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3년 국제 재보험시장 동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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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3년 국제 재보험시장 동향 분석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3.09.13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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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로 재보험시장 하드화
요율 상승, 인수거절, 재보험사 수익률 감소
日재공제련, “자연재해·세컨더리 페릴 위험↑”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일본에서 2022-23년도 국제 재보험시장 동향 분석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지난해 미국에 상륙한 허리케인 이안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자연재해가 발생하면서 재보험시장이 하드화되고, 이에 따라 요율 상승은 물론 자연재해 리스크 인수가 거절되는 등 다양한 변화가 눈에 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정리했다.

재보험마켓 하드화, 세컨더리 페릴 재평가

일본재공제생활협동조합연합회(이하 재공제련) 재공제부는 ‘2022-23년의 국제 재보험시장 동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재공제련은 1975년 설립된 생협연합회로 공제조합을 위한 재공제 서비스를 일본에서 유일하게 제공하는 공신력있는 기관이다.

재공제련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은 1년 내내 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일본에서는 3월 후쿠시마현 앞바다 지진, 6월 사이타마현과 기타칸토에서 우박 재해, 7월 규슈 북부지방 폭우, 8월 도호쿠·호쿠리쿠 지방 폭우, 9월 태풍 등이 발생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2월부터 시작되어 그에 따른 경제 제재의 확산, 인플레이션 확대와 급격한 금리 상승, 그리고 허리케인 ‘이안’이 발생했다.

이 허리케인은 미국에 상륙한 허리케인 중 다섯 번째로 강한 허리케인이며 플로리다주에서 막대한 피해를 가져와, 재보험 마켓이 단번에 하드화(Hard Market화)되는 시발점이 됐다.

이에 따라 2022년은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 손해가 역대 5번째로 심각한 것으로 기록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많은 재보험사들은 세컨더리 페릴(Secondary Peril)의 잠재적인 손해 재평가를 진행했다. 세컨더리 페릴은 중소규모의 손해를 발생시키는 자연재해로, 우박, 번개, 홍수, 산불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재해들은 지금까지는 자연재해모델의 주요한 분석대상이 아니었다.

2022년 국제 재보험시장 동향… 자연재해 손해율 급증

Aon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세계 대규모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손해는 1300억달러(약 172조6660억원)가 넘는다. 허리케인 이안으로 인한 보험손해가 약 500억~550억 달러로 개별 대규모 자연재해로는 역대 두 번째의 고액 손해가 발생했다. 역대 첫 번째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약 990억 달러이다.

<표1>은 2022년 보험 손해액이 큰 상위 10개의 자연재해를 보여준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표에서는 후쿠시마현 앞바다 지진을 제외하고 모두 기상·기후와 관련이 있다.

해당 리포트에 따르면 보험손해의 75%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이는 평균치의 60%를 웃도는 것이다. 미국 이외에서는 지난 2월 유럽에서 발생한 겨울폭풍 유니스(Eunice)가 2010년 이후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34억 달러에 달했다.

호주에서는 라니냐 현상이 3년 연속 발생해 시드니의 연간 강수량은 2206mm로 1950년의 기록(2194mm)을 경신했다. 파키스탄은 몬순에 의한 홍수로 광범위한 인적 피해가 발생했다. 파키스탄 기상청은 7월부터 9월까지 이 나라 전체 강수량이 평년보다 75% 높았다고 발표했다.

또 가뭄과 이상 고온이 유럽, 미국, 중국 등을 강타해 가뭄으로 인한 세계의 보험손해는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큰 120억 달러로 추산된다.

기존의 주요 자연재해(열대저기압, 유럽폭풍, 지진)라고 불리는 것들은 개별 손해로 보면 손해액이 크지만, 기타 자연재해(악천후성 폭풍, 홍수, 가뭄, 산불, 기타)의 손해액 누적 합계가 주요 자연재해의 손해액을 웃도는 것이 주목된다.

재보험사 실적 악화, 순이익 감소

<그림1>은 2017년~2022년까지 6년간의 글로벌 재보험사 자본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재보험사의 자본은 2022년 말 기준 약 5750억 달러였다. 2021년 말부터 약 1000억 달러 감소했는데, 그 이유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보유 채권의 손실 때문이다.

<그림2>는 Aon사가 선정한 주요 재보험사(19개사)의 2017년~2022년까지 6년간의 합산비율(Combined Ratio, 보험사업 수입에 대한 지출 비율) 추이를 보여준다.

이 기간에는 미국 허리케인 손해, 일본 태풍 손해 등 대형 자연재해로 인한 손해는 물론, 미국 산불, 유럽 우박 피해 등의 2차 페릴에 의한 손해도 발생했다. 게다가 코로나19 관련 손해 등 과거에 경험이 없는 손해도 생겨났다.

이로 인해 주요 재보험사의 인수 실적이 악화됐고, 지난 6년간의 주요 재보험사의 합산비율 평균은 100.3%가 됐다.

<그림3>은 주요 재보험사의 2017년~2022년까지 6년간의 ROE(Return on Equity, 주주자본이익률) 추이를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인수 실적 악화로 순이익이 감소해 그동안의 평균 ROE는 5.9%가 됐다. 이전 6년간(2011~2016년) 주요 재보험사의 평균 ROE가 9.4%였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6년간은 기대수익을 벌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분석된다.

<그림3> 주요 재보험사의 2017년~2022년 ROE 추이 

대체자본시장 동향

Aon 보고서에 따르면, 캣본드(CAT Bond, 자연재해 연계 채권)의 2022년 말 시장 잔액은 전년대비 약 20억 달러 증가한, 총액 약 350억 달러(약 4.8조엔)가 됐다. 또한 2023년 1월 이후 시장 잔액은 약 34억 달러 증가했다.

