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共濟)와 공제(控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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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共濟)와 공제(控除)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2.09.22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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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박상범 교수] 보험 관련 공제에는 2가지 뜻이 있다. 첫 번째 공제(共濟, fraternal insurance)란 공통의 이해관계에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앞으로 마주칠 수 있는 경제적 위험에 대비해 공동 준비재산을 형성하는 제도이다. 산업재해 등과 같은 특정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일반 민영보험의 경우와 다를 것이 없으나, 공제가입자가 지리적으로, 혹은 특정 목적을 가진 이해집단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위험의 보편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측면이 존재한다.

이러한 공제 조성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상부상조이다. 전통적으로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했던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거나 성씨(姓氏) 등을 배경으로 하는 상부상조 제도로 계(契)가 존재해 왔다. 관혼상제 등에 특별히 커다란 역할을 하였고 이를 통해 전통이나 관습이 후대로 전해지는 역할도 담당했다.

그러나 도시화,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상부상조 정신 보다는 목돈조성에 더 큰 목적을 두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계주의 일탈로 종종 사회적 문제로 비약되기도 했었다. 계를 목돈마련의 하나의 방책이라고 볼 때는 하나의 금융협동조직(rotating savings and credit association)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조직형태는 중국(후이)이나 일본(타노모시코)은 물론 라틴아메리카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일종의 현대식 계(契)모임이라 할 수 있는 공제는 설립 목적에 따라 상부상조를 추구할 수 있고, 협동조합 형태로 어떤 공동의 사업을 영위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공제의 운영주체는 민영보험에 비해 광고비 등이 필요없고 영리가 보장되지 않아도 무방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넓을 수 있다. 많은 공제기관들이 조성된 공동 준비재산을 활용해 자산운용을 하고 자본금을 증식시키려는 행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운영자의 도덕적 해이가 간혹 발생하기도 하고 이를 감독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는 구조이다. 법률용어로는 유사보험이라 하고 보험업법 적용이 배제되고 주무관청에 따라 관리감독 역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다른 공제(控除, deductible)는 담보된 손해 중에서 보험자에 의한 보상지급액 중 보험계약 내용에 따라 감액되는 부분을 말한다. 공제를 자기부담금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공제를 두는 이유는 보험가입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줄이고 손해방지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담보된 손해의 건수를 줄여서 손해사정비용이나 보험금 지급총액을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결국 공제(控除)는 보험료를 낮추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일반인들에게 보험가입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와 보험저변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기존의 가입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거두게 된다. 물론 보험회사의 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보험회사들은 이밖에도 보험요율의 차등화, 손해발생의 예방 및 통제활동을 통해 보험요율을 낮추고자 노력한다. 다만, 보험가입자가 이러한 취지를 악이용하여 보험금을 편취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운영 면에서 공제(共濟, fraternal insurance)와 공제(控除, deductible)를 비교해 보자면, 전자의 경우 공제의 기본 목적에 충실하기만 하면 별다른 무리가 없을 수 있으나 간혹 무리한 운영이 어려움을 불러오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보험회사 혹은 보험회사들 간에 공동보험이 적용되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개별 보험사가 관리감독 기본원칙 및 자사의 규정에 따라 처리하면 무리가 없다. 어찌됐든 양자 모두 도덕적 문제가 포함되는데 전자의 경우 운영자의 도덕적 문제가 주요 관심사가 되고 후자의 경우 가입자의 도덕적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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