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일부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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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일부보험
  • 류근옥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 klew@seoultech.ac.kr
  • 승인 2022.09.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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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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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류근옥 교수] 며칠 전 후배 교수와 만나 점심을 하면서 추석 연휴 때 뭐하냐고 물어보았다. 크게 할 일은 없다면서 고속도로 통행료도 면제라 아내와 강릉에 가서 바다도 보고 점심이나 먹고 올까 한다고 했다. 속으로 대학교수도 공짜는 되게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추석 명절 때는 고향 갔다 오느라 고속도로가 매우 분주할 게 뻔하다. 그래서 아무리 통행료가 공짜지만 할 일 없는 사람들까지 차 끌고 나가 차 막히는 데에 일조해서야 되겠냐고 말을 던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정부가 베푸는 공짜를 그도 즐길 자유는 있기 때문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옛날 말이 있다. 우리 인간의 속성을 잘 대변해 주는 말이다. 공짜로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 공짜는 좋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부차적으로 많은 부작용과 병리 현상을 유발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의 경우를 보자. 우선 공짜라 더 많은 차가 고속도로로 나가면 정체가 더욱 심해져 고향에 꼭 다나와야 하는 사람들에게 길에서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다. 짜증이 가중된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래 고속도로에서 정체하면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도 훨씬 더 많이 소비하게 된다. 이에 따라 공기오염도 더욱 심해진다. 그로 인해 기후변화가 누적되면 태풍이나 홍수의 강도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추석 직전 포항지역 등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가 중요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태풍의 전개 양상이 최근에는 아주 이상해졌다고 한다. 기후변화 때문에 극심한 가뭄과 홍수는 이미 인류의 생존을 가시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그렇게 물 많던 미국의 콜로라도강마저 몇 년 전부터는 수위가 낮아져 이제는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근 여러 주의 식수와 농경 사업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콜로라도강 인근 주 사이에는 물 갖고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주민이 세차하면 벌금을 물어야 할 지경이다. 반대로 파키스탄에서는 물난리로 마을이 초토화되고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자연의 조화와 균형이 깨지고 있다.

류근옥 교수 

이렇게 얘기를 전개하면 사람들은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하나를 두고 논리가 너무 과장되고 비약적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것은 공짜가 일으키는 문제의 한 예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런 무분별한 요소가 너무나 많다. 정권마다 정치적 표를 의식하여 국민 세금으로 공짜를 늘여 가며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물론 한 가지 사례만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것이 늘어나고 누적되고 만연되면 나라가 병들게 된다. 공짜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이다.

보험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일부보험 제도를 고안했다. 즉 사고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100% 다 보상해 주기보다는 그중 일부, 예를 들어 80% 혹은 90%만 보상해 주는 제도로 주로 설계되어 있다. 그 이유는 100% 다 보상해 주면 보험가입자가 사고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보험 하에서는 사고로 피해가 발생하면 보험계약자도 그중 일부를 부담해야 하므로 일부러 사고를 낼 개연성이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계약자들은 사고 예방 노력도 게을리할 수가 없다.

마찬가지다. 추석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를 100% 면제해 주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결코 좋은 제도가 아니다. 차라리 추석 명절에 정부가 인심을 좀 쓰고 싶으면 통행료의 50%만 면제해 줘도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수혜자 비용부담의 원칙도 살리면서 아울러 공짜라고 사람들이 괜히 차 끌고 나가 고속도로의 정체를 가중하는 행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만 면제해 주면 나머지 수입금으로 연휴 기간 고속도로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인건비와 기타 운영비용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100% 면제 시에는 그 비용을 누가 결국 부담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선심성 공짜가 많아지면 열심히 일해 착실히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허탈해진다. 아울러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게으름과 거지 근성만 더욱 키워주게 된다. 국가의 정책 결정 시에도 보험과 공제의 일부 보상 원리를 진지하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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