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와 위험전이
상태바
전세사기와 위험전이
  • 박상범 항공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3.01.17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박상범 교수] 세계에서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는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 편리한 점과 불편한 점, 위험한 점과 안전한 점 등이 혼재하는 독특한 제도이다.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세입자로부터 몫돈을 받고 사용권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융자를 받기 어렵거나 높은 이자부담 등으로 융자 받는 조건이 불리할 때 매우 유용한 제도이다. 이와 반대로 세입자 입장에서는 몫돈을 가지고 있어야 사용권을 얻을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주거시설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몫돈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와 기회가 부족해 자립 기회를 막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최근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르며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던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격히 하락하면서 불거져 나온 것이지만 피해자 숫자가 적지 않고 특히 대부분 피해자들이 사회초년생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위험 전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영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묻지마 투자를 했던 부동산 광풍은 2007~2008년 미국의 부동산투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한 비정상적인 가격 급등은 결국은 조정되는 게 불가피했다. 다만, 조정의 촉발 기제가 되고 조정 속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원인에 대해 살펴볼 필요는 있다.

세계화, 무역자유화라는 것은 각국이 보유한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가진 재화와 서비스의 원활한 교류를 통하여 공동번영을 누리고자 하는 취지이다. 그러나 각국이 서로의 위험을 공유하는 가운데 타국의 위험이 자국으로 전가되기도 하고 위험의 결합을 통하여 위험이 커지거나 새로운 위험들이 창출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국가는 위험 공유를 통해 리스크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타국으로부터 전이된 위험이 자국의 위험으로 오롯이 작동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물류대란 그리고 이로 인한 곡물, 에너지 가격폭등은 국내 물가상승으로 나타나고, 인플레이션에 대처한다는 명목 하에 실시된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국내 금리상승은 주택가격 급락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에 더해 환률급락으로 가격경쟁력은 높아지지만 각국의 경기부진, 물가상승 등으로 인한 전반적 수요약화에 따른 우리나라 수출부진 문제가 심각하다. 수출로 경제를 떠받치는 우리로서는 대처방안 마련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인플레이션과 가처분소득 축소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까지 있어 당분간 우리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경우 금융업만을 놓고 볼 때 자율성 및 다양성추구를 기반으로 한다. 자율성은 일상의 모든 측면에서 민간주도, 자유라는 신조를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것이고, 다양성추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변동성을 조장하는 상황을 만든다. 선물옵션거래에서는 물론 다양한 금융기법들이 개발되고 시행되며 이 가운데 나타나는 다양한 변동성은 수익과 손실의 폭을 넓히는 결과를 나타낸다. 급속한 기술개발이 진행되는 ICT기술의 접목으로 이러한 상황은 더욱 빠르고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각종 코인들은 물론 일찍이 보지 못했던 모바일금융, 인터넷 또는 SNS를 통한 금전거래 등은 벌써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았다. 개별경제주체에게 미시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거시경제는 국가경제 전반에 걸친 영향요인이어서 개별 경제주체가 대처하기 어렵다. 그러나 전세사기 사건에서 목격하는 바와 같이 국가간 위험전이 및 거시경제적 차원의 요인이 개별경제 주체에게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결국 약자로서는 매사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자신의 역량을 키워 외부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