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와 변화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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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와 변화의 속도
  •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psb2214@hanmail.net
  • 승인 2021.11.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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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신문=박상범 교수] 인간이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도구는 항공기이다. 여객기는 시속 800km에서 1000km로 날아서 지구 어느 곳이든 거의 하루 생활권이 됐다.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은 여객기의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초음속항공기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미주나 유럽을 5시간이면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나아가 인간의 시각은 지구에만 머물고 있지 않다. 바야흐로 우주여행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우주여행이 상용화되어 일반인도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내려다볼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진입시키거나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내려다볼 우주여행을 위해서는 발사체가 필요하고 발사체가 대기권을 박차고 날아가기 위해서는 시속 수 만km의 속도가 필요하다. 속도는 물론 건조비용이 천문학적인데 성공확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렇듯 실패확률이 높고 어마어마한 비용이 수반되는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이유나 동기는 무엇일까? 일찍이 제1차 세계대전이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각국이 깨달았던 것은 항공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었다.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전쟁에서 승산이 거의 없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후에 유휴 전쟁물자와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종전 후 항공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보조금과 세금투입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전후 복구사업에 필요한 재원조달의 어려움 속에서 항공산업을 위한 보조금지급이나 세금투입은 일반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어려움을 가장 슬기롭게 극복한 나라의 하나가 미국이었다. 미국은 유휴 항공기와 조종사 등 인력을 우편배달에 투입하였다. 베이비부머들에게 익숙했던 국제우편물의 무게를 달아 비용을 책정했던 것은 항공우편배달 시대에 등장했던 장면이다.

이제는 항공기의 중요성 못지않게 위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우주주권의 확립은 물론 기술개발에 따른 기술축적과 이에 수반되는 부수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우주산업에 병행하여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야의 하나가 보험분야이다.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필요한 발사체와 탑재되는 인공위성의 경우 생산조립에서 발사대로 운반, 이륙 그리고 비행하여 우주궤도에 진입하고 주어진 기능을 수행하고 생명을 다하는 전 과정에서 발사 전 보험, 발사보험, 궤도보험 그리고 제3자 배상책임보험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발사되는 위성의 개수가 적어 경우의 수가 크지 않으므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충분한 데이터를 갖추기 어려운 점은 차치하더라도 인공위성보험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인공위성에 대한 해박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발사되는 위성의 경우 관련 보험은 국내 손보사들이 원수사로서 역할을 하지만 아직 성능판단이나 요율결정, 보험수재 등 핵심부분은 외국 재보험사의 역할에 의지하는 부분이 크다.

자력으로 발사체 발사에 성공하여 전 세계적으로 7번째 국가로 우뚝 선 것이 사실이나, 6번째 국가인 인도의 경우도 위성보험을 다룰 수 있는 자체 전문 브로커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위성보험 분야가 시장이 매우 좁고 진입이 어려우면서 위험부담이 매우 큰 분야지만, 위성 관련 시장의 확대 등 앞으로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전문인력 양성 등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산업과 기술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기술의 성숙함이 기본이다. 더불어 관련 부수산업이나 기술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래야 산업이 균형있고 지속적인 지속적 발전을 구가할 수 있다. 또한 산업기술은 단순히 해당 지식이나 기술로 인한 경쟁력 제고 효과 뿐 아니라 앞선 기술 보유는 이로 인한 감성적·문화적 추종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산업 관련 기술은 물론 지식의 개발과 축적은 자신의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인류는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 속도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꾸준히 증명하고 있다. 이제 지구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고 우주 저 멀리에 있을지 모르는 거주 가능한 행성을 찾아내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기술과 산업의 발달은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를 가져오게 마련이고 변화에는 속도가 중요하다. 너무 빠른 변화는 자칫 구성원의 가치관,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혼돈을 가져오고 전통과의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등 기술산업의 빠른 발전에 발맞춰 관련 기술 분야나 보험 등 연관된 분야 종사자들은 보조를 맞춰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 판단된다. 그래야 빠른 변화에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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