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보험협회만 웃는 화재보험 공동인수
상태바
화재보험협회만 웃는 화재보험 공동인수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10.12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험사는 위험 강제 인수, 소비자엔 보험료 부담
상호협정 공동인수 보험료 20%는 화보협 분담금
공익 목적이라면 협회 분담금 규정부터 손질해야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모습. 자료=울산소방본부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모습. 자료=울산소방본부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비특수건물의 화재보험 공동인수를 허용한 금융당국의 결정을 두고 잡음이 무성하다. 사고 이력 등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던 공동주택을 위한 취지라지만, 공익보다 화재보험협회에 대한 수혜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제16차 정례회의를 열고 ‘특수건물 특약부 화재보험 공동인수 상호협정(특수건물 협정)’ 변경을 인가했다. 이 협정은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화재보험법)’에 따라 특약부화재보험 가입이 의무인 특수건물의 인수 거절을 막기 위해 2021년 도입됐다.

특수건물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국‧공유건물과 학교, 공장, 공동주택(16층 이상) 등이 포함된다. 협정이 생기기 전에는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보험사들이 인수를 거절, 약 7%의 특수건물이 보장 공백에 놓여있었다. 이에 화재보험협회를 통해 보험사들이 공동인수할 수 있게 한 것이 해당 협정의 골자다.

이번에 인가된 변경안은 15층 이하로 특수건물에 해당하지 않는 공동주택도 공동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화재로 인한 손해 외에 급배수누출, 풍수해, 건물 붕괴를 보장하는 특약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금융위는 이를 제도 개선이라 표현하며, “모든 공동주택의 화재보험 가입이 쉬워지고 위험보장범위가 화재 외 다양한 재난 및 사고로 확대됨에 따라 국민이 인명과 재산 손실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수건물 협정이 비특수건물을?

특수건물에 특약부화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건 규모와 용도적 특성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어, 신속한 피해자 구제를 목적으로 강제한 것이다. 또 이러한 특수건물 화재보험 공동인수를 화재보험협회가 주관하는 건 특수건물 안전관리를 담당하며 보험사에 요율 산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라서다.

그런데 15층 이하 공동주택은 특수건물이 아니다. 따라서 특약부화재보험 가입이 의무도 아니고, 화재보험협회의 관리를 받지도 않는다. 이에 대한 공동인수를 특수건물 협정으로 규정하고 화재보험협회를 거치도록 할 이유가 없다. 

화재보험법에는 화재보험협회 분담금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다. 제14조(출연)에선 손해보험회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협회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출연해야 한다. 여기(대통령령)에는 상호협정으로 공동인수한 보험료 수입의 100분의 20이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특수건물에 대한 안전점검, 요율 정보를 제공하는 화재보험협회는 앞으로 별다른 기여 없이 비특수건물인 16층 이하 공동주택 공동인수분(보험료)의 20%까지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위험물건에 사업비까지

우선 보험사 입장에선 위험이 커진다. 치열한 영업경쟁 속에서도 인수를 거절할 정도의 물건이라면 손해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인데 이를 공동인수로라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화재보험 손해율에도 악재다.

게다가 공동인수 계약 보험료의 20%는 화재보험협회에 분담금으로 출연해야 한다. 통상의 화재보험 계약에서 지급하는 모집수수료율보다 훨씬 크다. 위험성이 큰 물건을 인수하며 더 많은 사업비를 지출하게 되는 거다.

향후 화재보험협회가 특수건물과 마찬가지로 공동인수한 비특수건물에 대한 안전점검 등을 제공하더라도 손익 계산은 복잡해진다. 안전점검이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는 있지만, 동시에 분담금이 늘어날 요인도 되기 때문이다.

화재보험법에선 화재보험협회가 손해보험사의 보험사고 감소를 위해 하는 화재 예방 활동에 드는 비용(전체 손해보험사 수입보험료 총액의 0.2% 범위)도 출연금으로 정하고 있다.

화재보험 외면 가능성도

이러한 이유로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실제로 공동인수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자동차보험의 사례를 봐도 기우가 아니다. 사고 이력 때문에 공동인수로 넘어간 자동차보험료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형성된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높이는 것으로 공동인수 화재보험에 의한 부담을 일정 부분 전가할 수 있다. 이러한 행태가 자리 잡으면 위험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은 물건들은 손쉽게 공동인수로 처리하려는 현상도 빚어질 수 있다. 모두 자동차보험 공동인수제도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선례들이다. 종국에는 화재보험을 외면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보험업계에선 공익적 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라면 획일화된 화재보험협회 분담금 출연 규정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뜩이나 고위험으로 높은 요율이 책정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20%의 분담금 출연까지 고려하면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에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