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 홍보담당자, 허심탄회 속마음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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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 홍보담당자, 허심탄회 속마음 토크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2.09.1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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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홍보 최소화, 부정기사 모니터링 전담
‘사상 최대 실적’ 등 긍정이슈도 보도 안 해
이슈 대응‧위기관리에 방점…딜레마 빠지기도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공제기관의 홍보 담당자는 종종 딜레마에 빠진다.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홍보 아이템을 기획해도 윗선에서 제동이 걸리고, 언론사 기자의 기획기사 제안도 모조리 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제조합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해도 긁어부스럼이 될까 홍보하지 않는다. 일반 기업과는 사뭇 다른 공제기관 홍보담당자의 고충을 들어봤다.

1년에 보도자료 3개, 꼭 필요한 것만 보도

A공제회는 올해 배포한 보도자료가 3개에 불과하다. 신임 이사장 선임, 신임 CIO 선임, 외국의 유력 기관에서 받은 수상소식이 그것이다. 이 외에도 주목할만한 성과들이 있지만 따로 홍보하지는 않았다. 외부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까닭이다.

A공제회가 언론 노출을 꺼리는 이유는 굳이 필요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도 안정적으로 기관이 잘 돌아가고 있는데 긁어부스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원들이 언론 노출에 아주 민감한 편이다. 간단한 기사에 기관명이 언급되더라도 누구 입에서 나온 발언인지 체크하는 바람에 언론사 기자를 응대하는 홍보담당자로선 난감할 때가 많다.

A공제회 홍보팀 차장은 “기자들이 간혹 찾아와서 인터뷰나 기획기사 등 이런저런 아이템을 제시하는데 모조리 거절할 수 밖에 없다”며 “윗분들이 너무 민감해하니 정말 큰 기사, 공개가 불가피한 기사가 아니면 보도자료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우리 기관은 자산운용사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언론사에서도 기관투자자로서 우리 조직을 바라보고, 우리도 그런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조용히 돈을 많이 버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실익이 없는 외부 홍보에는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A+ 성적표도 홍보 안 해

B공제조합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언론 홍보는 하지 않았다. 공제조합 특성상 높은 매출을 올려도 조합원 배당을 주고 나면 실제 이익금이 많지 않은데다, 올해의 호실적이 내년에도 계속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 홍보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내부 의견도 많았다. 최대 매출을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 다음번 실적이 부진할 경우 뒷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합원들의 실적 기대감이 너무 커지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B공제조합 관계자는 “일반 기업의 경우 ‘높은 매출 = 사업 잘한다’는 것이지만, 우리는 수익 창출보다 공공성을 더 중시하는 기관이고, 조합원 환원 기능도 있어서 크게 알리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차 떼고 포 떼다’보면 외부에 알릴 것이 없어 일반 기업에 비해 홍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장 바뀌고 모조리 오픈

C공제조합은 최근 이사장이 바뀌고 홍보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그 전까진 홍보에 인색했으나, 신임 이사장이 조합원 소통을 강조하고 이를 알리는데도 적극적인 성향이라 대외 홍보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오히려 조합의 소소한 것까지 모두 공개하는 바람에 생겨났다. 홍보팀 2명으론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업무가 쏟아졌다.

투자상품심의위원회 개최, 자문위원회 개최, 사업개발위원회 개최, 협회와 상생협력 협의회 등 일주일에 한번 꼴로 보도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C공제조합 관계자는 “그 전에는 너무 안알려서 문제였는데, 이제는 너무 많이 알려서 문제”라며 “소통 활성화 취지는 좋지만 담당자 입장에선 업무량이 크게 늘어나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무늬만 홍보담당자

중소형 공제조합의 기획관리팀 D과장은 ‘무늬만 홍보담당자’다. 언론홍보 및 대외 홍보를 전담하고 있지만, 평소 하는 일은 회원관리업무와 복지업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신문 광고 집행, 이사장 인터뷰 등 특정 시기에만 반짝 홍보팀으로 변신하고, 평소에는 조합원 관리 등 조합 업무 처리에 바쁘다.

D과장은 “유관협회 회원 및 조합원 관리 업무만으로도 바쁜데, 홍보업무는 덤으로 얹어진 상황”이라며 “급한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우선순위에서 홍보가 뒤로 밀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대형 공제회 기획조정실 E대리 역시 ‘멀티맨’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속 공제회의 홍보팀 직원은 1명 뿐이라 일주일에 한두번 야근을 할 만큼 바쁘지만, 최근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주무부처 요청 자료 만들기에 투입된 것.

E대리는 “언론홍보가 메인 업무지만 그 외에 타 부서 지원에 투입될 때가 많다. 아무래도 언론홍보 소스가 매일 있는 건 아니고, 노는 직원을 내버려두지 않는 공제회 특성상 지원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 기업 홍보팀 직원처럼 기자들과 자주 만나고 친밀한 관계 맺기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홍보보다 위기관리

F공제회는 홍보팀 직원이 10명도 넘지만, 핵심 업무는 홍보보다는 위기관리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공제회 규모가 커지면서 이해관계자의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새롭게 생겨난 다양한 변수를 통제‧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G공제조합 역시 홍보담당자의 핵심 업무는 위기관리다. 언론에서 부정적인 기사가 나지 않는지 상시 모니터링하고, 조합에 관심있는 언론사 기자를 만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협회와의 소통은 물론 국회 대관업무도 홍보담당자의 몫이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공제기관은 기본적으로 홍보 소스가 많지 않고 협회 및 조합원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보니, 홍보팀 직원들이 홍보 활동보다는 위기관리, 이슈관리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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