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보험설계사 고용보험이 간과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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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보험설계사 고용보험이 간과한 것
  • 김환범 kgn@kongje.or.kr
  • 승인 2023.02.0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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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김환범] 2021년 7월부터 보험설계사에게도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서두에 미리 밝혀두자면 필자는 고용보험 도입을 찬성했었다. 단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복지라는 건 좋은 개념이나, 동일한 제도가 모두에게 같은 효용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보험설계사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말 그대로 특수한 직종이다. 보험사나 GA와 위촉계약을 맺고 일하지만, 개인사업자(일부 정규직 보험설계사도 있기는 하다)에 가깝다. 기본급이 없는 대신 소득의 한계도 없다. 하는 만큼 벌 수 있는, 하지만 못하면 더욱 가혹한 그런 업계다.

고용보험은 비자발적 실직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다.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면서 일해온 근로자가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했을 때, 재취업까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안전망의 하나다. 

모든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을 때 일차적으로 걱정됐던 건 실적이 높지 않은 이들이었다. 본인과 회사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 때문이다. 한 달에 월납 3만원 정도의 실적을 올리는 보험설계사를 위해 고용보험료를 내주려는 회사는 없다. 흔히 저능률 설계사라 불리는 이들을 오히려 실직 위기로 몰아넣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이 부분은 많은 언론에서 제기됐다. 이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얘기를 해보려 한다. 

보험설계사는 철저하게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실적이 뛰어나면 위촉 계약서에 담기지 않은 특별한 혜택(?)을 받기도 한다. 반대로 실적이 좋지 않으면 쉽게 내쳐진다. 대다수 보험사는 최저 실적 기준을 정해두고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설계사들을 해촉한다. 

다시 고용보험에 대비해보자. 실적이 높은 설계사는 애초에 회사가 해촉할 일이 없다. 자발적 퇴사의 경우 질병이나 이사 등 일부 사유를 제외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실적이 낮은 설계사들은 권고사직(해촉)을 당하기 쉬우나, 실업급여는 전 직장에서의 평균임금의 60%로 산정된다. 실적이 없어 해촉된 설계사의 평균임금, 거기에 또 60%는 얼마나 될까? 과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일까? 

실적이 그저 그런 설계사는? 그 역시 회사의 해촉 가능성은 희박하다. 설계사의 급여는 실적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의무화된 고용보험료와 산재보험료 이상의 수익만 올린다면 회사에는 손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특수고용직이기에 일반 직장인들과는 다른 점도 있다. 수입이 예전보다 적어져 이직을 해야 할 때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직전 3개월간 소득이 작년 동일기간보다 30% 이상 하락한 경우 ▲직전 12개월간 소득이 작년 평균보다 30% 이상 하락한 상황이 5개월 이상인 경우다.

그러니까 최소 1년 넘게 일하면서(고용보험료를 내면서) 최근 소득이 30% 이상 급감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스스로 이 정도의 소득으로는 생활이 어렵다는 판단이 들 때, 거기에 60%만 받을 수 있는 게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이다. 

보험은 상호부조다. 가입자 모두가 낸 보험료보다 큰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의무라는 이름으로 극히 일부를 위해 대다수에게 부담을 짊어지라고 강요해서도 안 될 일이다. 익명의 힘을 빌어, 모든 보험설계사를 의무 가입 대상으로 포함한 건 고용보험 재정 문제를 고려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의혹을 조심스레 제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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