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보험업계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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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보험업계 결산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2.12.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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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환율‧인플레이션 삼중고, 유동성‧자본 확보 여념
채권‧연금시장 혼란에 입찰 담합 의혹 수사까지 ‘진땀’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올해 보험업계는 다양한 외부요인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가파른 금리 인상은 지급여력(RBC)비율을 위협했고, 치솟은 환율은 손익변동성 예측을 어렵게 했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계약해지도 늘어났다.

내년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둔 보험사들은 이러한 이슈 속에서 자본 확충과 유동성 강화에 전력했다. 저축보험 경쟁에 불이 붙었고, 채권 재분류와 M&A 움직임도 활발하게 전개됐다. 어느 때보다 분주했던 보험업계의 한해를 정리했다.

RBC비율 사수 노력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RBC비율이 급락했다. RBC비율이란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비를 뜻하는 것으로 금융사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여러 지표 중 가장 대표적인 항목이다. 보험업법에서는 100% 이상 유지를 규정하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고금리가 RBC비율에 악재가 된 건 보험사들이 가지고 있는 채권의 평가손실을 야기해서다. 장기채권 투자 비중이 크고 이 중에서도 매도가능증권이 많은 보험업계의 특성상 금리 상승은 평가손실의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보험사들은 대대적인 채권 재분류 작업을 단행했다. 금리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매도가능채권을 만기보유채권으로 바꾼 것이다. 삼성생명 한 곳에서만 40조원에 가까운 국고채를 이관했다. 올해 보험업계 전체에서 이뤄진 채권 재분류 규모는 100조원을 넘었다.

고금리 저축상품 경쟁

기준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은 보험사의 역마진 우려를 키웠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은 과거 금리가 높았을 때 판매했던 고정금리형 저축보험으로 인한 이차 역마진 가능성을 걱정했다.

이에 대비하려면 자본이 필요한 상황. 생명보험사들은 다시 고금리 저축상품 카드를 꺼냈다. 향후 저금리 기조로 돌아서면 같은 위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일단은 발등의 불을 끄는 게 시급했다. 시중 금리 수준을 따라가지 않으면 저축보험 고객을 은행 예‧적금상품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푸본현대생명의 4% 이율 상품에서 시작된 저축보험 경쟁은 4.2%(흥국생명), 4.5%(삼성생명, 동양생명), 5.3%(IBK연금보험), 5.4%(ABL생명), 5.7%(한화생명), 5.8%(교보생명)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 6%까지 넘어설 움직임이 보이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어 현재는 5.95%(동양생명, KDB생명)에 머물러 있다.

마이너스통장 뚫기

단기차입 한도를 늘리는 추세도 두드러졌다.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향후 대규모 보험계약 해지나 보험금 지급 등의 상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삼성생명(2000억원→3조6000억원), 신한라이프(1300억원→1조4000억원), 푸본현대생명(5000억원→1조5000억원), 롯데손해보험(1500억원→3조3000억원)이 이렇게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늘렸다. 삼성생명의 한도는 예전 IMF에 버금가는 최악의 경기가 한 달간 이어진다는 가정하에 산출됐다.

커지는 M&A 바람

올해는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의 매각, 인수, 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올해 3월 통합을 결정한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최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승인을 받았다. 조직 개편을 마무리 한 양 사는 내년 1월 ‘KB라이프생명’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강제 매각 위기를 넘긴 MG손해보험은 본입찰을 통해 더시드파트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MG손해보험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받으며 고초를 겪었으나 가처분 행정소송(1심)에서 승소하며 시간을 벌었다.

KDB생명도 매물로 나왔다. KDB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공고를 내고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2020년에도 매각을 시도, 우선협상대상자(JC파트너스)까지 선정했지만 최종 결렬된 바 있다. 산업은행은 필요할 경우 인수자에게 금융지원까지 제공하겠다며 적극적인 매각 의사를 밝혔다.

대형 GA의 깜짝 매각도 있었다. 한화생명은 11월 피플라이프를 인수했다. 매각 당시 피플라이프는 230여개 지점과 4000여명의 보험설계사를 보유, 규모 면에서 GA업계 6위권의 위치였다.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3031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하며 영업조직을 떼어내 제판 분리 체계를 구축한 한화생명은 법인영업에 특화된 피플라이프 인수를 통해 개인과 법인시장 모두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ABL생명과 동양생명의 매각설도 꾸준히 대두되고 있다. ABL생명이 매물로 나오면 금융지주사로 아직 보험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그룹이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턱 넓힌 소액단기보험

금융당국이 1사 1라이센스 규제를 완화했다. 핵심은 소액단기보험업 활성화를 위해 금융그룹 내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하나씩만 둘 수 있도록 한 부분을 풀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사들도 그간 손해보험 영역이라는 이유로 취급할 수 없었던 펫보험이나 운전자보험에 특화된 소액단기보험사를 설립, 자회사로 두는 것이 가능해졌다.

