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업계 사업계획 수립, 무엇이 가장 고민일까?
상태바
공제업계 사업계획 수립, 무엇이 가장 고민일까?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2.11.07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업계획 시즌 맞아 내년도 예산안, 사업아이템 찾기 고심
경제상황 악화돼 조합원사 휘청, 조합도 투자계획 ‘흔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공제업계 사업계획 시즌이 돌아왔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머리아픈 이벤트가 ‘내년도 사업계획 세우기’다. 올해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고, 내년에 어떤 성과를 낼지 아이디어를 내야 하지만, 회사 이익을 늘릴 획기적인 아이템은 찾기 어렵다. 주어진 예산은 빠듯하고, 경영 환경은 안좋고, 너무 튀는 아이디어는 제외하다보면 결국 평범한 내용만 남게 된다. 공제업계 실무자들에게 사업계획 수립에 얽힌 사연을 들어봤다.

이사장 공약인데, 하필 타이밍이…

A공제조합 기획조정실장은 내년도 투자 계획을 짜느라 얼마 없는 머릿털이 다 빠질 지경이다. 올해 신임 이사장이 취임하며 공략으로 ‘공격적인 자산운용’을 내걸었고, 그에 따라 내년에 오피스 빌딩 매입 등 대체투자 확대를 사업계획에 다수 포함시켰는데, 이런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기엔 금융시장 상황이 너무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합은 원금보장형 안전자산에만 투자해왔으나, 이번 기회에 투자 포트폴리오를 새로 짤 생각이었다. 심지어 대체투자 전문가를 채용하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A기획조정실장은 “이사장 공약 이행을 위해 내년 사업계획에 신규 부동산 투자를 대거 잡아놨는데, 시장 상황이 너무 암울해서 그게 제일 고민이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조합원 휘청, 조합 근간 흔들려

B공제조합 경영기획실장은 건설 경기 침체가 최대 고민이다. 통상 12월 이사회를 개최하고 여기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1월에 예산-사업계획을 세우는데, 부동산 경기가 워낙 어려워서 영세 조합원사들이 줄줄이 부도날까봐 걱정돼서다.

조합원사가 경기 침체로 인해 폐업하면 그만큼 조합 수입이 줄어든다. 또한 조합원 보증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조합원사 중 자금 여력이 있는 곳은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몇몇 기업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건설 자재값도 크게 상승했고, 내년도 공공 발주 물량도 3~5%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레고랜드 사태, 금리 인상 등으로 기업이 조달할 수 있는 대출-채권 자금도 제한적이다. 경영 악화로 조합원사들이 조합에서 받는 융자도 최대로 땡겨 쓰면서, 조합의 자산운용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B실장은 “조합원사가 잘 살아야 우리도 같이 잘 사는데, 경제 상황이 안좋으니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제 수수료 인하나 복지 제도 마련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런 식의 외부 변수는 대응하기 어렵다. 사업계획에도 이를 반영해야 하니 고민이 많다. 현실적인 지원책을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업계획보다 예산안 먼저

A공제조합은 일반 기업과 달리 매년 사업계획보다 예산안이 먼저 나온다. 보통 사업계획이 수립되고 이에 따라 예산안을 짜는데 앞뒤가 바뀐 것이다.

이는 12월 총회 때문에 생겨난 변화다. 매년 총회에서 조합원들을 모시고 올해 결산과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는데, 사업계획을 먼저 짜고 예산을 세우면 일정이 너무 빠듯해 이런 방식이 자리잡았다.

올해도 지난 가을에 이미 예산안이 마련되고, 예산 들어가는 큰 사업계획들은 내부 논의가 끝난 상태다. 돈 안들어가는 사업계획은 그 이후 세부 내용을 정리할 예정이다.

A공제회 관계자는 “일반 회사에서는 사업 목표가 안나왔는데 예산을 짠다는 게 되게 이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공제조합 중에는 예산 상의 숫자를 정해놓고 내년도 사업 목표는 그 시점에 가서 상황에 맞게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뒷말 안나오려 ‘최선 아닌 차악’ 선택

B공제회 홍보팀장은 내년도 사업 아이디어를 두고 고민이 많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서 2년간 못했던 조합원사 홍보 이벤트를 해야 하는데, 어떤 방식이 좋을지 고민되서다.

예전엔 공익광고처럼 일간지, 전문지에 조합 광고를 싣는 방식이 많았으나, 광고 효과가 떨어져 새로운 방식을 시도할 계획이다.

그런데 요즘 뜨는 방식인 ‘유튜버와 협업’은 조합 입장에서 너무 튀는 것 같고, 인플루언서 여러명을 쓰기엔 홍보 예산이 부족하다.

홍보 대상인 여러 조합원사(지역) 중 어디를 우선 홍보할지도 고민이다. ‘누구는 해주고, 우리는 안해주냐’는 원성을 들을 수 있어서다.

B팀장은 “예전처럼 그냥 무난하게 공익광고 형태로 가면 욕은 안먹겠지만 사실상 홍보 효과가 없고, 조합원사에 도움되는 이벤트를 하기엔 주어진 예산이 너무 적다”며 “여러가지를 고려하다보면 결국 최선이 아닌 차악을 택하게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