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무늬만 ESG’, 온실가스·기후변화 대응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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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무늬만 ESG’, 온실가스·기후변화 대응 미흡
  • 홍정민 기자 hongchungmin@kongje.or.kr
  • 승인 2023.11.1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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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의원, ‘금융사 ESG 경영 및 기후공시 분석’
ESG 공시 36.6%, 기후변화 대응 29.3% ‘낙제점’

[한국공제보험신문=홍정민 기자] 보험사들이 ‘무늬만 ESG’를 실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투자는 활발했으나, 그 외에 경영·기후공시를 체계적으로 하는 곳은 일부 대형보험사에 불과했다. 실질적인 기후변화 대응방안이나 온실가스 감축안은 형식적인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회사의 ESG 경영 및 기후공시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재무공시와 달리 숫자로 계량화하기 힘든 금융회사 ESG현황에 대해 체계적으로 조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 중에서도 보험사 관련 내용을 정리했다.

김성주 의원실이 경제개혁연구소와 함께 지난 7월 생명보험사 22개사. 손해보험사 19개사 등 총 41개사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ESG투자는 85.4%(35개사)로 높은 비율로 참여하고 있었다.

이어 ▲ESG 조직 설치 및 운영 48.6%(20개사) ▲기후 변화 및 ESG 관련 국제 협약 가입현황 36.6%(15개사) ▲ESG 공시 36.6%(15개사) ▲ESG 채권 14.6%(6개사) ▲온실가스 감축 목표 24.4%(10개사) ▲기후변화 대응 29.3%(12개사) 등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ESG 투자는 ESG 관련 상품, 투자 대출 등에 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 친환경관련,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대한 상품 등이 이에 포함된다. ESG 투자현황을 회신한 보험사는 전체 41개사 중 35개사로 대부분의 회사에서 ESG 투자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기준 한화손해보험이 총 운용자산 중 25.15%(4조1256억원)을 ESG에 투자해 가장 높은 비율로 투자하고 있었다. 롯데손해보험 16.5%(1조1009억원), SGI서울보증보험 16.01%(7조9269억원). 농협손해보험 13.7%(1조3824억원), DB생명보험 12.58%(485억원)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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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ESG 투자현황
보험사 ESG 투자현황

ESG 관련 조직을 설치·운영하는 보험사는 20개사로 나타났다. 이들의 역할은 ESG 전략 및 방향 수립, 이행사항의 관리·감독 등이다. 운영 방식은 기업 내 부서 또는 이사회 내 위원회 지원조직 형태 등으로 다양했다.

예컨대 DB손보, 교보생명, 롯데손보,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삼성화재, 신한라이프, 코리안리, 한화생명, 한화손보 등 10개사는 ESG 전담부서를 이사회 내 위원회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다른 보험사들은 기업문화팀(DB생명), 경영혁신팀(미래에셋생명), 신성장파트(현대해상)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SGI서울보증은 ESG추진위원회화 ESG실무위원회를, 농협손보는 ESG자문위원회와 ESG실행협의회, 삼성화재는 ESG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 ESG실무협의체 등 2~3개씩 ESG 위원회를 세분화시켜 운영하고 있었다.

한편 ESG 조직의 운영은 회사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통상 연 2회~3회 개최되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6월까지 25회 회의를 개최했다. 이밖에 한화손보(9회), 농협손보·한화생명(각 8회) 등도 위원회 개최 빈도수가 높았다.

보험사 ESG 조직 운영 실태.
보험사 ESG 조직 운영 실태.

ESG 관련 가입하고 있는 국제협약의 경우에는 보험사는 교보생명, 농협생명, 메리츠화재, 메트라이프생명, 삼성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한화손해, 현대해상 등 대형사들은 TCFD(기후 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 지지를 포함해 탈석탄 금융선언, UNGC(유엔글로벌콤팩트), CDP(탄소공개 프로젝트), 적도원칙 등에 가입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 이상의 국제협약에 가입한 보험사는 41개 중 15개사로 36.6%에 불과해 대부분의 보험사의 참여 비율은 저조했다.