실효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성장에 한계를 겪던 생명보험사들에 새로운 먹거리로 작용, 소액단기보험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과 보험 만기(1년), 연간 보험료 규모 제약(500억원)이 여전한 상태에서 미봉책일 뿐이라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을 반대하는 보험설계사들의 결의대회. 사진=한국보험대리점협회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을 반대하는 보험설계사들의 결의대회. 사진=한국보험대리점협회

보험업 진출 빅테크에 촉각

지난 4월 카카오페이는 디지털손해보험사 본인가를 획득하고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을 출범했다. 이어 10월 보이스 피싱 피해를 보장하는 ‘함께하는 금융안심보험’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보험통합조회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페이 내 ‘내 자산’ 메뉴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41개 보험사 정보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가입한 보험상품을 건강보험, 저축보험, 생명보험으로 분류해 보여주며 중복 가입으로 보험료를 이중 지출하는 상황도 알려준다.

금융당국은 이들 빅테크기업에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허용했다. 그러나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GA 소속 보험설계사들은 빅테크기업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 9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결의대회를 가졌다.

보험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데이터나 인프라, 접근성 등에서 확연한 강점을 지닌 빅테크기업으로 시장 판도가 기울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반면 협업을 통한 사업 다각화 등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관건은 빅테크 종속을 막을 수 있는 규제다.

자보 내주고 실손 얻었다

손해보험업계는 지속적인 보험료 인하 압박에 시달렸다. 코로나 영향으로 손해율이 다소 개선됐고 경기 침체로 인한 국민 부담 완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다. 정비요금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불안요소도 있었지만, 손해보험업계는 2%대의 보험료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대신 실손의료보험료 인상 협의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당초 주장했던 두 자릿수 인상률에는 못 미쳤으나 평균 8.9%, 3세대 실손의료보험은 14%를 인상키로 했다. 여기에 연말까지로 예정됐던 4세대 전환 특별할인도 6개월 연장했다.

즉시연금 파장 진행 중

전체 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즉시연금 소송의 흐름이 바뀌었다. 1심에서 패소했던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잇따라 2심에서 승소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 상품은 목돈을 한 번에 납입, 계약 다음 달부터 일정 금액의 연금을 받는 구조다. 그러나 보험료 중 일부 금액이 만기환급금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면서 소비자가 생각했던 최저보장이율에 미치지 못했고, 이것이 법정 분쟁으로 비화됐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금 추가 지급을 결정했으나 보험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소송으로 진행됐고 1심 재판부는 충분한 설명과 약관에 명시가 없었다며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에선 다른 결과가 나오며 이 건은 최종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게 됐다.

입찰 담합 의혹 압수수색

보험사들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재산종합보험 입찰 과정에서 담합,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메리츠화재와 한화손해보험, 삼성화재, 흥국화재, MG손해보험, KB손해보험, 코리안리 등 7개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들 회사는 특정 회사의 선정을 돕고 보험료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뒤 재재보험 등으로 이익을 나눠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로 인해 130억원 이상의 보험료가 과다지급된 걸로 보고 메리츠화재와 한화손해보험, 삼성화재 3개 회사를 기소했다.

 

뜨거웠던 퇴직연금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퇴직연금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금융사마다 높은 이율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유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화재가 구설에 올랐다. 금리 공시 의무가 없는 비사업자라는 점을 이용해 시장 질서를 흐트러뜨렸다는 이유다.

메리츠화재는 2005년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될 때 손해보험사 중 가장 먼저 사업자를 획득했었다.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던 2012년 사업자를 반납했다. 그러다 올해 다시 비사업자로 사업을 재개한 것이다.

경쟁 관계인 저축은행업계에서는 비사업자인 메리츠화재가 사업자들이 공시하는 다음 달 판매 예정이율을 보고 이보다 높은 이율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비판했다. 금융업권 간 분쟁으로 심화될 양상이 전개되자 금융감독원이 개입, 비사업자도 판매예정이율을 미리 제출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흥국랜드’ 터질라…화들짝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상환을 연기하겠다고 밝히면서 큰 우려를 자아냈다.

신종자본증권은 사실상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 분류되지만, 시장에선 5년마다 콜옵션을 통해 상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5년 후 상환과 이 기간 확정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메리트 때문에 관심이 높은 상품이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이행 선언은 법적으로 저촉되는 사안은 아니다. 조기 상환을 하지 않으면 가산이자를 더 내면 된다. 금리가 높아져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고 가산이자를 내는 편이 흥국생명에는 이득이었다.

그러나 당시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자본경색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시기였다. 가뜩이나 신뢰가 떨어진 국내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흥국생명은 입장을 번복, 조기 상환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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