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 혁명과 보험인들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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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 혁명과 보험인들의 자세
  • 류근옥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 kgn@kongje.or.kr
  • 승인 2022.11.01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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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류근옥 교수] 지난 10월 초 보험대리점협회 주관 하에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광화문 광장에서 있었다. 요지는 45만 명의 기존 보험영업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시위의 목소리는 어느 면에서는 일리 있는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21세기 IT기술 혁명으로 세상이 놀랍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보험영업인들도 세계 시장의 흐름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초 대학생들을 데리고 울산의 H자동차 생산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일종의 산업시찰 겸 견학이었다. 전체 생산라인 중 일부는 사람이 부품을 조립하고 일부는 이미 로봇이 조립하고 있었다. 한 학생이 물었다. 사람이 조립하는 부분은 아직 로봇이 하기는 어렵냐고? 안내자의 답변은 사람이 하는 것의 대부분도 로봇이 할 수 있고 그러면 불량률도 적고 효율적이라고 했다. 그러면 왜 사람이 하느냐고 학생이 재차 물었다. 근로자들이 로봇에게 일감을 내주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해서 그냥 사람이 하고 있다고 했다. 더욱 저렴하게 자동차를 생산하는 효율화 방안을 경영진은 알고 있으면서도 기존 노동자들의 반대로 이를 적용할 수 없는 것이 이미 현실이었다.

초등학교 동창 중에 젊어서부터 개인택시를 하던 친구가 있었다. 몇 년 전 ‘타다’가 영업 허가를 얻으려 할 때 그는 반대 시위를 하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다녀왔다고 했다. ‘타다’가 들어오면 기존 택시 기사들은 밥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당시 저녁 늦은 시간이면 택시 잡기가 무척 어려웠고 특히 가까운데 가자면 대부분 기사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지나가 버리는 시절이었다. 소비자들은 불편해도 새로운 택시진입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 시위자들의 주장이었다. 코로나 대유행도 거의 끝나고 오랜만에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요즘은 뭐하냐고 물었더니 아이러니하게도 ‘타다’ 운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의 잘못을 비판하고 효율적인 방안을 끊임없이 가르치는 교수들은 좀 합리적으로 행동할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교수들의 이기적이고 아전인수격의 주장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 하지 않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모든 국민이 알다시피 우리나라 대학 입학 자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등록금 인상은 10년 이상 동결되어 대학 경영이 무척 어렵다. 교육의 질이나 연구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대학의 현실이다. 그래서 대학들은 교수의 연구나 강의 업적을 평가하고 실적에 따라 연봉을 달리하는 연봉제를 도입하거나 학과의 구조 조정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교수의 반대와 저항은 엄청났다. 남의 밥그릇이나 기득권을 허물며 개혁과 혁신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각자의 주장에는 아전인수적인 논리가 무척 많다.

생산의 3대 요소가 자본 노동 기술이다. 요즘은 이 중 특히 기술이 세상을 무척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직종이나 직업파괴 현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IT 기술 혁신에 의한 세상 변화는 우리가 싫어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다시 보험으로 돌아가 보자.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보험경영 모델) 기업 레모네이드(Lemonade)를 설립하여 세계 보험 산업에서 IT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대니얼 슈라이버는 시장을 향하여 “여러분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보험은 모두 잊으라”라고 역설한다. 이 말에 얼마나 무서운 의미가 담겨있는가? 또한, 미국의 대표적 대형 생명보험사인 매스뮤츄얼(Mass Mutual)도 IT기술 혁신의 불가피성을 인식하면서 IT에 기초한 해븐(Haven)생명의 설립과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의 기존 보험시장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보험영업을 21세기 사업모델로 이미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유럽에서 마차나 인력거가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시대에 새로운 기술혁명으로 갑자기 자동차가 등장했다. 이는 인간 생활에 커다란 변화였다. 자동차는 말이나 사람보다 훨씬 더 큰 힘으로 무거운 물건이나 사람을 빠른 속도로 싣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시 마부나 인력거를 끄는 사람들이 자동차의 기술개발과 도입을 크게 반대했다고 한다. 물론 초창기에는 자동차의 불안전함으로 사고도 잦았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에게 더욱 편리하고 유용한 길로 세상이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찬가지이다. 현 단계에서 IT 기술 기업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보험영업을 하는 데에는 분명히 문제점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향후 보완해 나가야 할 사항이지 이를 이유로 진입 자체를 반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래서 IT기술 혁신과 변화에 대한 보험영업인들의 현명한 해석과 대처가 필요하다.

우리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교훈이 한 가지 더 있다. 세계적 경제대국이자 아시아의 압도적 1위였던 일본을 보자. 전통적 제조업의 신화에 도취해 과거 오랜 기간 디지털 및 글로벌 흐름을 도외시한 결과 이제는 1인당 국민소득(GDP) 측면에서 한국과 대만에 추월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반면 2022년 추정치에 따르면, IT 강국으로 변신한 대만은 드디어 일본은 물론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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