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그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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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그놈이 왔다
  • 이루나 sublunar@naver.com
  • 승인 2022.04.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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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보험라이프]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루나] 그놈이 왔다. 2년 넘게 애써 모른 척 지내온 놈이건만 친절하게도 우리 집까지 찾아오셨다. 매번 마스크를 쓰고 입단속을 했는데도 용케 찾아왔다. 그놈은 혼자 오지 않았다. 바리바리 친한 친구들을 함께 데리고 왔다. 발열, 기침, 가래, 두통, 몸살이 함께 찾아왔다. 코로나19와의 불편한 첫 만남이었다. 

딸이 먼저 열이 났다. 최근에 사귄 놀이터 친구가 확진이라는 소식을 듣고 불안해하던 참이었다. 해열제를 교차로 먹어도 열이 떨어지질 않았다. 난 1박 2일 출장을 다녀오는 길이었기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작은방으로 격리되었다. 출장 기간 자가 키트 검사를 2번이나 했고 음성이었다. 봄인데 방이 싸늘하게 춥다. 요새 업무가 많아 몸이 힘든가 보다. 억지로 참을 청한다.  

다음날 아내는 딸을 데리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월요일 소아과에 대기 환자가 너무 많아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딸은 양성. 아내는 음성. 딸은 다행히 컨디션이 괜찮다. 하지만 난 아니다. 체온이 39도를 넘나들고 온몸이 콕콕 바늘로 찌르는 듯 쑤신다. 새벽에 해열제를 두 번이나 먹고서야 열이 조금 내렸다.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그놈이다. 화요일. 병원 개원 시간에 맞춰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이미 10명 넘는 사람이 대기하고 있다. 다들 안색이 좋지 않다. 내 이름이 불리고 익숙해지지 않는 쨍한 아픔이 콧속을 후벼판다. 곧 의사 선생님이 새빨간 두 줄이 새겨진 진단 키트를 가리키며 짧게 말하신다. 

“양성입니다. 처방전 받아가세요”  

신속 항원 검사비 5000원, 처방약은 무료다. 아내는 두 번의 검사 이후 수요일에 겨우 확진이 되었다. 3일간에 걸친 릴레이 코로나 감염으로 가족 모두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회사에 확진 사실을 보고하고 휴가와 재택근무 결재를 받았다. 코로나 선배님들의 도라지 배즙, 천혜향, 배달 쿠폰 등도 감사히 받았다. 온갖 대증요법을 동원해도 코로나 증상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다. 3일차, 열은 어느 정도 잡혀가지만 가래와 기침은 여전하다. 처방받은 3일분의 약은 금세 동이 났다. 가족 모두가 확진이라 약을 받아줄 사람도 없다. 난감하다. 

다행히 전화를 통한 비대면 진료에 퀵으로 약을 배송해 주는 플랫폼을 통해 가족 모두 진료를 받았다. 아쉽게도 의약품 부족으로 결국 딸아이의 약은 배송받지 못했다. 전국 약국에 감기약과 해열제가 품귀라고 했다. 특히 상비약으로 챙기느라 어린이용 약이 부족하다고 하다. 천만 명이 넘어가는 확진자 수가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앱을 쓰기 어려운 어르신분들은 약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제때 진료받기도 어려운 현실이라니. 

어느새 자가격리 7일차다. 더디지만 시간은 꾸역꾸역 지나간다. 딸의 열도 거의 내렸고 나도 잔 기침 빼곤 컨디션이 제법 좋아졌다. 다만 아내는 뒤늦게 고열과 심한 몸살을 앓더니, 미각이 없어졌다고 울상이다. 요리할 때마다 내가 간을 봐줘야 한다. 식사 때마다 아내는 종이를 씹는 것 같다며 우울해한다. 가족에게 어떤 후유증이 남을지는 미지수다.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나도 계속 진료를 받고 약을 먹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무탈히 넘어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코로나를 직접 겪으면서 느낀 게 크다. 나는 다행히 휴가 처리가 되었지만, 자영업자들은 대안이 없다. 일주일 간 자가 격리를 해도 별다른 지원이 없이 방치 수준이다. 진료, 처방, 음식 조달, 쓰레기 처리까지 모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격리 시설은 위중증 환자나 고위험군만 입원이 가능하다. 감염 증세가 있어도, 확진을 받지 않고 버티는 ‘샤이 코로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가 격리자의 동선 관리도 오롯이 개인의 양심에 맡겨버렸다.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의료진도 지쳐가고 국민들의 피로도도 높아져만 가고 있다.  

백신 접종, 처방약 등은 의료보험에서 해결된다. 하지만 코로나 대응을 위한 시간과 비용은 오롯이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2년 넘게 코로나를 겪으며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사회적 대비가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험과 공제업계도 코로나에 대한 대비가 잘 되었는지 묻고 싶다. 보험업계에선 차별화된 헬스케어 서비스의 출시도 드물었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상공업자들의 고충을 공제업계가 잘 보듬었는지도 궁금하다. 코로나라는 글로벌 재난이 개인의 노력과 책임의 영역으로 남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상부상조라는 미덕은 위기 상황에 더욱 빛이 난다. 국가가 미처 챙기지 못한 개인의 아픔을 보험과 공제업계가 조금씩 채워주었으면 한다. 우리 가족의 자가격리는 겨우 끝나가지만 코로나의 끝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모두가 힘을 모아 이 아픈 시간을 잘 견뎌내기를. 오늘 밤에도 내겐 기침이 스치운다. 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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