요율 상승으로 ILS(Insurance-Linked Security, 보험연계증권)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되고 있으며, 신규 자본 공급과 스폰서 발행 수요가 상응하여 활발한 시장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2022년 9월에 강타한 허리케인 이안의 영향으로 2022년 4분기(10~12월)에는 신규 자본의 ILS 시장 유입이 둔화됐다가 2023년 들어 신규 자본 유입이 다시 시작됐다.

현재 요율 전망이 양호하기 때문에 2023년 캣본드 시장은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2023년 1월 갱신 결과

2023년 1월 재물·자연재해시장의 재보험 갱신은 매우 까다로운 조건에서 이뤄졌다. 거듭되는 자연재해로 인한 손해, 재보험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재재보험비용의 증가, 금리상승, 재보험시장의 실적부진에 대한 투자자의 피로감 등이 누적된 가운데, 2022년 9월 발생한 미국 허리케인 이안이 결정타였다.

앞서 2022년 갱신은 손해가 발생한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하드화가 진행됐다면, 2023년 갱신은 모든 지역에서 예외 없이 하드화된 것이 특징이다. 재보험요율 인상폭은 회수(계약내용에 따라 출재자가 수재자로부터 재보험금을 받는 것)가 없는 계약이라도 미국에서 50~55%, 유럽에서 30~60%에 달하며, 지난 30년간 가장 어려운 갱신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최저 인수요율 상승도 나타나 상위 레이어(회수 빈도가 낮고 저요율인 층)의 가격인상이 있었다. 특히 이러한 요율 인상에 더해 계약리스크량 증감, 인플레이션 증가분이 더 추가됐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재보험사로부터 요율 인상뿐만 아니라 계약조건 강화(대상 리스크의 명확화나 범위의 제한 등)을 요구받는 경우도 많아졌다.

예를 들면 하위 레이어(회수 가능성 높음)의 인수 정지·삭감이 추진된 결과, 발동점의 대폭적인 인상이나 요율 결정 후의 가격 조건이 상향 조정되어 최종적으로 재보험 출재자는 보유액(특히 리스크가 높은 하위 레이어)을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과거의 갱신에 있어서는 요율 상승 국면에서 새로운 자본의 유입이나 신설 회사의 참가에 의해 재보험의 캐파(인수량) 증가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신규 캐파는 거의 볼 수 없는 점도 출재자에게 불리한 상황의 한 원인이 되었다.

이와 함께 1월에 갱신되는 재재보험에서도 거래량은 축소되고 요율도 사상 최고 수준이 됨으로써, 일부 재보험사는 필요 최소한의 재재보험 확보에 머물렀다. 이는 재보험사의 재물·자연재해 리스크에 관한 인수 가능액을 한층 더 축소시켰다.

2023년 4월 갱신 결과

2022년 일본에서는 2023년 재보험 갱신에 영향을 미칠 만한 대규모 자연재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3년 4월 일본의 재보험 갱신은 2023년 1월의 해외 재보험 갱신 경향을 답습했다. 이는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재물 자연재해 리스크를 이전하는 재보험 프로그램에 대해 재보험 시장의 소프트화는 완전히 멈추고 급격하게 하드화됐다. 그 결과 재보험금 회수가 없는 계약으로 리스크 조정 후 15~25%의 요율 상승 가격으로 추가 개정됐다.

이번 하드화는 요율 상승뿐만 아니라 재보험사 측의 리스크 선호 변화(자연재해 리스크 인수 축소, 철수 등) 등이 영향을 줬다. 이와 더불어 보상조건도 까다로워져 많은 출재자는 재보험 프로그램의 재검토(보상범위, 발동점(Trigger Point), XOL 횟수 복원 등)을 실시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올해 이상기후로 인한 손해보험 재보험 프로그램에서 풍수해 및 지진 요율이 약 20% 상승했다.

2024년 재보험 전망

지금까지 살펴본 2022-23 자연재해 관련 국제 재보험시장 동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2017년~2022년 사이 자연재해 손해가 큰 해가 많았던 영향으로 재보험사의 인수 실적이 악화됐다. 또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미국·유럽에서의 금리 상승이 원인이 되어 재보험사가 운용하는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등 재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사건들이 일어났다.

이러한 시장 환경으로 인해 2023년 자연재해 관련 재보험 갱신은 급격한 하드화에 직면했다. 출재자는 재보험 회수 유무에 관계없이 전 세계적으로 요율 상승과 보유액 인상 등을 요구받았다.

다만, 2023년 1분기(1월~3월)는 재보험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재해 손해가 발생하지 않고, 최근의 재보험 갱신으로 발동점 인상 등의 재보험 조건이 재검토됨에 따라 주요 재보험사의 실적은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평균 합산비율 약 90%, 평균 ROE 15~19%).

2023년 하반기(7월~12월) 허리케인과 태풍 시즌의 자연재해 손해 및 세컨더리 페릴로 인한 손해 상황이 재보험사의 실적 동향과 인수태도를 크게 좌우할 전망이다.

한편, 캣본드 시장에는 신규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으며, 2023년 1분기에는 캣본드 발행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캣본드의 약 80%는 미국의 위험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리스크 분산 목적으로 일본의 위험을 대상으로 한 캣본드 역시 투자수요가 있다.

2024년 4월 갱신을 앞두고 일본 손해보험사나 공제단체에서 안정적인 자금 확보 수단의 하나로 캣본드 발행이 늘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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