로 제한된 정보만으로 재보험자를 설득해야 하는 보험중개사의 역량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험중개사업계 관계자는 “기존 상업위성보험이 BOR을 받은 일부 보험중개사만의 시장이었다면, BOR이 불가능한 군사위성보험시장은 역량을 갖춘 여러 보험중개사에 새로운 기회”라며 “이렇게 관련 경험이 축적되면 향후 상업위성보험시장에서도 건설적인 경쟁을 벌이며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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