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빌딩의 녹색 철학 ‘수직 정원 도시(Vertical Garden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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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빌딩의 녹색 철학 ‘수직 정원 도시(Vertical Garden City)’
  • 김민석 마스턴투자운용 브랜드전략팀장·ESG LAB 연구위원 listen-listen@nate.com
  • 승인 2022.10.31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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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ESG 오디세이]

[한국공제보험신문=김민석] 롯폰기힐스(Roppongi Hills). 일본 도쿄의 대표적인 복합단지이자, 도시재생사업의 살아 있는 모범 사례. 부지면적 약 11만㎡의 구시가지를 재개발하여 도심 속 문화 명소로 탈바꿈시킨 이 프로젝트는 도시계획 결정 이후 무려 17년의 세월이 소요됐다. 그만큼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연간 약 400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일본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어낸 이 프로젝트를 이끈 곳은 어디일까? 바로 일본의 최정상급 부동산개발업체인 모리빌딩(Mori Building Company)이다. 2003년 롯폰기힐스의 성공 이후에도 2006년 오모테산도힐스(Omotesando Hills), 2014년 도라노몬힐스(Toranomon Hills), 2017년 긴자식스(Ginza Six) 등이 모리빌딩의 손에 의해 재탄생한다. 참고로 국내에도 모리빌딩 지사가 있다.

롯폰기힐스를 세계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낸 역량을 갖고 있는 모리빌딩. 이들에겐 남다른 녹색 철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수직 정원 도시(Vertical Garden City)’이다. 사상적 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수직 도시’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수직 정원 도시란 어떤 개념을 일컫는 것일까? 인구밀도와 지가(地價)가 높은 일본의 환경을 고려하여 일단 건물을 높이 세우고 보자는 단순한 논의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보다 다층적인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거리는 대개 평면적으로 펼쳐져 있는 모습이 태반이다. 이런 형태를 입체적으로 변경해보고자 하는 사고의 전환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이전보다 늘어나게 되어 있다. 그 여유 공간을 공원과 같은 녹지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수직 정원 도시를 ESG의 맥락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건축 자체만이 아니라 시민과 임차인 및 거주민의 여가, 휴식, 문화, 건강까지 폭넓게 아우르고자 하는 포괄적인 도시공학 접근법이다.

기존의 평면적 설계 모델은 과밀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건물 간 거리에도 여유가 없는 ‘회색 도시’ 그 자체이다. 수직적 시선으로 도시의 디자인을 재구성하면, 공원과 수변을 보다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층고를 올리고, 시민들이 쾌적하게 느낄 수 있는 동선도 보다 면밀하게 고려한다. 녹지율의 증가로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삶의 질은 대폭 개선된다.

환경 부하가 큰 도시에서 친환경적인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방향의 도시 설계 양식은 저탄소화와 열섬 현상 완화에도 혁혁히 기여한다. 전체적으로 에너지 소비 또한 저감되는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롯폰기힐스의 재개발 과정에서 주민 설득에만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땅 주인만 500명이 넘었으니, 얼마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겠는가. 1000번이 넘는 회의가 열렸다.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s)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ESG의 S(Social)에 해당하는 주요 테마다.

이처럼 ESG의 무대는 경영학, 경제학에 국한되지 않는다. 건축학, 도시공학, 도시행정학, 부동산학, 조경학에도 ESG의 렌즈가 요구된다. 별생각 없이 거닐던 회사 주변의 거리, 집 근처의 도로에도 ESG의 얼굴이 비친다. 퇴근을 하며 근무하는 빌딩을 올려다본다. 우리의 도시환경에도 생태 전환적인 사고와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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