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 들어두길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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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험 들어두길 잘했지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2.12.0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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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결절이 발견됐다. 오른쪽에 드물게 큰 결절이 있고, 왼쪽에는 크기는 작지만, 모양이 안 좋은 결절이 있었다. 조직검사 결과 암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수술 날짜를 가장 빠른 날로 잡고 병원을 나섰다.

가끔 심각한 병을 진단받는 순간을 상상하곤 했다. 상상 속에서 난 “보험 들어두길 잘했지”라며 평소 준비를 잘해둔 걸 흐뭇해했다. 실제로는 달랐다. 소식을 듣고 충격받을 아내와 가족들의 얼굴만 떠올랐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으로 유명하다. 진행속도가 느리고 예후가 좋아 5년 내 생존율이 99.9%에 이른다고 한다. 보험사에서는 갑상선암을 ‘유사암’으로 따로 정해 진단비를 작게 설정할 정도다. 다행히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들어주신 보험 중에 갑상선암이 따로 분리되지 않은 보험이 있었다. 수술 후 조직검사를 통해 암으로 확정되면 꽤 많은 진단비를 받을 것 같았다.

다른 암에 비해서는 덜 심각한 병이지만, 부모님과 직장에 구체적인 병명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심각한 느낌 때문이다. 어차피 갑상선을 모두 떼어내기로 했기에 암이든 아니든 없어질 덩어리였다. 부모님의 걱정이라도 덜어드리는 편이 나았다.

직장에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는 혹시 모를 불이익 때문이었다. 암환자라는 소문이 퍼지면 주요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낮은 인사고과를 받을지도 몰랐다. 아픈 직원을 배려하기보다는 맘 편히 굴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약점이 될 만한 건 숨기는 게 정답이었다.

휴가는 총 3주를 냈다. 아껴놨던 연차까지 탈탈 털어 확보한 오랜만의 장기휴가였다. 이 시간은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회복에만 전념하려 한다. 결국은 내가 건강해지는 게 가족을 위한 일이니 말이다.

이미 사고가 터지고 나서 얻는 진단비보다 훨씬 귀한 걸 얻은 건 분명하다. 앞으로 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경각심이 생겼으니까. 병원은 이번이 마지막인 걸로, 나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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