ESG 정보공시의 방식으로는 ‘지속가능보고서’ 형태(12개사)가 가장 많았다,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곳은 DB손보, KB라이프생명, KB손보, 교보생명, 농협생명, 농협손보, 메트라이프생명,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코리안리, 한화생명, 한화손보, 현대해상 등이다. 삼성화재의 경우 ESG경영(이행)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하고 있다. 향후 공시계획이 있음을 밝힌 곳은 SGI서울보증(2024년), 메트라이프생명(2023년) 등 2개사였다. 반면 공시계획이 없거나 해당 질의에 회신하지 않은 보험사는 24개사였다.

ESG채권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녹색 채권,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 등이 ESG 채권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 6월까지 4년 6개월 동안 ESG채권을 한 건 이상 발행했다고 답변한 보험사는 6개사(14.6%)였다.

전체 ESG 채권 발행 현황을 살펴보면 발행 건수나 규모는 크지 않았다. 다만 전체 채권 중에서 ESG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는데, KB손보 100%(2022년), 교보생명 100%(2021년~2023년 6월), 한화생명 69.3%(2022년), 코리안리 69.7%(2022년), 미래에셋생명 60%(2021년), 농협손보 50%(2021년) 등이었다. 이들은 최근 발행한 채권의 대부분이 ESG 채권이었음을 의미한다.

41개 보험사 중 10개사 스코프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회신했다. 보험사에서는 KB라이프, 농협생명, 농협손보가 ‘2040년 넷-제로(탄소 중립)’를 목표로 정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스코프1(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은 2050년까지, 스코프2(제조 공정에 쓰이는 전력으로 배출되는 탄소)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0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KB손보는 장기 계획으로 넷-제로를 목표로 정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은 단기 감축 계획만 회신했고 신한라이프생명은 2050년까지 95%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축계획을 밝힌 9개 보험사는 모두 2050년 넷-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방법 및 수단과 관련해서는 고탄소배출 업종에 대한 신규 투자 제한(KB라이프), 금융배출량 산출 방법을 고도화 및 탄소집약도 감축 관리(삼성생명), 신재생에너지 등 ESG투자 확대 및 투자포트폴리오 내 리스크 관리기능 강화(한화생명) 등 방법론을 제시한 경우가 많았다.

다만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사의 경우 스코프3(온실가스 간접배출) 배출량에 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DB손보, 교보생명, 메리츠화재, 신한라이프, 코리안리 등은 스코프1, 2 감축 목표는 제시했지만, 스코프3 감축 계획을 회신하지 않았다.

보험사 온실감축 현황. *표기는 스코프1 기준, 나머지는 스코프1·2 기준.
보험사 온실감축 현황. *표기는 스코프1 기준, 나머지는 스코프1·2 기준.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그에 대한 대응에 대해 회신한 보험사는 12개사(29.3%)였다. 교보생명은 2023년 하반기 영향 산출 및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며 한화손보는 2025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대해상은 금감원 공동작업반 지속 대응이라고 답변했으며 현재 수행결과 검토 대기중이라고 회신했다.

김성주 의원은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하여 금융회사에서 유의미한 것은 ‘스코프3’ 배출량인데 이에 대한 측정, 감축계획에 대한 회신율이 굉장히 낮았다”며 “중・장기에 걸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감축 수단・방법을 제시한 곳도 소수였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재무공시와는 달리 ESG 분야는 계량화가 어려운 정보가 많으며 계량된 정보라 하더라도 일관성 확보나 다른 부문과 비교가 용이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정부가 지난 2021년 5월 TCFD 및 TCFD 권고안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는데 TCFD 권고안은 금융부문에 대한 보충지침을 통해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배출량에 대한 공시사항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어 TCFD 권고안에 대한 공시이행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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